도쿄에는 서로 다른 단위척도가 적용되는 두 세계가 있다고 해요 고층빌딩, 엘리베이터, 지하철, 자동차를 중심으로 하는 세계와 보행로, 상점, 소형 주택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죠. 이쪽에서 다른 쪽으로 옮겨가면 마치 공상영화에서 시공간을 이동하는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해요. 이 이야기는 장친난이라는 중국 건축가가 쓴 '도시를 읽다'라는 책에 나온 내용이에요. 그는 자신의 고향인 상하이와 도쿄는 리딩이 불가능한 너무 복잡한 도시라고 하며, 도쿄는 여러 번 가봤지만 파악이 안 되는 도시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도쿄는 저에게도 너무 거대하고 복잡해 읽기 어려운 도시지만, 이상하게 2024년 지금 저에게 다가오는 메시지가 있었어요.
도쿄 여행을 결심할 무렵에는 근 일 년 반이나 올인하던 임대 오피스 설계와 그 사업이 무산되던 시점이었어요. 건축가의 어떠함보다 지금 PF상황 같은 경제적인 요인과 개발주체인 디벨로퍼 의지의 중요성을 생각해 본 시점이었죠. 건축가보다는 디벨로퍼의 건강한 도시철학이 건축을 통해 도시를 바꾼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 맥락에서 도쿄를 바꾼 디벨로퍼들의 이야기가 궁금했고 알면 알수록 더 매력적으로 들렸던 것 같아요. 이제 3박 4일의 여행은 짧았지만 후폭풍이 더 심했던 도쿄이야기는 일단락 지으려 해요.
일본의 대표 디벨로퍼 4곳을 중심으로 도쿄역과 왕궁 사이 위치한 일본 제1업무지구를 기반으로 하는 미쓰비시지쇼, 일본 최대 부동산 회사이자 니혼바시 지구에 기반을 둔 미쓰이부동산, 도심복합재개발사업을 기반으로 힐즈 시리즈로 유명한 모리빌딩, 그리고 철도와 유통, 부동산업을 함께하는 이례적인 사업모델을 갖고 있는 시부야의 도큐부동산 등으로 소개했어요. 추가적으로 NTT도시개발과 JR동일본 도시개발의 프로젝트들도 소개했고요.
당연히 도시 여행은 소설, 시, 회화를 감상하듯 리딩하는 것이 중요해요. 도시의 첫인상을 기억하고, 랜드마크 건축물을 둘러보고, 도시 곳곳에 있는 주거지의 모체 건축물에도 가봐야 해요. 도시의 영혼이 깃들여 있는 그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건축가가 설계한 건축물도 방문해야 하고요. 그런데 이제는 그 도시를 개발한 대표 디벨로퍼의 철학이 담긴 지역과 랜드마크를 봐야는 세상이 된 것 같아요.
다음 여행에 또 새로운 도쿄의 모습을 보길 기대하며 리딩이 안 되는 도쿄를 디깅 해보며 올해 도쿄의 추억을 함께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