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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지언니 Jun 01. 2024

테마파크 안에 있는 듯한 모던 빌리지

AZABUDAI HILLS


2023년 11월 24일!


30년이 넘는 재개발의 대장정을 마치고 아자부다이 힐즈가 세상에 공개된 날입니다. 일본의 모든 공영방송에서 이 완성형 힐즈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고 해요. 지난 편에 이야기해 드린 것처럼 박희윤 작가님 "도쿄를 바꾼 빌딩들"이란 책이 기폭제가 되어 충동적으로 도쿄 여행을 계획했어요. 사실 이번 여행은 이곳을 보기 위해 떠난 셈이나 마찬가지에요. 새로 들어선 도쿄 도심의 거점마다 개발사들을 들춰보며 건축가보다는 오히려 디벨로퍼의 개념과 철학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이번 여행의 주요 미션이었고요. 그 디벨로퍼의 중심에는 단연 모리빌딩이 자리 잡고 있었어요. 홈페이지나 출판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도 가장 많고 일관된 도시 철학을 진정성 있게 보여주는 디벨로퍼라 생각해요. 모리빌딩은 아크 힐즈, 롯폰기 힐즈 등 즈 시리즈를 개발하며 쌓은 노하우와 실력을 기반으로 또 다른 새로운 힐즈를 세상에 선보였고 이번에는 그 이야기를 이어갈까 해요.





"Vertical Garden City - 입체 녹지 공원 도시"


모리빌딩은 반세기에 걸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이상적인 도시 모델로 녹색으로 덮인 초고층 도시 "Vertical Garden City - 입체 녹지 공원 도시"를 제안하고 있어요. 이 개념은 무질서하게 퍼진 거대 도시의 중심부를 슈퍼 블록으로 재생해 가는 도시 모델이에요. 도심의 하늘과 지하를 유효하게 활용해, 거기에 살고, 일하고, 놀고, 쇼핑하고, 배우고, 쉬고, 문화생활을 하고, 사람을 만나는 일상의 생활을 이어가는 다채로운 도시 기능을 입체적으로 짜 넣고 있어요. 생활의 반경 안에 우리의 삶에 필요한 시설이 있고, 그곳을 걸어서 도달할 수 있는 컴팩트 시티의 개념과도 통하고 있고요.




모리빌딩의 모토 "하늘에는 희망을, 땅 위에는 자연을, 땅 밑에는 기쁨을"


모리빌딩을 만든 창시자 분은 크리스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교회 현수막에서 보일법한 문구로 도시철학을 너무 쉽고 와닿게 설명하고 있어서에요. 모리빌딩은 토지를 늘릴 수는 없지만 건물을 초고층화하고 지하도 활용해 나가면 공간을 늘릴 수 있다는 입체적인 모델을 가장 현실적으로 보여준 디벨로퍼에요. 거기에 도시 기능을 세로로 집약하여 이동 시간을 줄여서 삶의 선택과 일상적인 여유도 늘어난 도시 모델을 제안했고요.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은 하늘에 희망은 지상과 공중에 펼쳐진 이런 도시 모델을 제안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걸어서 닿을 수 있는 시설들 속에서 아이나 고령자도 살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직주근접을 넘어 직주일체화하여 집과 직장을 수직이동으로 순간 이동하듯 쉽게 넘나들며 이동시간을 단축하여 삶의 질을 높이는 이런 도시모델! 이 모델이 지식 정보 사회,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적합하다고 제안하고 있어요. 사람들을 단지내 초록의 공간으로 초대하기 위해 지하 공간에 빛이 굳이 필요 없는 전시나 공연 시설, 마켓과 같은 식음시설을 두는 것이 땅 밑에는 기쁨을, 즐거움울 둔 것 같고요. 일본의 건축법규는 한국과 달라서 면적 산정기준 시 지하연면적도 용적률 산정면적에 산입 된다고 하는데요. 굳이 지상에 채울 수 있는 공간을 공사비가 더 드는 지하로 내린 점은 입체적 개발을 통해 동선을 해결하면서 더 쾌적한 초록의 공간을 땅 위에 자연을 확보하려는 확고한 의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뭐든 삼세판!

집은 세 번 이상 지어봐야 제대로 짓는다는......


아자부다이 힐즈를 이해하기 위해 빠듯한 일정을 쪼개 아크힐즈 롯폰기힐즈, 근처 간 김에 미드타운까지 그리고 토라노몬 힐즈 또한 둘러보았어요. 확실히 최신 기종 전자제품처럼 아자부다이 힐즈는 가장 진화된 도시모델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것은 모리빌딩의 Vertical Garden City 개념, 힐즈에 깔린 그 일관된 도시 개념이 시작부터 지금까지 여러 힐즈시리즈를 거치며 어떻게 진화했나를 검증하며 눈으로 확인해 보는 시간이었어요. 


배치가 말을 한다! 그날 챙겨온 타운 가이드. 테마파크도 아니고 비싼 동네 복합타운에 이런 가이드가 무료로 비치되어 있다니...




아자부다이 힐즈 중심 인사이트!


앞서 설명드린 컨셉의 시작은 아크 힐즈에서 태어났지만, 가장 완성된 모습은 단연코 아자부다이 힐즈에서 보이고 있어요. 그 중간의 어딘가의 롯폰기 힐즈와 토라노몬 힐즈의 진화 또한 치열했고요.


아자부다이 힐즈에서 보인 "하늘의 희망"은 '브리티시 스쿨 인 도쿄' 국제학교와 모리 타워 안에 있는 엄밀히 말하면 병원은 아닌 '게이오대학 예방의료센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병원과 학교 같은 사회적 인프라가 추가되어 채워졌다는 점이 다른 힐즈와 다르지요. 물론 세계적 기업에 근무하는 글로벌 플레이어와 그들의 가족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로 수익화 상업화된 시설이지만요... 모리 JP타워와 에르메스 매장 옆집 격인 국제학교는 입지부터 넘사벽의 교육 클래스를 보여주었고, 일반인들이 모리타워 안에 있는 게이오대학 예방의료센터 실체는 들었어도 가볼 수 없는 곳이죠. 하지만 이런 용도 프로그램적인 변화는 분명 포스트 코로나 이후에 개별 복합단지들이 개발될 때 중요시 해야는 개념임은 분명해 보여요.


"땅 위에 자연"사람과 깊관계 맺는 그린으로 중심광장의 적합한 배치와 길과 광장에 면한 지상의 상업시설을 더 휴먼스케일로 계획하여 정감 넘치는 그라운드 레벨의 풍경을 만들고 있다고 느껴졌어요. 이 차이는 저드가 설계한 롯폰기 힐즈의 상업시설과는 달라요. 버티컬 가든 시티에 엮여 있는 7가지 개념 중에 지하공간을 활용하여 지상 초록의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개념은 헤더윅이 설계한 언덕과 같은 능선을 형상화한 상업시설과 조화를 이루었어요. 시간이 흘러도 때 타지 않을 것 같은 유지관리가 용이해 보이는 외장재 선택(유리 섬유 콘크리트에 8-12 미리미터의 돌을 혼합하여 만듦)자연의 텍스쳐를 유려한 곡선으로 구현한 디테일까지 도시의 유산으로 남아도 모자람이 없을 것 같은 가치까지 이뤘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무엇보다 걸어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 녹화된 지붕이 더 자연스러워 보였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게 됐고요. 초록의 광장을 단지 중심에 먼저 배치를 하고 입체적으로 저층부를 활용했다는 생각은 아자부다이 힐즈를 봐야 비로소 들기 시작했는데요. 롯폰기 힐즈나 미드타운에서 보이는 도로로 인한 단지의 단절도 불편해 보이고, 볼륨 검토부터 하고 나서 중심 외부공간을 남는데 배치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이 부분은 또 브랜딩으로 교묘히 포장한 듯한 느낌이 들어서 아쉬웠던 것도 사실이고요.


"땅 밑에 기쁨"은 지하에 생활의 즐거움이 더해진 프로그램을 배치것이라 생각해요. 공연과 전시를 넘어 마켓 등 굳이 채광이 필요하지 않은 본연의 기능에 집중하는 시설들을 배치하였다는 점과, 가깝지 않은 지하철과 자연스럽게 연결했다는 점이 달라 보였어요. 토라노몬힐즈처럼 교통인프라 같은 메가 스케일의 느낌이 아니었어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굳이 용적률 산정면적에 산입 되는 지하 면적을 할애하는 것은 어쩌면 지상 공중에 고밀 개발의 부담을 덜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고요. 공중과 지하를 동시에 적절하게 사용하여 밀도를 조절하여 땅 위에 자연을 확보하는 상관관계에 대해 나름의 공식이 있는 듯이 보여요. 지하와 저층부를 입체적으로 사용하여 교통인프라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까지 이 모든 것이 모여지는 생각은 지상에 고밀도의 환경공생도시를 만드는 것이고 이 생각은 흘러 흘러 교외의 부분별 한 개발을 막는다는 개념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봐요. 이런 생각은 결국 도심을 집중 개발하여 생활을 윤택하게 하고 도심 외곽의 자연을 더 보존할 수 있는 더 큰 목표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까지 확장되는... 또 다른 기쁨이라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2024년 4월 29일 테마파크에 온 듯한...돋보이는 타운매니지먼트 기획과 실행력  ⓒ파리지언니
두 번째 크리스마스 이벤트, 일루미네이션도 멋지겠지... ⓒ파리지언니




힐즈와 같은 대규모 개발사업에 성공하려면!


이 해답이 담긴 개발의 4분면에 대해 박희윤 작가님은 "도쿄를 바꾼 빌딩들"책에서 오랜 디벨로퍼의 경험으로 쉽지만 깊게 설명하고 있으세요. 이 책에 유별나게 별표를 친 부분으로 저희 재해석된 생각보다는 책의 내용을 인용하려 해요. 


지금껏 살펴본 것처럼 롯폰기 힐즈 같은 대규모 개발사업의 성공은 지역 브랜딩을 통해 자산가치도 상승하고 지역도 활성화되는 선순환을 낳는다. 제2의 롯폰기 힐즈처럼 선순환을 이끄는 개발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개발의 4가지 부문 (1. 비전과 컨셉 설정, 2. 하드웨어 계획, 3. 소프트웨어 계획, 4. 운영)이 일관되게 작동해야 한다. 우선 지역특성을 고려한 단단한 비전과 컨셉이 필요하다. 컨셉에 따라 상품 계획이 만들어지고, 이 상품 계획에 맞는 전문가들을 기용해야 하드웨어적인 건축계획을 제대로 세울 수 있다. 컨셉에 맞춘 전략시설이 선정되면 운영단계까지 고려한 세부 테넌트계획이 소프트웨어 계획으로 수립되어 동시에 진행된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최근 진정성 있게 접근하는 디벨로퍼들도 많아졌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컨셉 작성이라고 하면 인허가를 위한 미사여구 나열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상품성을 높이고 분양위험을 줄이기 위한 시장조사를 하지 않는 곳은 없다. 하지만 대부분이 사업안정성 확보를 위한 타깃과 가격대를 고민할 뿐 기존 동네의 자산을 바탕으로 어떤 동네로 바뀌어갔으면 하는 비전을 그리지는 않는다. 그 지역에 어떤 사람이 살면서 어떤 생활을 하고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같지도 고민하지 않는다.  자연히 그다음 단계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계획에서도 따로  갈 수밖에 없다. 조금 과하게 표현하면 이 단계에서는 컨셉은 이미 잊혀진 상태고, 설계사는 설계사대로 임대대행사는 대행사대로각  자의 영역에서 움직이는 곳들도 많다. 사업주의 의지가 없으면, 테넌트 유치를 담당하는 임대 대행사들도 컨셉보다는 수수료를 빨리 받기 편한 대형 테넌트 위주로 유치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보는 대형시설들이 비슷비슷한 테넌트로 채워져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마지막 단계인 운영단계에서도 일관된 비전과 컨셉 전달은 매우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보통 전문 운영사에 운영을 위탁하는데, 프로젝트 초기에 세운 비전과 컨셉을 제대로 듣지 못한 운영사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일상적인 운영에 매진한다. 이처럼 개발의 4분면이 분할되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한국에서 제2의 롯폰기 힐즈가 탄생활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장기적인 선순환 구조의 좋은 개발울 꿈꾼다면, 사업주는 제대로 된 컨셉을 세우고 그에 맞추어 하드 웨어, 소프트웨어 전문사들이 이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도록 컨트롤하고 지원해야 한다. 우리에게도 아직 좋은 개발을 성공시킬 기회는 충분하다.  -도쿄를 바꾼 빌딩들 P101-102








지금은 모바일에서 브런치 스토리 서랍글의 삭제를 누르면 확인 버튼이 뜨죠. 그런데 이 버튼이 일주일 전에는 없었어요. 저는 지난 주말 주일 내내 아자부다이 힐즈에서 느낀 개인적인 경험에 대해 장문의 글을 썼어요. 월요일 출근길 지하철에서 마지막 오타 확인을 위해 수정버튼을 누른다는 게 그만 삭제 버튼을 스쳤네요. 그  순식간에 사라진 글을  보고 일주일 동안 멘붕에 빠져 지냈지요. 다시 쓰려니 그날의 감흥이 떨어져서 건조한 글이 된 것 같네요.


하지만 이곳은 꾸준하게 다시 가 볼 것 같아요. 지어진 이후부터 다시 태어나는 이곳의 운명의 스토리들을 계속 기록할 예정이거든요. 사실 제일 높다는데 공짜인 모리 JP타워 전망대도 가야하고...하브스 빵집도 가야해요.


ⓒ파리지언니 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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