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ABUDAI HILLS
지금껏 살펴본 것처럼 롯폰기 힐즈 같은 대규모 개발사업의 성공은 지역 브랜딩을 통해 자산가치도 상승하고 지역도 활성화되는 선순환을 낳는다. 제2의 롯폰기 힐즈처럼 선순환을 이끄는 개발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개발의 4가지 부문 (1. 비전과 컨셉 설정, 2. 하드웨어 계획, 3. 소프트웨어 계획, 4. 운영)이 일관되게 작동해야 한다. 우선 지역특성을 고려한 단단한 비전과 컨셉이 필요하다. 컨셉에 따라 상품 계획이 만들어지고, 이 상품 계획에 맞는 전문가들을 기용해야 하드웨어적인 건축계획을 제대로 세울 수 있다. 컨셉에 맞춘 전략시설이 선정되면 운영단계까지 고려한 세부 테넌트계획이 소프트웨어 계획으로 수립되어 동시에 진행된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최근 진정성 있게 접근하는 디벨로퍼들도 많아졌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컨셉 작성이라고 하면 인허가를 위한 미사여구 나열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상품성을 높이고 분양위험을 줄이기 위한 시장조사를 하지 않는 곳은 없다. 하지만 대부분이 사업안정성 확보를 위한 타깃과 가격대를 고민할 뿐 기존 동네의 자산을 바탕으로 어떤 동네로 바뀌어갔으면 하는 비전을 그리지는 않는다. 그 지역에 어떤 사람이 살면서 어떤 생활을 하고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같지도 고민하지 않는다. 자연히 그다음 단계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계획에서도 따로 갈 수밖에 없다. 조금 과하게 표현하면 이 단계에서는 컨셉은 이미 잊혀진 상태고, 설계사는 설계사대로 임대대행사는 대행사대로각 자의 영역에서 움직이는 곳들도 많다. 사업주의 의지가 없으면, 테넌트 유치를 담당하는 임대 대행사들도 컨셉보다는 수수료를 빨리 받기 편한 대형 테넌트 위주로 유치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보는 대형시설들이 비슷비슷한 테넌트로 채워져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마지막 단계인 운영단계에서도 일관된 비전과 컨셉 전달은 매우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보통 전문 운영사에 운영을 위탁하는데, 프로젝트 초기에 세운 비전과 컨셉을 제대로 듣지 못한 운영사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일상적인 운영에 매진한다. 이처럼 개발의 4분면이 분할되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한국에서 제2의 롯폰기 힐즈가 탄생활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장기적인 선순환 구조의 좋은 개발울 꿈꾼다면, 사업주는 제대로 된 컨셉을 세우고 그에 맞추어 하드 웨어, 소프트웨어 전문사들이 이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도록 컨트롤하고 지원해야 한다. 우리에게도 아직 좋은 개발을 성공시킬 기회는 충분하다. -도쿄를 바꾼 빌딩들 P10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