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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지언니 Sep 17. 2019

안녕! 암스테르담 뮤지엄 광장 (Museumplein)

마지막 날


Museumplein (뮤지엄 광장)은 시립미술관,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고흐 미술관 그리고 콘서트홀에 둘러싸인 뮤지엄 광장입니다. 2005년에 이 곳에 처음 왔을 때는 반 고흐 뮤지엄에서 전시를 보았는데 시립미술관 신관은 없었고 국립미술관은 내부 공사 중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그동안 이 곳은 증가하는 전시 수요와 관람객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를 위해 박물관 건축의 확장 또는 개축을 거쳐 암스테르담 문화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넓게 펼쳐진 광장보다 걷기 좋은 공원에 가까운 이 곳! 모든 미술관의 입구가 Museumplein을 향해 새롭게 만들어졌고, 그린 카펫은 더 근사해졌습니다.



 뮤지엄 건축도 봐야 하고, 전시도 봐야 하고, 암스테르다머들은 무엇을 하며 이 곳을 즐기는지도 봐야 하는데 조금 더 즐기고 싶은데...... 저녁 비행기를 타야 하다니!



Stedelijk Museum 시립미술관 (Benthem Crouwel Architects, 2012)


그린 카펫 위에 암스테르담의 욕조  (뒤에 구관이 있음) ⓒ CHI


Museumplein 초입에 있는 네덜란드에서 가장 거대한 현대 미술관인 스테델레이크 뭐쇰은 전통 건축과 현대 건축이 공존합니다. 19세기에 아드리안 빌럼 베이스만 (Adrian Willem Weissman, 1858-1923) 지은 네오르네상스 벽돌 건물을 벤트험 크라우얼에서 2012년에 증축했는데, 새로 증축한 흰색의 깊은 직사각형 외관 때문에 '욕조'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합니다. 구관과 신관은 너무나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박물관의 기존 건물은 웅장한 계단, 웅장한 실과 자연 채광으로 유명했고 이러한 장점과 느낌을 살려 현대적으로 디자인한 것이 벤트험 크라우얼의 유백색 욕조 디자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노랗게 칠해 놓은 튜브로 인해 1층의 공공영역을 거치지 않고 지하와 2층의 전시가 연결되고 ⓒ Archidaily
'욕조'라고 도하는 부드러운 흰색 볼륨은 섬유 강화 합성물이고 노란 튜브는 현재 빨간색으로 변경 ⓒ Archidaily
욕조에서 분기된 가지는 구관에 꽂혀 신관 2층을 통해 구관으로 진입하는 구조  ⓒ Archidaily


하얀 욕조 속이 대부분의 전시기능을 감당하고 떠 있는 욕조 아래는 신관의 새 출입구와 데스크, 기념품점, 레스토랑, 지식센터 같은 공공시설이 뮤지엄 광장에서 자연스럽게 진입하여 이용할 수 있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노란 튜브는 (그때는 빨강) 1층의 공공영역에 간섭 없이 전시를 볼 수 있도록 지하 1층과 2층을 직접 연결하며 신박한 관람동선을 만들어 줍니다.


욕조 밑 데스크 기념품 판매점 레스토랑이 있는 공공영역은 자연스럽게 공원으로 확장 ⓒ CHI
디자인은 신박했으나 앉기는 부담스러웠던 ⓒ CHI
지하 1층에서 2층으로 바로 연결되는 튜브 속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도착 ⓒ JIN


인기가 많은 반 고흐 미술관은 매진이어서 시립미술관과 국립미술관 표만 살 수 있었고 그 날 주요 전시는 키스 해링과 STEDELIJK BASE 컬렉션이었습니다. STEDELIJK BASE 컬렉션은 1880 년부터 현재까지 예술과 디자인의 하이라이트를 보여주며 마지막 날에야 유심히 더치 디자인을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더치 디자인은 네덜란드 디자이너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디자인 미학을 의미하며 네덜란드 사람들의 칼뱅이즘과 더치황금기의 풍요로움을 바탕으로 탄생하였습니다. 그 영향으로 더치디자인은 미니멀하고 실험적이며, 혁신적, 기발함, 신기술의 적용, 구별되는 조형, 그리고 최종 사용자의 경험과의 긴밀함과 유머스러움으로 정의될 수 있는데 건축 또한 디자인의 한 분야로 같은 특성을 보입니다. 암스테르담이 가지고 있는 DNA이자 세 가지 핵심가치는  Creativity(창의성), Innovation(혁신), Sense of Commercial (상업 정신)이라고 하는데 건축 또한 그 결이 같습니다.


DUTCH CULTURE KOREA 정보에 의하면 이곳은 90,000점이 넘는 컬렉션이 있고, 1850년부터 현대까지의 시대를 아우르며 주로 현대, 동시대 미술과 디자인을 다루는 뮤지엄입니다. 카럴 아펄, 바실리 칸딘스키, 빌럼 데 쿠닝, 제프 쿤스, 카지미르 말레비치, 앙리 마티스, 피트 몬드리안, 잭슨 폴록, 앤디 워홀 등 현대의 상징적인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제프 호프만, 헤리트 리트펠트, 에토레 소트사스 등의 산업디자인, 그래픽 디자인, 응용예술 등의 컬렉션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STEDELIJK BASE 상설전 ⓒ CHI



Gogh Museum (Hans van Heeswijk Architects, 2015 입구 디자인)



올봄 파리에 갔다가 생각지 못하게 Auvers-sur-Oise에 있는 고흐 무덤에 갔던 기억도 참 좋았는데, 저 날! 저기까지 가서 들어가 보지 못하다니! 이 곳에 가시려면 표를 꼭 미리 예매하셔야 합니다! 2017년 방문자수는 226만 명으로 네덜란드 최고의 뮤지엄이니까요!


유리창에 ⓒ JIN
저 뒤로 시립미술관이 보이고 오른쪽이 지하 연결통로 ⓒ Archidaily
시립미술관과 광장 쪽으로 입구가 생김  ⓒ Archidaily
내 기억 속의 고흐 미술관 반쪽 매스에 저 멀리 시립미술관 신관도 없었는데
욕조 처마 밑을 지나 고흐 박물관 쪽으로
단면 개념이 확실히 보이는 ⓒ Archidaily



Rijksmuseum Amsterdam


네덜란드 100대 문화유산 중 하나인 레이크스뮈쇰은 100만 점이 넘는 작품을 소장한 네덜란드 국립미술관입니다.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작품을 보려면 꼭 가야는 곳이라고 하는데 그날은 High Society (상류사회) 기획전이 있었습니다. 19세기에 개관한 이 건물은 건축가 크뤼스와 오르티스, 판호헤버스트, 장 미셸 빌모트가 10년에 걸쳐 복원했습니다. 2000년에 재정비를 위해서 문을 닫았고 2013년에 다시 개관을 했습니다. 전시도 좋았지만 박물관 내부 로비와 지상 공공보행통로 아래로 생긴 연결통로, 사암과 유리로 지은 새로운 아시아 파빌리온, 네덜란드 정원을 현대식으로 꾸민 야외 갤러리 등 10년이 넘게 걸려 단장한 공간들 모두 흥미로웠습니다.


저 멀리 작게나마 High Society가 보임 ⓒ JIN
입구와 안내데스크 ⓒ JIN
기념품 판매점과 카페 ⓒ CHI
공공보행통로 협의로 인허가가 지연되어 10년이 걸렸다는 흉흉한 소문도, 보행로에 면한 창을 내려다보면 뮤지엄 로비가 보임 ⓒ CHI
단면에 칠해진 보라색 구조체를 증설하여 지금의 통합 로비와 공공보행통로를 만든 듯?
 입구에 새로 생긴 아시안 파빌리온ⓒ JIN
현대식 네덜란드 정원? Rijksmuseum Garden ⓒ CHI


어차피 여행의 끝은  현실적인 일정에 의해서, 내가 해야 될 것들에 의해서 끌려가다시피 돌아가게 되어 있지요. 지금은 조직에 몸담고 있어서 길게 떠나지 못한다고 자주 한탄했는데, 이렇게 회사의 배려로 6박 7일 동안 두 분의 부사장님 두 분의 실장님과 잊지 못할 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청춘은 여행이다? 왜 저런 제목을?


정하고 보니 체 게바라 명언 중에 있는 말이었습니다. "청춘은 여행이다. 찢어진 주머니에 두 손을 내리꽂은 채 그저 길을 떠나도 좋은 것이다." 참 혁명가다운 표현입니다. 저는 그냥 건축가들의 여행은 어떤 것이다라고 표현하고 싶어서 청춘은 여행이다라는 문장을 떠올렸습니다. 건축가들은 여행을 통해 배우는데 "건축가의 여행"이라는 밋밋한 표현보다 오랜 시간 도시와 건축을 지켜보며 쌓은 내공이 점 점 더 나이가 들수록 빛을 발휘하는 건축가의 청춘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두 분의 부사장님께 들은 도시와 건축에 대한 이야기와 건축가로서의 삶아온 여정을 들을수록 청춘을 바쳐 업으로 삼았던 건축이란 것의 무게가 깊이 느껴지곤 했으니까요. 우리가 여행에 기대하는 것은 여행 자체보다는 여행이 어떻게 '건축 인생' 그리고 '그 후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지입니다. 저 또한 누군가에게 이런 청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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