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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지언니 Oct 05. 2019

코리빙에 대한 얕고 넓은 생각

g.style 코리빙 Trend Insight


저는 현재 코리빙 사업 기획 검토를 하는 설계자이자, 아직 화려한 싱글로 코리빙에 살아 보고 싶은 사용자이기도 합니다. 또 나이 들면 파리 근교에 하숙집인지 민박집인지 모를 코리빙을 운영해 볼까 하는 미래의 사업자이기도 해요. 이런 저런 개인적인 관심과 필요에 의해 여러 가지 관점에서 코리빙이란 실체에 대해 관찰하며 정리한 글입니다.



코리빙에 대해 얼마큼 아세요?


따로 또 함께 살아가는 코리빙 이야기가 시작되면 “그거 하숙집 아니야” 하면서 소싯적 추억을 들추며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딱 맞는 말도 아닙니다. 코리빙을 원룸이나 오피스텔과 같이 단순히 하드웨어적인 형태의 변형 정도로만 치부하는 일반인들의 생각만큼이나 학계에서도 공신력 있는 정의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만큼 초기 시장이라는 것을 반증하며 사업의 최전방에 있는 기획자의 정의가 중요한 분야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코리빙은 협동 주거 형태인 코하우징과 흡사하며 셰어하우스를 기본으로 업그레이드된 서비스와 편의시설을 제공합니다. 그래서 코리빙이란 용어는 코하우징 셰어하우스와 혼용해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셰어하우스, 코리빙, 코하우징의 차이점을 독립 공간의 단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셰어하우스는 방(침대), 코리빙은 실(방+화장실+간이주방) 코하우징은 집(방+화장실+주방+거실)으로 구성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독립된 공간을 바탕으로 공유공간에서 어떤 커뮤니티와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특색 있는 코리빙이 탄생합니다.     


코리빙을 거주의 형태로만 생각하면 그 시작은 덴마크에서 1970년대에 시작된 코하우징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입주자들이 개별적인 공간에서 사생활을 누리면서 공용 공간은 함께 이용하는 협동 주거의 형태로 북유럽에서 먼저 시작되었고, 미국 일본 등 다양한 국가로 확산해 나라별로 고유한 라이프 스타일이 접목된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북유럽에서 코하우징은 핵가족화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회자되기 시작했지만 한국에서는 월세 세대가 된 20~30대 밀레니얼 세대의 적정 생활방식으로 대두되며 시작되었습니다. 초기 코리빙이 셰어하우스의 개념으로 단순히 월세 절감이라는 경제적 요인에서 시작되었다면 현재는 사회적 관계의 확장, 고독감 해소, 라이프 스타일 등 다양한 요인과 맞물려 공유 경제를 기반으로 급속히 성장하는 중입니다. 또한 프리랜서와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2010년 전후 전 세계적으로 코워킹 스페이스가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국경조차 모호해진 공유 경제의 삶이 시작됩니다. 이는 소유의 만족에서 경험의 만족으로 삶을 이동시키며 여권, 여행용 가방, 코리빙만 있으면 전 지구적인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조심스럽지만 이를 바탕으로 코리빙의 정의를 내려보면 다수의 사람이 사용하는 독립된 공간과 공유 공간이 적절하게 구성되어 있고, 제삼자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관리하며 디자인된 공간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정서적 교감을 나누고 사회적 연대를 이루며 살아가는 생활양식이자 국제적으로 통용 가능한 주거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코리빙의 범주에 든다고 해서 럭셔리 소셜 아파트먼트와 대학가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셰어하우스를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코리빙에 누가? 왜? 사는지 구체적으로 알아야 그들의 필요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코리빙에 누가 사는지 아세요?


넓은 의미의 코리빙 사용자에는 다인 가족도 포함되지만 코리빙에 사는 1인 가구로 한정 지어보면, 타의적 1인 가구 자발적 1인 가구로 나뉩니다.     


타의적 1인 가구는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했지만, 학업과 정착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혼자 살게 된 대학생, 사회 초년생입니다. 지옥고 (지하, 옥탑, 고시원) 월세 세대로 그들의 표현으로 수저 계급론 흙수저 파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들에게 집은 짠 내 나는 삶의 터전이지만 원룸 건물주에게는 짭짤한 소득의 원천이 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자발적 1인 가구는 심리적으로 독립한 세대로 경제력이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 살지 않기 때문에 공동체가 제공하는 다양한 정서적 교감과 사회적 연대를 필요로 하는 싱글 세대입니다. 새로운 일과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챌린저인 싱글 보균자들과 여행하듯 나라를 옮겨가며 일하며 사는 디지털 노마드가 이에 속합니다.     

 

지옥고 월세 세대, 싱글 보균자, 디지털 노마드의 공통점은 밀레니얼 세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밀레니얼 세대를 경제력과 라이프스타일로 구분하면서 세분화가 가능했고, 그들만의 적정 생활방식을 넘어 전 세대로 확장 가능한 주거 유형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



젊을 땐 이런데 살아도 된다고요?


지옥고 월세 세대


14제곱미터, 평수로 따지면 4평 남짓 되어 보이는 꼭 필요한 세간만 간신히 들여놓을 수 있을 법한 좁은 면적이 정부가 정한 ‘최저 주거기준’입니다. 또한 2017년 한국 토지주택공사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 청년 (19~34세) 5명 중 1명은 최저 기준에 못 미치는 곳에서 살고 있다고 합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미명 아래 환기조차 어려운 꿉꿉한 반지하 방, 고개만 돌려도 화장실이 보이는 비좁은 고시원, 닭장처럼 모두가 다닥다닥 붙어살아야 하는 셰어하우스까지. 청년들의 궁핍과 젊음의 위기 앞에서 정부는 청년들을 위한 주거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이 역시 크게 체감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청년들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청년 비영리 단체나 시민단체의 활동이 두드러지는 영역입니다.     


실제로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오랫동안 활동해 온 시민단체 '민달팽이 유니온’은 공유주택 ‘달팽이집’을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되는 셰어하우스 브랜드를 보면 ‘쉐어어스’는 신림동 고시촌 내의 유휴공간을 리모델링해 공유형 생활 주택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고, ‘우주’는 2012년 국내에서 생소한 셰어하우스를 요리나 영화감상 등 문화적 코드를 기반으로 안착시키며 코리빙 트렌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그 후 꾸준히 국내 최대 소셜하우징 전문기업으로 성장하다 올봄 부동산 정보 플랫폼 직방에서 인수하게 되며 사업 시너지를 도모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임시거처이지만 지불 가능한 수준의 월세를 내면서도 독립된 공간을 누리고 정서적 심리적인 안정감과 유대감을 느끼며 살아가길 원합니다. 그들의 경제력에 맞는 공간을 개발하기 위해 주거비 부담을 낮추는 것이 사업 목적인지 좋은 주거공간을 제공해 사용자의 질을 높이는 것이 목적인지 잘 선택해야 합니다. 목적에 따라 타깃과 가격 설정 운영방식과 마케팅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화려한 싱글, 돌아온 싱글, 언젠가 싱글!


싱글 보균자


일과 삶이 크게 분리되지 않은 경제력 있는 가구로, 금수저 대학생, 미혼인 사회초년생, 신념 있는 비혼족으로 대표되는 화려한 싱글이 주를 이룹니다. 언제든 가정을 이룰 수 있기 때문에 싱글 보균자입니다. 이들뿐만 아니라, 돌아온 싱글, 언젠가 싱글 영역이 있는데 이는 밀레니얼 세대부터 그들의 부모 격인 베이비부머 세대까지 전연령대에 분포합니다. 이들은 느슨한 연대를 추구하며 랜선 커뮤니티를 좋아하지만, 가족과 떨어져 있기 때문에 공동체가 제공하는 정서적, 사회적 연대를 필요로 합니다. 특정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집으로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만 입주하거나 유사한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 소득 수준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살기도 합니다. 오피스텔의 소셜 아파트먼트로 차별화를 이루었고 이는 대기업들이 기업형 코리빙 사업에 뛰어들게 하는 동력이 됩니다.


실제로 대표되는 코리빙 브랜드를 보면 멤버십 기반 공유 오피스를 운영하는 패스트 파이브에서 론칭한 코리빙 ‘라이프 온 투게더’가 있고, 코오롱은 자회사에서 개발하고 운영하는 ‘트리하우스’를 선보였습니다. 오피스텔의 고급화와 맞물려 시작되면서 대기업형 코리빙으로 SK D&D의 T’able, 롯데 자산개발에서 운영 중인 어바니엘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입지가 좋은 도심 노른자 땅에 사교를 위한 살롱, 루프탑 가든, 와인바 등 커뮤니티 시설의 상업화와 맞물려 최상위층 주거 트렌드를 선보이며 점점 더 고급화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싱글은 예외적인 것이 아닙니다. 돌싱이란 말의 뜻처럼 연애와 결혼은 끝이 있으며, 해로한다 해도 수명 차이로 인해 언젠가는 싱글이 됩니다. 언제 어떻게 싱글이 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일례로 노인들은 가정이 아닌 요양원에서 말년을 보냅니다. 따라서 젊은 시절뿐만 아니라 전 생애를 놓고 타인과의 교류와 연대를 추구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여권과 캐리어 그리고 코리빙?


디지털 노마드


여행하듯 나라를 옮겨가며 일하며 사는 그들은 초연결 사회에서 직장과 일과 그리고 삶의 경계를 희미하게 하고 세대 간, 국가 간, 문화 간의 장벽을 허물며 새로운 삶의 방식을 이야기합니다. 2020년 미국 노동인구 40%가 프리랜서가 된다고 합니다. 또 현재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노마드가 증가하는데, 2035년에는 10억 명 이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안정된 삶과 조직 생활을 중요시 여기는 한국 사회 풍토상 디지털 노마드가 자리 잡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예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밀레니얼 세대는 디지털 노마드, 리모트 워커 (회사에 적을 두나 일하는 시간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일하는 사람) 프리랜서로 일하며 일과 삶의 경계에서 자유로운 세대로 부상했습니다.


실제로 대표되는 코리빙 브랜드를 보면 다국적 셰어하우스로 소개되는 ‘보더리스 하우스’는 한국에서 외국인과 내국인이 함께 사는 것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로컬스티치‘ 또한 홍대와 합정역을 기반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로컬 서울을 경험하게 해주는 코리빙이자 호텔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외국 사례로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조쿠’ 호텔로 호텔 예약 플랫폼에 노출되어 호텔의 기능도 하지만 코리빙을 지향하는 새로운 개념의 주거 형태입니다. 업플로 호스텔은 장기 투숙인 셰어하우스와 단기 투숙인 게스트 하우스를 유연하게 운영하여 일과 주거 다이닝 레저를 아우르는 소셜공간으로 오래된 건물을 재생하고 골목상권을 살립니다.    

  

그들은 캐리어 하나만 들고 코리빙에 들어와 삽니다. 또 그 캐리어를 들고 해외로 여행하러 일하러 떠납니다. 이런 세대를 위한 코리빙은 호텔의 기능이 더해져 글로벌 멤버십 서비스로 성장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코리빙은 함께 살아가는 라이프스타일이지만, 물리적인 장소로의 상품으로 혁신의 미개척지로 남아있는 공급자 중심 부동산 시장의 한 획을 긋고 있습니다. 개발사, 건설업자 등 공급자 중심의 관점과 소비자 관점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어 가며 글을 쓰려 노력했습니다. 거주자의 필요가 디자인된 공간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현되는 사업으로, 모두에게 이로운 배경에서 탄생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후속 편들을 이어서 올려 보려 합니다.


이 글은 간삼건축  G.Style 매거진(10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참고자료*

코리빙 기획자 네오님의 브런치 <신사업 전문가의 코리빙>

콘텐츠가 리드하는 도시 Chapter 4. 코워킹 & 코리빙 / 스페이스 클라우드 도시작가

2020 부동산 메가트렌드 / HMS부동산랩

공유경제 서비스 사례분석을 통한 협력적 라이프스타일 연구/ 안효진 김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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