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없는 생활

한국은 있지만, 르완다는 없는 것 #6

by 라이프파인

우리에게 익숙한 엘리베이터, 르완다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이 적습니다.

키갈리에서도 대부분의 건물들은 5층 이하이며, 엘리베이터는 고급 호텔이나 최신 오피스 빌딩에서만 볼 수 있는 사치품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이 아파트 4층인데, 매일 계단 운동을 합니다. 처음에는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지금도 500ml 24개짜리 박스 2개를 이고 가거나, 25kg 짜리 쌀가마니를 옮길 때는 이 삶의 무게를 느끼기도 합니다. (택배하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합니다)


특히 '천 개의 언덕의 나라'라는 별명답게 르완다 지형은 경사가 심해, 건물 안의 계단뿐만 아니라 거리를 걷는 것 자체가 하나의 등산입니다. 숨이 차고 다리가 아프고, 때로는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일상적인 운동을 통해 작은 변화가 나타납니다. 계단을 오르는 것이 점점 쉬워지고, 체력이 눈에 띄게 향상됩니다. 한국에서는 일부러 시간을 내어 헬스장에 가야 했던 운동이, 르완다에서는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체중은 줄고 근육은 늘어나는 '르완다 다이어트'의 효과를 실감합니다. (실제로 한국에서보다 약 10kg 감량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정신적인 변화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던 습관이, 르완다에서는 계단을 오르며 운동도 하고 생각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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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대형마트 5층에 올라가 키갈리의 언덕들을 바라보며 엘리베이터가 없는 불편함이 오히려 저에게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기회를 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버튼 하나로 순식간에 도착했다면 결코 보지 못했을 풍경들, 느끼지 못했을 감정들이 계단을 오르며 선물처럼 주어졌습니다.


르완다 친구들은 1시간 정도 걷는 거리를 일상적이라고 말합니다. 그들에게 걷는 것, 오르는 것은 삶입니다. 언덕을 오르내리며 이웃과 만나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공동체가 형성됩니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면 아마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기 전에 잠시 망설일 것 같습니다.

가끔은 일부러 계단을 선택하며, 르완다에서 배운 '천천히 오르며 느끼는 삶'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불편함이 가르쳐준 소중한 교훈,

때로는 가장 느린 길이 가장 많은 것을 보여준다는 진리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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