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습니다!' 나흘 전 낮 2시쯤, 기차에서 휴대폰 알람이 울렸다. 2박 3일 여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글 내용은 별 게 아니었다. 서울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날 잠실야구장으로 직관을 갔다가 온열질환 증상을 얻어 고생했던 하루를 돌아본 얘기였다. 내용을 떠나 놀랄 수밖에 없던 이유는 평소 내 글의 조회수는 주제에 상관없이 하루 20 안팎이었기 때문이다.
조회수가 갑자기 오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어딘가 메인 페이지에 걸렸나 막연하게 추정만 할 뿐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천 명에서 끝이 아니었다. 숫자가 계속 늘었고, 그 속도가 놀랍도록 빨랐다. 이 상황이 신기해 기차 안에서 창밖 풍경도 외면하고 초 단위로 '통계' 버튼을 계속 눌러봤다. 실시간으로 숫자가 오르더니 20분 간격으로 천 단위씩 뛰었다. 그리고 이내 1만을 찍었다. 신기해서 처음으로 인스타 스토리에도(하지만 소심하게 '친한친구 공개'로) 이 소식을 알려봤다. 언제부터 브런치를 쓰고 있었냐며, 야구엔 어떻게 빠진 거냐는 질문을 좀 받았다.
결과적으로 이날 하루 조회수는 29025회까지 올랐다. 새삼 커다란 숫자 옆에 쓰여있는 ▲29,005가 무거워 보여 귀엽다. 전날 조회수는 20이었단 얘기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호수처럼 잔잔했던 나의 브런치스토리 그래프가 8월 5일 처음 큰 파도를 맞았다. 하루짜리 놀라운 경험인가 했는데 다음 날도 24263회까지 올랐다. 이틀 동안 하나의 글이 5만 회 이상 클릭된 거다.
이번 '사건'으로 다시 '읽히는 기쁨'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밥벌이 업종 자체가 글과 떼려야 뗄 수 없지만, 내 마음대로 내가 쓰고 싶은 주제를 내가 원하는 단어로 쓰는 건 아니다 보니 늘 갈증이 있었다. 그래도 한 3년 차까진 내가 쓴 기사의 조회수를 매번 체크했는데 어느 순간부턴 여러 이유로 잘 안 했다. 쓰고, 털어내고, 다시 쓰고, 다시 털어내는 반복적인 과정을 이어갈 뿐이었다. 공들인 기사의 조회수가 꼭 많이 나오는 것도, 조회수가 많이 나왔다고 좋은 기사인 것도 아니기에 더 무던해지고 싶다는 심술도 좀 있었다.
일로 쓰는 글은 어디까지나 일의 영역이었다면, 넉 달 전 브런치를 시작한 후로 '내 멋대로 쓰는 기쁨'이 일상을 지탱하는 힘이 돼줬다. 좋아하는 야구를 내 시선에서 기록하고 싶어 시작했는데 그 자체가 신났다. 온전히 취미로 쓰는 글은 시간이 오래 걸려도 피로하지 않다. 오직 내 감정과 내 머릿속 안에서만 고민하고 결정하고 써 내려가면 되니 손끝이 편안하다. 야근에 저녁 약속까지 마치고 밤 11시에 귀가해도 식탁에 앉아 노트북을 펼치는 게 즐거운 신기한 경험을 한다. 덜 읽혀도 더 읽혀도 아무래도 좋았던 이유다. 피드백이라곤 내가 브런치를 쓰는 걸 아는 소수의 친구들이 보내오는 고마운 소감 한 줄이 전부였다.
헌데 조회수가 이토록 많이 나오는 경험을 한 번 해보니, 역시 읽힌다는 건 설레는 일이란 걸 느낀다. 사람은 결국 타인의 관심을 갈구하는 존재인 건가. 이제 다시 조회수는 아담해졌고 그래프는 잔잔한 호수로 되돌아갔지만, 짜릿한 경험 한 번 즐겁게 했으니 이젠 또 내 맘대로 쓰는 기쁨에 취해 신나게 매주 끄적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