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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원 Aug 10. 2024

야구 브런치 조회수 20에서 5만이 되면 생기는 증상

다시 고요한 호수가 됐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증상 1. 조회수 통계를 계속 새로고침해본다.

증상 2. 증상 1을 병행하며 입꼬리를 통제하지 못한다.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습니다!' 나흘 전 낮 2시쯤, 기차에서 휴대폰 알람이 울렸다. 2박 3일 여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글 내용은 별 게 아니었다. 서울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날 잠실야구장으로 직관을 갔다가 온열질환 증상을 얻어 고생했던 하루를 돌아본 얘기였다. 내용을 떠나 놀랄 수밖에 없던 이유는 평소 글의 조회수는 주제에 상관없이 하루 20 안팎이었기 때문이다.


조회수가 갑자기 오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어딘가 메인 페이지에 걸렸나 막연하게 추정만 할 뿐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천 명에서 끝이 아니었다. 숫자가 계속 늘었고, 그 속도가 놀랍도록 빨랐다. 이 상황이 신기해 기차 안에서 창밖 풍경도 외면하고 초 단위로 '통계' 버튼을 계속 눌러봤다. 실시간으로 숫자가 오르더니 20분 간격으로 천 단위씩 뛰었다. 그리고 이내 1만을 찍었다. 신기해서 처음으로 인스타 스토리에도(하지만 소심하게 '친한친구 공개'로) 이 소식을 알려봤다. 언제부터 브런치를 쓰고 있었냐며, 야구엔 어떻게 빠진 거냐는 질문을 좀 받았다.




결과적으로 이날 하루 조회수는 29025회까지 올랐다. 새삼 커다란 숫자 옆에 쓰여있는 ▲29,005가 무거워 보여 귀엽다. 전날 조회수는 20이었단 얘기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호수처럼 잔잔했던 나의 브런치스토리 그래프가 8월 5일 처음 큰 파도를 맞았다. 하루짜리 놀라운 경험인가 했는데 다음 날도 24263회까지 올랐다. 이틀 동안 하나의 글이 5만 회 이상 클릭된 거다.



이번 '사건'으로 다시 '읽히는 기쁨'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밥벌이 업종 자체가 글과 떼려야 뗄 수 없지만, 내 마음대로 내가 쓰고 싶은 주제를 내가 원하는 단어로 쓰는 건 아니다 보니 늘 갈증이 있었다. 그래도 한 3년 차까진 내가 쓴 기사의 조회수를 매번 체크했는데 어느 순간부턴 여러 이유로 잘 안 했다. 쓰고, 털어내고, 다시 쓰고, 다시 털어내는 반복적인 과정을 이어갈 뿐이었다. 공들인 기사의 조회수가 꼭 많이 나오는 것도, 조회수가 많이 나왔다고 좋은 기사인 것도 아니기에 더 무던해지고 싶다는 심술도 좀 있었다.


일로 쓰는 글은 어디까지나 일의 영역이었다면, 넉 달 전 브런치를 시작한 후로 '내 멋대로 쓰는 기쁨'이 일상을 지탱하는 힘이 돼줬다. 좋아하는 야구를 내 시선에서 기록하고 싶어 시작했는데 그 자체가 신났다. 온전히 취미로 쓰는 글은 시간이 오래 걸려도 피로하지 않다. 오직 내 감정과 내 머릿속 안에서만 고민하고 결정하고 써 내려가면 되니 손끝이 편안하다. 야근에 저녁 약속까지 마치고 밤 11시에 귀가해도 식탁에 앉아 노트북을 펼치는 게 즐거운 신기한 경험을 한다. 덜 읽혀도 더 읽혀도 아무래도 좋았던 이유다. 피드백이라곤 내가 브런치를 쓰는 걸 아는 소수의 친구들이 보내오는 고마운 소감 한 줄이 전부였다.


헌데 조회수가 이토록 많이 나오는 경험을 한 번 해보니, 역시 읽힌다는 건 설레는 일이란 걸 느낀다. 사람은 결국 타인의 관심을 갈구하는 존재인 건가. 이제 다시 조회수는 아담해졌고 그래프는 잔잔한 호수로 되돌아갔지만, 짜릿한 경험 한 번 즐겁게 했으니 이젠 또 내 맘대로 쓰는 기쁨에 취해 신나게 매주 끄적여야겠다.


다섯 자리 조회수 보게 해주신 이름 모를 독자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괜히 한 장 넣어보는 여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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