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LG와 롯데의 경기가 있던 날, 친구와 함께 봤다. 야구장은 아니었고 회사 근처 호프집엘 갔다.
이날 다행히 둘 다 일이 평소보다 일찍 끝나 야구가 시작하는 저녁 6시 30분에 맞춰 도착했고, 역시 야구는 시간마저 직장인 취미로 딱이라는 대화를 하며 첫 손님으로 앉았다. 이 호프집은 최근 남편과 우연히 발견했는데 그날 바로 단골이 되기로 결심했다. 넓고 쾌적한 데다 커다란 TV 화면 두 개로 야구만 계속 틀어주신다. 순살양념치킨과 생맥주가 특히 맛있기도 하다.
친구는 야구를 전혀 몰랐다. 야구장엔 딱 한 번 가봤고, 중계는 본 적 없다고 했다. 경기 시작 초반, 중계화면에 이날의 LG 선발투수 엔스의 사진이 크게 나왔다. 그 옆에 띄워진 단어는 '후반기 호투'. 그때 친구가 옆에서 "아, 호투구나" 하길래 호투라는 말은 알고 있구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이름으로 오해한 거였다.
Hotu, Hubangi. 그럴듯하다. 둘이 정말 떠나가라 웃었다.
호프집 TV화면으로 보면 엔스 단어가 잘 안 보인다. 아직도 웃기다. (출처: TVING)
말하자면 나도 야알못에서 벗어난 지 이제 겨우 2년 차라 야알못이 느끼는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그 전엔 평생 야구를 본 적도, 관심 가져본 적도 없었으니 처음엔 투수와 포수가 같은 팀인 줄 몰라 엉뚱한 질문을 던지곤 했다. 어느 정도 이해했다 싶다가도 갑자기 모든 게 송두리째 헷갈려 머릿속이 원점으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그 단계를 벗어나자 좋아하는 주변 사람들과 같이 보고 싶단 마음이 커졌다. 이 친구에게도 그랬다. 그간 함께한 소맥만 수백 잔일만큼 온갖 이야기를 서로 나눴지만, 우리 사이에 아직 야구는 없었기에 새로운 세계로 함께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랄까. 다만 취향에 안 맞을 수 있으니 친구에게 혹시 재미가 없다면 꼭 얘기해 달라고말했는데, 다행히 엄청난 흥미를 느끼며 끝까지 함께 봤다. 다음날엔 혼자 TV로 야구를 보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조만간 야구장에 함께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