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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언제쯤 그치려나

영화 <윤희에게>, 결말 포함

by 심고 Feb 04. 2025

※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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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에게(Moonlit Winter,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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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가 이혼한 이후 엄마 ‘윤희(김희애)’와 단둘이 살고 있는 ‘새봄(김소혜)’.

새봄은 우연히 엄마 앞으로 온 윤희에게 라고 시작하는 편지를 읽게 되고,

20년만에 엄마에게 편지를 보내 온 ‘쥰(나카무라 유코)’의 존재를 알게 된다.

새봄은 엄마의 과거를 궁금해하지만 삼촌도 아빠도 제대로 말해주지를 않고,

모든 것에 무기력 해보이는 엄마에게 둘만의 여행을 제안한다.

쥰이 살고 있는 일본으로 떠난 새봄과 윤희.

그리고 새봄의 지시로 먼저 일본에 온 새봄의 남자친구 ‘경수(성유빈)’.

그렇게 윤희 모르게 새봄의 엄마 친구 찾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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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초반에 윤희는 표정이 없다. 매일 지친 얼굴로 출퇴근, 공장 급식소 일을 하는 윤희는 무언가에 매우 지쳐보인다. 반면 윤희의 딸 새봄은 말하지 않아도 반짝이는 눈빛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새봄은 묻는다. ‘저는 엄마 안 닮았죠? 엄마는 예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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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일본에서 고모 ‘마사코(키노 하나)’와 살고 있는 쥰.

쥰은 겨울이면 눈이 가득한 이 도시에서 자주 윤희를 그리워하지만 매번 부치지 못할 편지만 쓴다.

그리고 그녀는 모르고 있다.

이번 편지는 고모 마사코가 몰래 윤희에게 부쳤다는 것을.

일본까지 갔지만 쥰 앞에 나서지 못하는 윤희.

아마 20년 전 자신과 지금의 자신이 많이 변했기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 같다. 그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되기에 윤희가 용기를 내기를 응원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메말라버린 감정을 찾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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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는 끝내 쥰 앞에 나서지 못한다.

하지만 새봄은 미리 남자친구 경수를 통해 알아낸 마사코의 카페에 찾아가서

쥰과 약속을 잡는다. 그렇게 일본여행 마지막 날 만나게 된 윤희와 쥰.

둘은 특별히 무슨 말을 하지 않고 걷는다.

하지만 윤희의 삶은 쥰을 다시 만나기 전과 후에 확연히 달라진다.

무언가 좀더 삶의 의지를 찾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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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쥰과 윤희는 단순한 친구 사이가 아니다.

둘은 사랑하는 사이였고, 결국 이루어지지 못해 쥰은 일본에서 독신으로,

윤희는 한국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이혼해 홀로 살고 있었던 것.

그래서 둘은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부치지 못할 편지만 써왔다.

그러고나니 모든 일에 무기력해 보였던 윤희를 조금 이해하게 된다.

새봄의 아빠이자 자신의 전남친이 재혼한다고 했을 때 진심으로 기뻐했던 모습까지.


영화를 보다보면 윤희와 쥰이 사랑하던 사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어진다.

그런 엄마를 새봄은 이해하기에 쥰과 만나게 해주려 노력했을 것이고,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도 반감보다는 윤희와 쥰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음이 애틋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잔잔하게 다가오는 이야기와 눈이 가득한 도시를 바라보며

남녀를 떠나 이루지 못한 첫사랑이 주는 애틋함이 가득하게 전해지는 영화였다.

눈이 가득한 도시에 한번쯤 가보고 싶어지는.

언제쯤 눈이 그칠까 하며 하늘이 달을 바라보고 싶어지는.

추운 겨울이 배경인데 어딘지 따뜻해지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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