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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다 Jan 21. 2024

[Ep05] 멜버른에서 새로 찾은 액티비티 Top 10

Visit Melourne 2023

이번 여행 출국 직전까지 최소한의 준비만 했다.

2호의 건강 상태 때문이기도 했지만 상황에 따라 흘러가는 대로 일정을 잡고 즐기는 것이 가족 모두가 행복한 길임을 학습한 탓이다. 나이가 들면서도 이런 학습이 되는 나란 인간 칭찬한다.


그 결과 언제 어디를 갈지 계획 없이, 5년 전 호주 초등 방학 기간과 겹쳐 예약조차 못했던 펭귄 퍼레이드만 예약한 채 멜버른에 도착했다. 덕분에 매일 밤 내일 어디 가지? 수다 떠는 재미도 느낄 수 있고 여유롭게 일정을 짤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싸우기도 덜 싸우고 말이다. 여행 가면 뜻이 맞지 않아 싸우는데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이렇게 나만 내려놓으니 꽤나 괜찮았다.)


5년 만의 방문이라 또 방문한 곳도 있고 새로 방문한 곳도 있다.



<새로 찾은 액티비티 Top 10>


1. 단데농 레인지스 국립공원 - 그란츠 피크닉 그라운드

단데농 공원에 위치한 사사프라 마을에 갔다가 정말 볼 게 없어 급하게 앵무새 무리에게 먹이를 줄 수 있다는 그란츠 피크닉 그라운드로 이동했다. BBQ시설이 여기저기 있는 피크닉 그라운드로 진입하자 한 무리의 코카투를 만났다. 50cm 정도 되는 큰 앵무새들이 군집을 이뤄 공원 여기저기에 움직여 다니고 있었다. 먹이를 들고 있으면 코카투는 사람 팔이든 어깨든 사뿐 올라타서 먹이를 먹는 친화력을 보인다. 덕분에 아이들은 한 마리씩 어깨에 올려두고 먹이를 주며 즐거운 환호성을 연신 질러댔다. 공원 내에 30분 정도 느긋하게 산책할 수 있는 트레일이 있어 걷다 보면 다양한 종류의 앵무들을 만날 수 있다. 시간 여유가 있었으면 콜스에서 장을 봐서 피크닉 그라운드에서 느긋하게 BBQ를 즐겼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남긴 곳이었다.


2. 필립아일랜드 펭귄 퍼레이드

5년 전에 예약이 꽉 차 못 갔던 곳이어서 이번 여행 시작 전 유일하게 예약한 액티비티가 펭귄 퍼레이드였다. 펭귄을 얼마나 가까이서 볼지 관람 위치에 따라 다양한 상품이 있는데 Penguin Plus 상품이면 충분하다. General Viewing 상품을 고르면 멀리서 펭귄 떼를 보는 건 가능하지만 이 앙증맞은 생명체가 뒤뚱거리며 골목 안으로 들어오는 진기한 장면은 볼 수 없다. 그렇다고 비싼 가격을 내고 지하벙커에 들어갈 필요도 없다. 해가지고 펭귄 퍼레이드가 1시간 정도 지나면 관람석은 절반 이상 빈 데다 Visitor Center로 돌아가는 길 전체가 펭귄들의 서식지기 때문에 정말 코 앞에서 펭귄을 볼 수 있다. 만약 9월에 펭귄 퍼레이드 센터에 간다면 반드시 두터운 바람막이, 방석 및 담요 등을 구비하는 게 좋다. 아직은 차가운 바람이 부는 해변에 앉아서 언제 올지 모르는 펭귄 떼를 기다리고 관람해야 하기 때문에 꼭 보온에 신경 써야 한다.

 혹시 몰라 당부하고 싶은 것은, 펭귄 퍼레이드라고 해서 잘 짜인 시나리오에 맞춰 예정된 시간에 펭귄 떼가 우르르르 드라마틱하게 몰여 오는 게 아니다. 리얼 야생을 관찰하는 것이라 실제 오프닝 시간 이후 약 1시간을 계속 기다리면서 뜨문뜨문 오는 펭귄들을 맞이하게 된다. 간혹 50여 마리 넘는 펭귄이 떼 지어 걸어오는 장면을 마주하기도 하니 느긋하게 기다려 보자.


3. 세인트킬다 비치 피어

멜버른 시티에서 트램 타고 30분 정도 남쪽으로 내려오면 세인트킬다 비치를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도 펭귄을 만날 수 있는 스팟인 세인트킬다 비치 피어가 있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피어 전체가 리모델링 중이어서 펭귄퍼레이드에 이어 또 다른 야생 펭귄 보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숙소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한적한 해변에서 불게 물든 낙조를 바라보며 멀리 멜버른 시티의 야경이 짙어지는 낭만적인 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옥에 티라면 집으로 돌아가는 트램이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알 수 없이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이나 지연되는 바람에 그다음 일정이 난리가 났다는..(이 또한 추억이...)


4. 로열 파크 네이처 플레이그라운드

이 거대한 놀이터는 느닷없이 취소당한 첫 번째 숙소를 찾다가 발견한 곳이었다. 우리 아이들이 가기에는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낮은 아이들에게 맞아 보여서 갈지 말지 고민하다가 오전 시간이 비는 날에 트램 타고 들러 보았다. 놀이기구가 많은 곳은 아니지만 1시간 정도 넓은 놀이터를 휘저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만약 아이들이 초등학생 이하라면 하루 종일 놀겠다고 떼를 쓸 수도 있다.


5. 35번 무료 순환트램

35번 트램은 멜버른의 상징적인 노선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처럼 멜버른 주요 거점을 순환하는 탓에 대부분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한다. 멜버른의 트램 역사를 바로 체험할 수 있도록 현대화된 트램이 아닌 과거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열차에 올라타면 과거 내부 인테리어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테마파크에서 액티비티를 이용하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다. 멜버른 시티를 느긋하게 구경하고 싶다면 35번 트램을 타는 것보다 좋은 선택은 없는 것 같다. 무료 트램존을 돌기 때문에 교통비도 들지 않고 멜버른의 유명한 스팟은 모두 지나치니 중간에 내려 관광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배차 간격이 긴 편이니 배차 시간표를 잘 확인해 보자.


6. 스완 레이크 패스

필립 아일랜드 펭귄 퍼레이드 비지터센터 옆에 있는 짧은 트레일이다. 검은 백조를 볼 수 있다기에 궁금해서 잠시 들렀다. 새 관찰 스팟까지 평지로 이뤄져 있다. 가던 길에 수풀 속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나서 확인해 보니 야생 왈라비였다. 수풀 사진에 왈라비는 어디 있을까요? (한 번 도전해 보세요!) 귀여운 왈라비가 사라지고 호수 쪽으로 걸어간다. 검은 백조는 넓디넓은 호수 한가운데 고고히 계셔서 가까이서 볼 수 없었지만 트레일 바로 옆에 케이프배런기러기 서식지가 많아 기러기 구경은 실컷 했다. 스완 레이크 패스는 20종이 넘는 새를 관찰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하니 쌍안경을 들고 오시면 더욱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7. Colac 호수 새 관찰

멜버른에서 12사도를 도착지로 설정하고 가게 되면 점심즈음 Colac이라는 동네를 지나친다. 우리도 가볍게 먹고 12사도로 가야 하는 탓에 Colac의 Noodle Canteen에서 점심을 포장해서 근처 Colac Botanic Gardens로 갔다. 보타닉 가든 초입에 Lake View Cafe가 있는데 펠리컨이 마스코트라서 의아했는데, 호수에 앉아 포장해 놓은 누들을 먹으며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바다 같이 넓은 콜락 호수에 한 무리의 펠리컨이 날아다니는 진기한 광경이 펼쳐진다. 알고 보니 펠리컨 서식지로 유명한 데다 무려 155종의 다양한 새를 관찰할 수 있는 스팟이었다. 어딜 가든 야생 동물들이 넘쳐나는 곳이 호주지만 새 관찰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싶다.


8. Sealife - Melbourne Aquarium

Southern Cross Station에서 걸어서 10분 정도면 갈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은 좋은 곳이다. 중학생 이하 아이와 함께 여행하는 가족이라면 Family 티켓(어른 2명 + 아이 2명)을 구매하면 10% 저렴하게 관람할 수 있다. 야생 동물 천국인 호주에서 아쿠아리움이라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갔다. 역시나 약간 올드한 인테리어와 부실한 전시관 때문에 매우 실망스러웠다. 이럴 거면 왜 아쿠아리움에 오나 싶을 정도로 전시를 영상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아서 살짝 입장료가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일부 구역은 리모델링으로 폐쇄되어 있어 실망감이 극에 달했다. 그러다 악어류 중 가장 큰 몸집을 자랑하는 바다악어인 메가 크로커다일을 마주하며 실망감이 살짝 흔들렸고 마지막 피날레인 킹펭귄을 영접하며 기나긴 지루함을 싹 날려 버렸다. 그저 킹펭귄을 만난 것만으로도 충분히 방문 가치가 있는 곳이라 생각이 들 정도였다. 황제펭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펭귄 종으로 이곳에는 약 30여 마리가 무리 지어 있다. 마치 조형물처럼 얼음 위에 선 채로 잠을 자고 있는 광경을 보고 있으면 멍하니 계속 쳐다보게 된다.


9. Yarra River

야라강은 서울의 한강처럼 멜버른 시내를 가로지른다. 강 폭이 넓지 않아 강을 중심으로 북쪽과 남쪽을 오가는 게 어렵지 않다. 덕분에 사람들은 야라강변을 넘나들며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단절이 아닌 융화된 느낌을 준다. 낮도 좋지만 이른 아침에 새소리와 함께 조깅을 해 보는 것도 좋고 휘영 찬란한 조명이 반짝거리는 야경을 보는 것도 좋다.



10. Bay of Martyrs

런던브리지 근처, 해변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정보를 보고 찾다가 발견한 곳이 이곳이다. 여름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해수욕을 즐긴다고 한다. 마침 우리가 도착했을 때도 캠핑카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아이들이 해변으로 뛰어 내려가고 있었다. 울 집 2호도 물을 무척 사랑하는 탓에 자기도 들어가고 싶다 했지만 날씨가 아직 쌀쌀해서 아무런 준비를 해 오지 않은 탓에 물에 들어가진 못했다. 대신 바지를 걷어 주고 해변에서 잠시 놀다 가자 했더니 얼마 되지 않아 밀려오는 커다란 파도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어 버렸다. 아이는 좋다고 깔깔거리고 있었지만 뒤처리는 우리의 몫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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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4] 멜버른 숙소 지역 추천 5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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