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 번씩 주기가 온다.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1주일 정도 지속되다, 다시 회사에서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러다가 또 1주일간 회사에서 일을 하며 불안해하는 나를 발견한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사실 그렇게 크게 죄송하지 않은 일인데도, 무언가 죄송합니다가 입에 밴 것 같다. 머리로는 "죄송합니다 라는 말을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내 의식으로 제어되지 않는 내 입놀림에 순간 자괴감이 든다.
내가 아는 후배가
상병휴직에 들어갔다.
작년 같은 직무에 후배가 들어왔다. 다른 층에 근무를 하다 보니 사실 크게 만날 일이 없었다. 해당 층에 볼일이 있을 때 그냥 인사하는 정도라고나 할까. 그러다가 점심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이야기를 나눴다.
"OO씨, 요새 회사 생활 잘하고 있어요? 힘든 건 없어요?"
"저는 이 팀에서 필요 없는 사람인 것 같아요. 쓸모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이 팀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음... 저도 입사 초기에는 그랬었는데, 조금만 더 기다리다 보면 시간이 해결해줄 거예요."
나도 지나고 지금 돌이켜보니, "시간이 해결해준다"라는 말은 50%는 맞고, 50%는 틀렸다.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을 미리 말해줬어야 했다. 그래야 그 친구가 좀 더 견딜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 견딜 수 있었다는 말보다 다른 방법을 모색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사실 내가 아는 후배는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보다, 본인의 답답한 마음을 함께 이야기 나눌 누군가가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나도 그랬으니까.
한 번 해봤던 퇴사라,
두 번 실수하지 않는다.
대기업에서 1년이 조금 지나지 않아 나는 퇴사를 했다. 새로운 직무를 찾아 떠나기 위해 퇴사를 결정했다고 자기합리화를 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당시 회사를 떠나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다. 남에게 밑보이기 싫어서, 항상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으로만 남고 싶다 보니, 내가 있던 곳을 떠나는 것이 가장 쿨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다니던 회사를 나왔다.
첫 번째 회사를 퇴사하기로 결정한 후, 나는 상무님과 퇴사 면담을 했다.
"OO씨는 왜 퇴사하려고 하나?"
"~~.~~.~~.~~.~~"
주저리, 주저리 이런저런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어린아이처럼 그저 그 자리를 피하고 싶어서였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철없는 어린아이와 같았다. "나 어린이집에 있기 싫어~ 내보내줘!"라고 말하는 유치원생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상무님은 나에게 마지막 한마디를 하셨다.
"OO씨, 이후 다른 조직에 들어가서도 이런 이유로 퇴사를 하면 안 될 것 같네."
그렇게 나는 첫 번째 회사와 이별했다.
퇴사가 마려울 땐,
퇴사했다치고,
어느새 잡코리아 어플을 깔았다. 다음날, 잡플래닛 아이디와 비번을 찾았다. 그리고 다음날 리멤버에 경력을 기재했다. 무언가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그래도 경력을 버리자니 경력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이 직무에 일한 지도 5년 차... 한 5개월 정도 일한 것 같은데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는다.
이 정도 일을 하다 보니 내가 하던 일과 완전 다른 일을 찾는다는 게 사실 쉽지 않다. 코로나19로 인해 채용시장 자체가 얼어붙다 보니, 괜찮은 JOB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코로나19 시기에는,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딱 붙어있어야 해."라고 말한다. 뭐... 그것도 사실이다.
회사를 가는 게 크게 즐겁지 않다 보니, 회사에서도 퇴사가 마려움을 느낀다. 물을 너무 많이 마셔서일까.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고, 화장실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머릿속은 회사 이외의 것들로 가득 찬다. 그리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그러다 문득 밀려있는 내 일들이 떠올라 바쁘게 자리로 돌아가, 책상 위에 자세를 고쳐 잡는다.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 자체가 견딜 수 없이 힘듬을 느낀다. 뭔가 개선이 되지 않는 이 느낌. 주말에 친구들과 술을 한잔 하고, 재밌는 곳에 놀러 갔다 와도, 월요일 회사에 출근만 하면 내 몸에 도돌이표를 달아놓은 것처럼 다시 무기력함을 느낀다.
순간 첫 번째 퇴사했을 때가 떠오른다. "퇴사했다치고..."
그렇게 마음을 먹자 당시 팀장님께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하고 난 뒤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업무에 종속되어 있던 내 마음속 밧줄들이 스르르 풀림을 느꼈다. 모든 것을 내 통제 아래에 놓기 위해 발버둥 치며, 악을 쓰고 있지는 않았을까. 내 몸의 모든 긴장감이 서로 엉켜 나를 괴롭힐 때마다, 나는 "퇴사했다치고" 아이스커피 한잔씩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