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마음으로 출근하던 나는 상무님의 표정을 보고 순간 긴장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우리는 잠에서 깨어나 상대방의 기분을 확인하고, 그에 맞는 대응법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 돌린다.
자소서를 쓰면서 가장 많이 썼던 사자성어가 있다. 바로 "역지사지", 이 사자성어를 몸소 실천하기 위해 하루에도 열두 번씩 나의 신경은 상대방에게 집중한다. 상대방이 원하는 바를 빠르게 캐치해서, 상대의 필요를 충족해주는 사람들을 보고 회사에서는 "일머리가 있다." 혹은 "일 잘한다"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칭찬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나"라는 사람에 대해 물음표(?)가 지워지지 않는다.
"왜 나는 나의 기분을 살피지 않는 걸까?"
I Love Myself.
난 뭔가 달라 달라 YEAH
2019년 JYP에서는 걸그룹을 데뷔시켰다. 그 그룹의 이름은 ITZY(있지)였다. JYP 걸그룹은 '믿고 본다'는 평이 있는 만큼, JYP 걸그룹 데뷔에 많은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엔터 쪽 대기업 소속 걸그룹이라서 그런지 멤버 한 명, 한 명에 대해 대중들의 궁금증은 커져갔다. 그 가운에 내 눈길을 잡아끈 것은 ITZY의 데뷔곡 '달라달라'였다.
보통 대중가요는 '사랑'을 주제로 한 노래가 많은 반면, ITZY의 데뷔곡은 '나'에 대한 내용으로 주제 자체가 신선했다.
"네 기준에 날 맞추려 하지 마. 난 지금 내가 좋아 나는 나야"
"남 신경 쓰고 살긴 아까워. 하고 싶은 일 하기도 바빠"
"My life 내 맘대로 살 거야 말리지 마. 난 특별하니까 YEAH"
10대들의 당돌한 노래 가사에 30대 직장인인 나는 순간 삶에 대한 현타를 느꼈다. 왜 나는 타인의 기준에, 타인의 기분에 나를 끼워 맞추고 있을까? 꼭 그렇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 내 안에 이런 물음을 던지다 보니 순간 내 흘러가는 인생이 아깝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 인생의 Favorite은
바로 나야.
OO이는 오늘 교수님과 세미나 수업이 있었다. 교수님 방에서 세미나 수업을 하다 보니 장소가 은근 협소했다. 테이블의 가장 끝쪽에 앉아 계시던 교수님께서는 빔 프로젝트 앞 쪽에 앉아있던 OO에게 말했다.
"OO야. 머리 좀 어떻게 해야겠다~!"
"아 교수님. 안그래도 이번 주에 머리 하러 가려고요~!"
"??????? 아니, 너 머리 좀 옆으로 치우라고~ 빔에 머리가 걸린다고~!"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변 친구들과 지인들은 이런 OO의 행동을 두고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 웃으며 놀렸다. 더 나아가 그에게 미래에 회사생활을 하게 되면 이런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조직 생활을 하는데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 이야기하는 사람까지 생겼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기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조직생활에 큰 문제가 될까?
오히려 인생을 살면서 타인이 우선시되어버린 요즘 시대에, OO의 행동 방식은 우리가 의도적으로 연습해야 하는 행동이라 생각한다. 우리는내 마음속의 우선순위 중 1순위를 '나'로 재정립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할 필요가 있다. '타인 중심적 사고'는 더 이상 내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 타인을 살피기 이전에 나에게 먼저 집중할 수 있는 있어야, 타인의 기분을 살피더라도 내 정신건강을 해치지 않는다.
"그래 내 인생의 Favorite은 바로 나야."
'겸손이 미덕?'
겸손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한 시점!
나는 회사에서 부장님들이 말하는 MZ 세대다. 30대의 MZ 세대임에도 어릴 때부터 '겸손이 미덕'이라 배웠다. 그리고 겸손해야 한다는 말을 회사에서 "윗사람의 기분을 무조건적으로 맞춰야 한다"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 회사생활을 했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는 큰 문제없이 지나갔지만 회사 생활이 1년, 2년 지날수록 '나'라는 사람이 없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회사를 들어오기 전 썼던 자소서 속 나의 모습과 현재의 나의 모습을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렇게 나는 겸손하고, 상대방의 의중을 잘 살피는 '회색의 직장인'이 되었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었지만,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나'보다 '선배'가 우선이었다.
겸손이라는 단어에 대한 내 안의 재정의가 필요한 시점이 왔다. 내가 오역했던 겸손은 어떻게 다시 해석해야 할까? 생각해보니 겸손은 나를 먼저 생각하고 나서도 충분히 표현될 수 있는 단어임을 깨달았다.
단번에 나의 회사생활을 임하는 태도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사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와서 한 순간에 나의 생활 습관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타인을 내 관심의 1순위를 두는 것이 아니라, '나'의 감정과 마음가짐을 내 관심의 1순위를 두는 연습이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낀다. 그래서 오늘부터 하루 중 10분만 'Myself Time'을 가지려고 한다. 하루에 10분씩이라도 '자기중심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면, 이전보다 더 질적으로 업그레이드된 겸손을 보유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