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부터 회사에 반차라는 제도가 생겼다. 이전에 와이프가 반차를 쓸 때마다, 반차를 쓰는 게 너무나도 부러웠다. 회사를 안 가고 싶은 건 아닌데, 그래도 절반만 가고 싶은 날이 있으니까. 뭔가 오후 반차는 그래도 내가 해야 할 일을 어느 정도 해놓고 나온 상태라 마음이 덜 불편하다. 그렇게 나는 치과진료가 있는 날엔 오후 반차를 쓴다. 오늘이 치과진료 마지막 날이라는 것이 뭔가 아쉽다.
나는 평소에 그렇게 음식을 많이 먹지 않는다. (사실 사람들은 좀 많이 먹는다고 한다;;;) 살이 1kg, 1kg 찌더니 어느새 3년 사이 내 몸무게는 10kg가 늘어나 있었다. 그런데 10kg 늘어난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더 놀랍다. 이 몸무게를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하나도 없으니까 말이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나면, 바닥이 나에게 누우라며 부른다. 나 또한 우리 집 바닥이 원하는 것을 들어줘야만 직성에 풀린다.
결혼 전, 즉 3년 전 나는 지금 내 몸뚱이를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3년 전만 하더라도 회사 퇴근 후, 언제나 활력을 넘치게 운동을 했기 때문이다. 최근 체인지그라운드라는 유튜브 채널을 보니, 30대에 체력을 잃어버리면 큰일 난다는 영상을 봤다. 나 또한 운동을 통해서 체력을 향상해야 하는데, 홍상, 영양제 등을 몸에 때려 넣으면서 체력을 유지하려다 보니 쉽지 않다. 그래서 양심에 찔려 ABC 주스를 주문했다...
점심에 먹는 건 괜찮다고 했다. (뭐 누군가 그랬던 것 했다;;) 또 점심에 와서 먹는 라면은 포기할 수 없지. 금상첨화인 건, 어제 와이프가 쓱배송으로 자기 전 주문한 김치가 집 대문 앞에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집을 들어오자마자 에어컨을 켜고, 냄비에 물을 부어 물을 끓였다. 어느 순간엔가 오후 반차 후, 집에 와서 라면을 끓여먹는 것이 나의 반차 루틴이 되어 버렸고, 그 라면에 한 주간의 위로를 받는 나를 발견했다.
라면 국물 한 숟가락에 몇 시간 전만 해도 스트레스받던 나의 마음이 눈 녹듯이 사라진다. 이제야 어제 와이프에게 사줬던 예쁜 꽃이 내 시야에 들어온다. 결혼 후에도 여러 번 꽃을 선물했지만, 이번 꽃은 색감이 장난이 아니다. 매일 가던 꽃집을 어제 처음 꽃집을 바꿨는데, 당분간 이 꽃집을 자주 갈 것만 같다. 이전 꽃집은 뭔가 친절한 것 같으면서도 뭔지 모르게 그 공간의 공기가 차가웠다. 갈 때마다 마음이 100%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지 못해 뭔가 아쉬웠는데, 그 애매했던 10%를 이 꽃집이 채워준 것만 같아 기분이 좋다.
나는 어릴 때부터 수필 쓰는 것에 소질이 있었다. 신기하게도 학교를 다닐 때나, 성인이 돼서도 수필을 쓰는 대회에 글을 제출하면 신기하게도 몇 번 수상을 하기도 했다. 내가 쓰는 수필에는 좀 더 사실적인 느낌이 많이 들어가서 더 공감이 되나 보다 싶다. 나는 그렇게 편하게 글을 쓰는 것을 사랑한다.
8월 초 여름휴가를 다녀와서 회사에 오니 은근히 할게 많았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도 머릿속의 생각은 회사 일로 가득했다. 그런 중간중간에도 나는 집에 돌아와 노트북을 열고 브런치를 로그인했다.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이 아쉬워 뭐 하나라도 글로 남기고 싶었으니까. 내가 머리가 복잡해서 그랬을까. 커피 한잔을 딱 마시고 글을 숨 쉴 틈 없이 막 쓰다가도, 글의 끝을 맺는 것이 갑자기 어색해져 버렸다. 그러다 글을 '발행'하지 못하고, '저장'해 두었다. 그렇게 서랍 속 글을 쌓여만 갔다. 어느 날은 글을 막 쓰다가 갑자기 머리가 띵해지기도 하고, 글을 쓰던 도중 이런 글을 발행해도 될까 싶어 글을 지우기도 했다. 내가 쓰는 주제를 사람들에게 이해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니, 글을 쓰는 게 두려워졌다.
그러다 오늘 오후 라면을 먹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