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해 Aug 20. 2021

오후반차 쓰고 집에 와서먹는 라면 맛이란...

금년부터 회사에 반차라는 제도가 생겼다. 이전에 와이프가 반차를 쓸 때마다, 반차를 쓰는 게 너무나도 부러웠다. 회사를 안 가고 싶은 건 아닌데, 그래도 절반만 가고 싶은 날이 있으니까. 뭔가 오후 반차는 그래도 내가 해야 할 일을 어느 정도 해놓고 나온 상태라 마음이 덜 불편하다. 그렇게 나는 치과진료가 있는 날엔 오후 반차를 쓴다. 오늘이 치과진료 마지막 날이라는 것이 뭔가 아쉽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

30대의 내 몸뚱이


나는 평소에 그렇게 음식을 많이 먹지 않는다. (사실 사람들은 좀 많이 먹는다고 한다;;;) 살이 1kg, 1kg 찌더니 어느새 3년 사이 내 몸무게는 10kg가 늘어나 있었다. 그런데 10kg 늘어난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더 놀랍다. 이 몸무게를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하나도 없으니까 말이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나면, 바닥이 나에게 누우라며 부른다. 나 또한 우리 집 바닥이 원하는 것을 들어줘야만 직성에 풀린다.


결혼 전, 즉 3년 전 나는 지금 내 몸뚱이를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3년 전만 하더라도 회사 퇴근 후, 언제나 활력을 넘치게 운동을 했기 때문이다. 최근 체인지그라운드라는 유튜브 채널을 보니, 30대에 체력을 잃어버리면 큰일 난다는 영상을 봤다. 나 또한 운동을 통해서 체력을 향상해야 하는데, 홍상, 영양제 등을 몸에 때려 넣으면서 체력을 유지하려다 보니 쉽지 않다. 그래서 양심에 찔려 ABC 주스를 주문했다...





오후 반차 후,

집에 와서 라면을 끓였다.


점심에 먹는 건 괜찮다고 했다. (뭐 누군가 그랬던 것 했다;;) 또 점심에 와서 먹는 라면은 포기할 수 없지. 금상첨화인 건, 어제 와이프가 쓱배송으로 자기 전 주문한 김치가 집 대문 앞에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집을 들어오자마자 에어컨을 켜고, 냄비에 물을 부어 물을 끓였다. 어느 순간엔가 오후 반차 후, 집에 와서 라면을 끓여먹는 것이 나의 반차 루틴이 되어 버렸고, 그 라면에 한 주간의 위로를 받는 나를 발견했다.


"하... 행복하다"


라면 국물 한 숟가락에 몇 시간 전만 해도 스트레스받던 나의 마음이 눈 녹듯이 사라진다. 이제야 어제 와이프에게 사줬던 예쁜 꽃이 내 시야에 들어온다. 결혼 후에도 여러 번 꽃을 선물했지만, 이번 꽃은 색감이 장난이 아니다. 매일 가던 꽃집을 어제 처음 꽃집을 바꿨는데, 당분간 이 꽃집을 자주 갈 것만 같다. 이전 꽃집은 뭔가 친절한 것 같으면서도 뭔지 모르게 그 공간의 공기가 차가웠다. 갈 때마다 마음이 100%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지 못해 뭔가 아쉬웠는데, 그 애매했던 10%를 이 꽃집이 채워준 것만 같아 기분이 좋다.


안양 꽃집 '벨피오레'




뭘 써야 좋을까?

'쓰다', '말다'를 반복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수필 쓰는 것에 소질이 있었다. 신기하게도 학교를 다닐 때나, 성인이 돼서도 수필을 쓰는 대회에 글을 제출하면 신기하게도 몇 번 수상을 하기도 했다. 내가 쓰는 수필에는 좀 더 사실적인 느낌이 많이 들어가서 더 공감이 되나 보다 싶다. 나는 그렇게 편하게 글을 쓰는 것을 사랑한다.


8월 초 여름휴가를 다녀와서 회사에 오니 은근히 할게 많았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도 머릿속의 생각은 회사 일로 가득했다. 그런 중간중간에도 나는 집에 돌아와 노트북을 열고 브런치를 로그인했다.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이 아쉬워 뭐 하나라도 글로 남기고 싶었으니까. 내가 머리가 복잡해서 그랬을까. 커피 한잔을 딱 마시고 글을 숨 쉴 틈 없이 막 쓰다가도, 글의 끝을 맺는 것이 갑자기 어색해져 버렸다. 그러다 글을 '발행'하지 못하고, '저장'해 두었다. 그렇게 서랍 속 글을 쌓여만 갔다. 어느 날은 글을 막 쓰다가 갑자기 머리가 띵해지기도 하고, 글을 쓰던 도중 이런 글을 발행해도 될까 싶어 글을 지우기도 했다. 내가 쓰는 주제를 사람들에게 이해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니, 글을 쓰는 게 두려워졌다.



그러다 오늘 오후 라면을 먹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아, 그냥 마음 가는 대로 글을 쓰자"

이전 07화 회식을 하고 오면 육개장 사발면이 당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