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라는 조잡한 감정

속지 말아야지. 내 것은 내 것이니까. 남의 것은 내 것이 아니니까

by 박민우
20210320_184639.jpg 태국 깐짜나부리 글램핑장

태국도 이제 서비스 경쟁이라는 걸 하는군요. 저는 태국의 이마트인 BIG C에서 처음으로 계산대 안내를 받아요. 덜 혼잡한 곳에 줄을 서라는 거죠. 줄 배정만 따로 하는 사람을 뒀더군요. 캬아, 대단한 발전이에요. 아무리 급해도 서두르지 않는 태국 사람들이 변했다는 증거죠. 원래 서던 줄에서, 옆 줄로 옮겼어요. 프로 안내인이 하라는 대로 해야죠. 하아,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원래 줄이 더 빨리 주는 거예요. 따지고 싶어요. 무슨 일을 이따위로 하냐고요. 그래요. 신용 카드가 버벅되는 걸 어쩌겠어요? 채소를 그냥 담아온 아주머니를 누가 혼내겠어요? 무게를 재고, 가격표를 붙여야 한다는 걸 누구는 모를 수도 있는 거죠. 잘해보려고 했지만, 결과만 안 좋아졌어요. 저는 누구에게 화를 내야 할까요? 참 재밌어요. 결국 계산을 끝내고 나니까 30초? 길어 봤자 1분 늦어졌어요. 그 1분이 3분이 됐다면, 저는 좀 더 심각한 타격을 받았을 거예요. 그깟 3분이라뇨? 도둑맞은 3분인데요. 3분이면 유튜브로 신곡 하나를 제대로 들을 수 있어요. 빡세게 운동하면 온 몸이 땀으로 흥건해지는, 그런 3분이라고요.


거짓말이에요. 3분 그 자체는 저를 화나게 하지 못해요. 너 때문에 3분을 허비했다. 그 지점에서 짜증이 나는 거죠. 그깟 3분이 뭐라고요. 이런 사소한 것들로도 감정이 들쭉날쭉한다는 것 자체에 화가 나요. 한편으로는 행복이란 감정이 대단히 조잡한 감정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해요. 집을 팔았더니, 그 집값이 오르면 화병에 미치죠. 주식도 마찬가지죠. 팔았으니 내 것이 아니지만, 사람 마음이 그런가요? 안 팔고 계속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었어요. 그 잠깐을 못 참고 팔아 버린 자신에게 화가 나요. 나보다 공부를 못했던 친구가 재수를 해서 명문대를 가면, 종일 일이 손에 안 잡혀요. 나보다 계속 못나야 순리인 거니까요. 왜 갑자기 신분이 뒤바뀐 걸까요? 나는 아무 잘못도 한 게 없는데요. 성형 수술로 인생 역전한 것들도 다들 신고해야 해요. 아무것도 안 고친 사람에겐 왜 혜택이 없죠? 누구는 고칠 줄 몰라서 안 고치나요?


'내 것일 수도 있었다'가 평온한 일상을 들쑤셔 놔요.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억울해요. 내 것일 수도 있는 것들을 차지한 친구가, 친척이, 경쟁자가 너무나 미워요. 나에게 와야 할 것들이 제대로 오지 않는 세상도 못마땅해요. 나에게 와야 제대로 된 세상이죠. 나의 노력과 나의 태도는 대접받아 마땅해요. 왜 그걸 세상은 몰라주냔 말이죠. 압구정 현대 아파트가 폭등하는 것과 나는 전혀 상관없지만, 그 아파트 화장실 한 칸 살 돈도 없지만, 화가 나요. 입이 바짝바짝 말라요. 빚을 내서라도 사놔야 하는 거 아닌가? 오른 아파트 가격에 아무 생각이 없으면 등신 아닌가?


-절대로 내 것이 될 수 없었다. 그래서 내 것이 아니다.


이 감정이 진짜 내 것이에요. 대신 내 것은 확실하게 내 것이에요. 누군가는 내 것을 또 탐을 내겠죠. 내 것만 내 것이에요. 이 단순한 걸, 참 어려워해요. 더 예뻐진 친구가 있으면, 이젠 그 친구가 더 예쁜 거예요. 나보다 공부를 못했던 친구가 어떻게 평생 더 공부를 못해야 하나요? 아무런 근거도 없는 논리도 자신을 괴롭혀 봤자죠. 그때 의대를 갔어야 해. 점수도 남았지만, 공대를 가서 회사원이신가요? 대신 의사가 받는 스트레스는 안 받고 살잖아요. 의사로서의 삶을 속속들이 아는 것도 아니잖아요? 이제 그만 놔주세요. 내 것이 될 수 없었으니까, 내 것이 아닌 거예요. 나는 절대로 그 사람이 될 수 없어요. 나만의 길을 갈 뿐이죠. 대신 미래는 활짝 열려 있어요. 가장 원하는 사람이 되면 돼요. 그게 쉽냐고요? 과거의 자신을 원망하고, 누군가를 샘내는 것보다는 훨씬, 훨씬 쉽지 않나요? 페이스북에서 보니까 누군가의 아버지는 나이 예순이 넘어서 의사가 됐다던데요? 이제 새롭게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따는데 너무 늦은 나이는 없어요. 일흔 살에 의사가 되는 시대도 곧 옵니다. 두고 보세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우리는 매일매일 조금씩 죽어갑니다. 대신 글이 하나하나 남아요. 글은 살아남고, 저는 조금씩 세상의 먼지로 닳아지고. 이 신비로움을 감사하며, 매일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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