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소래 포구를 보러 간 바보
(2018년 푹푹 찌는 한 여름의 기록입니다)
숙소 어플 ‘여기 어때’를 보며 7,8만 원대 숙소를 검색한다. 15만 원으로 이틀을 자야 한다. 기준은 조식. 조식이면 된다. 소래포구 폴로 호텔은 무조건 조식을 주는 거의 유일한 인천의 7만 원대 숙소다.
욕조가 있는 방은 흡연실뿐입니다.
냄새는 크게 안 날 거라고 했다. 6층 흡연실 방은 냄새가 많이 났다. 다시 내려와서 욕조 없어도 된다고 했다. 욕조가 없는 7층의 방은 대신 사우나 기계가 방 중앙에 있다. 안 하면 손해니까 78도로 맞춰놓고 땀을 흘렸다. 방구석엔 진짜 풀들을 심어 놓은 화단이 있다. 풀들 아프지 말라고, 인공조명까지 따로 달아 놨다. 모텔, 모텔, 모텔의 숲에 갇혀서, 풀들을 본다. 내 방의 풀들이 열심히 자라는 동안, 새로운 모텔이 저만치서 올라간다.
마스크팩과 폼 클랜저와 여성 청결제가 있다. 남자용 여자용 샴푸, 샤워젤, 스킨, 로션이 따로다. 아이폰, 갤럭시 충전 케이블도 있고, 공짜로 주는 생수는 세 병이나 된다. 헛개수랑 레츠비까지 있다. ‘여기 어때’ 숙소 어플에서 평점 9.9점인 곳이다. 내가 놀라워하면, 호텔 폴로의 전 직원은 무척이나 기뻐할 것이다.
아주 약간 포구가 보고 싶어 졌다. 이토록 많은 모텔과 호텔이 있다. 당신의 청춘! 옷 가게 이름이다. 중장년 층을 위한 화려한 색감의 옷들이 걸려있다. 간판에 계속 눈이 간다. 검은색 바탕에 흰색의 궁서체로 당신의 청춘. 생략도 있고, 여운도 있다. 사장님이 시인인가 봐. 청춘들은 안 오는 옷가게니까, 그게, 바로, 시.
모텔만 지나면 방파제도 있고, 멀리 등대도 보이고, 밀당하는 파도도 있겠지. 해물탕집, 해물 칼국수 집, 새우 튀김집, 문 닫은 카페, 여관, 시장을 지나친다. 혼자인 여행자는, 돈 되는 손님이 못된다. 걷는 내내 미안하다.
소래 포구다. 지도 어플만 믿고 왔다. 개천이었다. 수도권 공원 어디에나 흐르는 하천보다 훨씬 안쓰러운 개천, 개천 같은 바다가 죽은 듯 고여 있다. 배가 보이고, 갈매기가 보이니까 한참 나가면 뻥 뚫린 바다겠지. 눈앞은 시름시름 개천과 쭉쭉 올라가는 아파트. 아주 작은 풍경을 바랐지만, 조금도, 없다. 떨이로 사가라는 소라들이 뭉텅이로 들린다. 이 풍경을 보러 온 등신은 딱 나 혼자고, 떨이로 팔려는 사람은 넷. 나는 그저 미안하다.
밤에 블로그에 긴 댓글이 달렸다. 나를 아끼는 오랜 독자다. 아픔까지 녹여내어 웃음을 주던 박민우는 어디 가고, 그저 쏟아내는 글을 쓰는 내가 있더란다. 어떤 서비스를 팔고자 했다면, 누구보다 매력적으로 사람 홀리는 그 필력으로 충분하셨을 텐데...
아, 맞다. 내가 인천에 온 이유는 ‘상처’였다. 다시, 상처를 돌아본다. 나를 지켜보던 이들 중, 뜨악했던 이들이 내게 준 진심 담긴 충고, 충고가 내겐 좀 아파서, 아파했다. 짐을 쌌다. 인천에 왔다.
왜 아프지?
들켰다. 들켜서 아프다. 구독료를 받습니다. 돈을 받아? 글을 쓰고? 젠장, 들켰어. 아니에요. 저, 여전히, 그런 사람이에요. 아픔을 녹여내서, 따뜻하게, 웃길 수 있어요. 추하다고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 나는 따진다. 속으로 따진다. 말로 화내는 건 큰일 날 일이다. 본전도 못 찾는다. 그러면서도 굳이 긴 댓글을 단다. 아등바등 내가 가여워서, 이해 좀 해 주세요, 쓴다. 그리곤 심장이 벌렁벌렁.
이제 자자. 그만 생각하고. 그렇게까지 조바심을 낼 필요가 있었을까? 조바심을 내면 좀 안 되나? 두 가지 감정이 싸운다. 얼마나 없어 보일까? 없어 보이면 안 되나? 두 가지 감정이 싸운다. 왜 내 마음을 몰라줄까?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나도 타인의 마음을 몰라준다. 가난한 글쟁이는 어찌 살아야 합니까?
이 순간이 중요하다.
이깟 글 안 쓰면 그만! 그러면 당신들에게 가장 큰 복수가 될 거야. 내 마음 한쪽이 이를 바득바득 간다.
이 순간이 중요하다.
글을 안 쓰면, 가장 큰 상처는 나다. 나는 나를 위해 쓴다. 예전의 나는, 이런 상황에선 도망갈 생각뿐이었다. 그냥 다 무섭다. 나도 역겹다. 더 추해지기 전에 숨자. 안 하면 그만, 숨으면 그만! 나 하나 먹고사는 거, 어렵지 않다. 아니, 어렵지만, 해낼 수 있다.
이 순간이 정말 중요하다.
내가 이 삶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줄 기회다. 약한 전압의 전기가 찌릿 가끔씩, 심장과 갈비뼈 사이를 관통한다. 보란 듯이 좋은 글을 쓰겠어. 가장 경계해야 할 감정이다. 보란 듯이, 누구 보란 듯이? 타인의 반응은 부분집합일 뿐. 불완전함에 의지하면, 불완전함은 영원하다. 그냥, 조금씩 잦아들기를 기다린다. 빗소리를 들으려고 창문을 여는 사람이 된다. 내 안의 잡음이 하나의 주파수로 모이고, 한참 고요한 내가, 갈 길을 간다. 쓴다.
정말 좋은 글을 써야 할 때가 오고 있다.
PS 매일 글을 씁니다. 작은 상처들을 모아서, 작은 기쁨들을 섞어서 써요. 우리 언젠가 본 적 있나요? 처음인가요? 반갑습니다. 버선발로 달려왔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읽어주세요. 저는 이렇게도 기쁩니다. 버선발이 아무리 더러워져도, 그게 안 보일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