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거 해줘

평소와 다르면 그건 뼈가 있는 얘기

by Jeoney Kim

남편이 점심을 준비한다.

소고기를 굽고, 새송이 버섯도 굽는다.


새송이 버섯은 점심 준비하기 직전에

집 앞에서 싱싱한 걸로 얼른 구해온다.

내가 버섯도 구워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달랑무를 한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작게

잘라서 접시에 먹음직스럽게 담아낸다.


냉동실에 있던 물만두랑 계란, 그리고

육수링을 넣고 뜨끈하게 먹을 국도 끓인다.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점심 상을 차리고, 밥 먹자고 나를 부른다.


난 그저 감탄하고 또 고마운 마음으로

맛있게 먹고 그릇을 깨끗이 비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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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되어 내 차례가 돌아왔다.

늦은 점심을 먹은 탓인지 뭐 때문인지

밥 생각이 별로 없다.


저녁 준비를 해야 하는 데 특별히

먹고 싶은 욕구가 없어 마냥 난감하다.


선물 받은 김자반이 너무 달아서

내 돈 주고 사 먹을 일은 절대 없을 것

같은 느낌이다. 우선 그걸 처리하자!


솥에 애매하게 남은 밥을 다 퍼서

전자레인지에 데우고, 볼에 담는다.


먹다 남은 김자반 가루를 털어 넣는다.

달랑무를 가위로 씹기 좋게 썰어낸다.

무청도 먹기 좋게 짧게 썰어낸다.


작은 스팸 한 통을 볶음밥 할 때처럼

칼로 잘게 썰어서 그대로 넣는다.

통조림은 익히지 않고 먹어도 괜찮다.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두르고, 깨도 뿌리고

밥주걱 두 개로 열심히 비비고 또 비벼본다.


오후에 생각할 땐 스팸도 볶아서 넣고

계란 후라이도 올리고, 검은 깨도 살짝 얹어서

보자마자 먹고 싶게 만들고 싶었는데.

그게 그냥 생각으로 끝나고 말았다.


어쨌든 큰 볼에 준비한 밥을 그릇에

덜지도 않고 숟가락만 2개 얹어

먹어 보자고 남편을 부른다.


조금 짜긴 하지만 그래도 맛은 괜찮다며

열심히 먹고 있는 남편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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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한 시간쯤 지났을 때,

남편 왈 - 나 내일 맛있는 거 해줘.


평소에

뭐 해달라 소리를 거의 안 하는 사람인데

뜬금없이 맛있는 거 해달라고 해서

뭐지? 싶었다.


뭐가 당기는지 물어봤지만

모른다는 답이 돌아왔다.


뭔지는 모르겠는데, 맛있는 거라. 어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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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려고 누웠는데,

남편이 슬며시 이야기를 꺼낸다.


저녁 먹을 때,

기분이 좀 상했었다고.


오전 내내 일에 집중하다가 버섯도

넣어달라는 내 요청에 그거 하나 사려고

갑자기 후다닥 급하게 뛰어갔다 왔다고.


거래처 연락 대응 다 하면서도

점심 준비에 소홀하지 않으려고 애썼다고.


그런데 저녁 상차림을 보니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그래서 마음이 조금 서글펐다고.


그래서 그렇게 뜬끔없이

맛있는 거 해달라고 말한 거라고.


화려한 게 아니라,

대충대충 하지 않은 음식을 원한다고.

정성 들여 만든 음식으로 존중받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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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듣는데, 미안해서

내 몸이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듣고 보니 많이 서운했겠네.

나 왜 전혀 생각도 못했지.

다시 생각해 봐도 서글픈 일이다.


미안하니까,

미안하다고 바로 사과했다.


그리고 맛있는 순대볶음을 약속했다.


특별히 원하는 음식이 있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냉장고에 있는 걸로

최선을 다해서 대접하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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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픈 마음,

그냥 참고 넘길까 하다가

이렇게 계속 쌓이면

결국에 크게 터질 것 같았다고.

고심 끝에 조근조근 말하는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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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터뜨리지 않고

시간이 많이 지나기 전에

조근조근 말해줘서 고맙다.


하루하루 서로 헤아리면서 살자.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