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한 팀이잖아?
남편이 저녁으로 냉장고를 털어 떡볶이를 만든다. 일하면서 계란 삶다가 결국 계란이 다 터지고 만다.
멀티플레이어가 잘 안 되는 대신 집중할 땐 극단적으로 몰입하는 유형의 사람. -> 남편.
속상한 마음을 차분히 누르고 이번엔 전자레인지로 계란 삶기를 시도한다. 하지만 또 계란이 터지면서 폭탄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난다. 본인도 놀라고, 나도 저쪽 방에서 일하다가 남편이 지르는 비명 소리에 더 놀라서 주방으로 달려가 본다.
전자레인지 속 세상이 전쟁이라도 치른 것처럼 만신창이가 되어있었다. 남편의 얼굴을 보니 영혼이 가출한 표정이었다. 떡볶이를 태우지 않기 위해 주걱을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지만 온몸에 힘이 풀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고무장갑을 끼고 얼른 나섰다. 이건 내가 치울 테니 우리의 저녁, 떡볶이를 맛있게 만들어 달라고 했다. 나는 빨리 냄비만 후딱 닦아서 계란 4개를 꺼내어 다시 삶기 시작했다. 그리고 행주를 빨아 전자레인지 속 어지러운 세상을 하나하나 모두 훔쳐내었다. 행주를 빨아가며 다섯 차례 정도 반복했더니 말끔해졌다. 그 사이 계란도 아주 맛있게 익었다.
남편 왈: 나 때문에 지연이가 괜히 고생했네.
나 왈: 부부는 한 팀이잖아? 우리는 한 팀이니까!
원래는 엉뚱함의 끝판왕인 내가 이런 실수를 주로 하고 남편이 달려와 상황 파악 후 조용하고 신속하게 일을 마무리하곤 했었다.
다 치우고 나서 처음으로 든 생각은, 10년 같이 살다 보니 참 별 걸 다 닮아가네 싶다. 남편은 나의 엉뚱함을 닮아가고 나는 그의 차분함을 닮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