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순수한 여행지 정보
주말을 맞아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을 휙 다녀온 후 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반면, 아무리 먼 곳을 다녀와도 산책을 하고 온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여행과 산책은 엄연히 다르다. 목적지와의 거리의 차이일까? 운송수단 때문일까?
우리는 여행자가 여행지를 평가하는 기준을 크게 두 가지로 본다.
첫 번째, 일상과의 다름.
여행자는 자신의 일상과 여행지를 비교해서 본다. 자신의 일상과 비슷한 여행지에서는 친근함을 느끼고, 이질적인 곳에서는 낯섦을 느낀다. 즉, 여행지가 일상 속에 포함되어 있다면, 그곳은 더 이상 여행지가 아니게 된다. 물론, 일상 속에 포함되어 있는 공간이라도 여행자가 못 알아볼 정도로 환골탈태하였거나 여행자의 마음가짐이 새롭다면 그곳을 여행지로 인식하기도 한다.
두 번째, 여행지에서의 소통.
여기서 말하는 소통은 사람 간의 소통뿐 아니라, 자연과의 소통, 분위기와의 소통 등 감각을 이용한 모든 행위를 말한다. 일상과의 비교를 통해 여행지의 큰 그림을 그린다면 이 소통들을 통해 그 여행지의 인상을 만들어간다.
우리는 여행자의 두 가지 여행지 평가기준을 생각하며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다.
여행은 일상의 루틴에서 벗어나 체험과 소통을 하는 것이고, 여행자는 여행을 통해 자신이 수집한 체험 정보들을 바탕으로 머릿속에 여행지의 데이터를 형성한다. 여행을 결심하는 순간부터 돌아와서 까지 접했던 수많은 관련 정보들은 이 여행지 데이터 형성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형성된 여행지의 데이터들은 작게는 지인들에게 구전되거나 혹은 소셜미디어 등의 온라인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공유되기도 하는데, 여기서 별점이나 리뷰시스템이 주로 사용된다. 별점과 리뷰시스템은 매우 극명한 장단점이 있다. 명확하고 간결하여 누구나 쉽고 직관적으로 여행지에 대한 가치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장점이지만, 몇 가지 가치 기준에 의해 등급이 매겨지는 섬세하지 못한 구조라는 단점이 있다. 특히나 가장 큰 맹점은 가치판단 위주의 결과를 보여주는 과정에서 데이터의 해상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점이다. 병산서원 만대루의 마루에서 느끼는 편안함과, CGV 좌석의 편안함을 똑같이 별 5개를 준다면 너무 아쉽지 않을까? 더 나아가, 한국에서 자란 10대 학생과, 외국에서 온 90세 노인이 만대루에서 느끼는 편안함은 다르지 않을까? 많은 요인이 배제된 주관적인 평가들이 객관적인 데이터처럼 읽히다 보니 별점 테러나 리뷰 테러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쉬운 구조이다.
우리는 여행지에 대한 가치판단이 아닌, 어떠한 사람이 어떤 곳에 왔고, 어떤 사람들과 소통을 했고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가 여행지를 표현하는 더욱 순수한 정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가 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