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comfort zone에서 나를 별나게 만들자!
어느 날 친구의 집에 놀러를 갔다. 밥을 먹고 그림을 그리자고 했다. 아크릴 물감을 처음으로 접한 순간이었다. 그전까지 그림은 정말 그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만이 그릴 수 있는 대단한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날 붓을 잡은 순간 내 세계에서 자유로움이 펼쳐졌다. 내가 붓을 어디로 휘두르든 자연이 되고, 인물이 되고, 추상화가 되어 내 세계관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너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나아가 ‘나도 그림을 그릴 수 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하고 늘 무료하게 달래던 시간에 식탁에 앉아 새로운 취미인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오일 파스텔의 미끄러우면서도 거친 질감을 나타낼 수 있는 묘한 매력을 느껴보고, 그다음엔 차차 물감을 다루기 시작했다. 어느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단 사실이 너무 뿌듯했다. 무엇보다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그리고 있으면 어느새 4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내가 몰입해 있었다. 그 정도로 행복했다. 살면서 몰입이라는 것을 처음 느껴보았다. 공부도 이렇게 몰입해서 한 적이 많이 없으니 말이다. 그림을 그려 완성품을 낼 때마다 자존감이 올라갔다.
그렇게 그림을 배우고서 나는 내 안에서 조금 더 벗어날 수 있었던 것 같다. 도전을 좋아하는 나는 아크릴 물감으로도 그림을 그려보고, 은은하게 색이 융화되어 번지는 유화의 매력에 빠지기도 했다. 꽃도 그려보고, 풍경도 그려보고, 인물화도 그려보고, 정물화도 그려보고 , 추상화도 그려보았다. 어떤 틀에 규정되거나 구속되지 않고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자유로운 영혼인 나는 추상화가 제일 잘 맞았다. 내가 미술을 전공했다면 ‘잭슨 폴록’처럼 흩뿌리기 기법으로 나의 지금을 고통을나타냈을 것이다.
누구든 고통을 승화하고 배설하는 무엇인가가 꼭 필요한 것 같다. 그게 나에겐 있어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인 것 같다. 타자기 소리가 들릴 때마다 희열이 느껴지고, 그림을 그리는 순간순간이 너무 뿌듯하다. 나는 예술가로서의 기질을 타고난 것 같다. 무엇이든 자기가 즐거워야 그 분야에 뛰어난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것 같다.
주말 동안 ‘흑백요리사’를 너무 재미있게 보았다. ‘흑백요리사’에 출연하는 사람들의 개성이 다 너무 다른 점이 묘미였다. 만화를 통해 요리를 배운 사람, 자신의 요리법을 고집하며 다른 사람의 의견 수용이 어려운 사람, 리더십이 뛰어나서 요리에 의문을 품는 사람을 안심시켜 주는 사람 등 모두가 너무나 달라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성이 프로그램을 김밥 위에 참기름을 듬뿍 칠하듯더욱 재미있게 빛 내주었다. “너무 엄격하게 평가하는 것 아니야?”라고 미슐랭 셰프가 말하니 최현석 셰프가 이렇게 말했다. “최고가 되고 싶으면 우리도 저 자리에 가기 위해 노력하면 돼. 그만큼 실력이 되니까 평가할 만하지.” 자신보다 후배인 심사위원을 존중해 주는 너무나 멋진 태도였다. 최현석 셰프도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사람인데, 방송에서도 알아주는 이유가 있다 싶었다.
무엇이든 그냥 잘해서가 아니라 “유별나게” 잘해야 성공할 수 있는 세상인 것 같다. 눈을 감고도 정말 어떤재료가 들어가고, 냄새만으로도 어떤 재료가 쓰였는지 알아내는 그 예민하고 세심한 별남이 있어야 무엇이든 성공할 수 있는 것 같다. 그 ‘유별함’을 가지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사람들은 높은 자리에 올라가기까지 그 유별남을 '별나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을 의식하지 말고 자신만의 '별남'을 밀어붙이고 나아가는 끈기도 필요하다. 내 인생이니까 그 별남을 특기로 삼아 가야 한다. 남들을 의식해서 그 유별난 것을 감추거나 평범함이 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별남은 자신만이 가진 재능이다!
나도 나만의 안락한 구역(comfort zone)을 찾기 위해 시작한 미술이지만, 이제는 유별나게 잘하고 싶다. 나의 질풍노도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먹물을 가득 머금고 휘갈기듯 시작한 글쓰기이지만, 점차 다듬어져 사람을 울리는, 인생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글이자 따뜻한 글을 쓰고 싶다.
그 별남을 위하여 오늘도 나아간다. 인성은 둥글둥글 세상의 가르침을 통해 다듬어가지만, 나의 재주는 무엇인가 뾰족하게 만들어야 그 섬세함으로 특별해질 것 같다. 그 "별남"은 ‘나다움’을 더욱 만들어 줄 것이다.
(최근 5개월 내내 마음고생을 했더니, 그게 몸으로 나타나 입이 부르트고 온몸에 힘이 다 빠지고 아무것도 못할 정도가 되었다. 몸살이 크게 났나 보다. 이혼이라는 아픔은 인생에 "주홍 글씨"처럼 가슴에 각인을 매일매일 시켜 파고드는 것 같다. 이 아픔에서 얼른 벗어나기 위해 글과 그림을 더 열심히 쓰고 그린다. 그래도 나 혼자만의 원고와 도화지가 아니라 누군가와의 아픔과 슬픔을, 교훈과 따뜻함을, 감동과 재미를 소통하는 작품을 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별난 예술가"가 되는 그 날까지! 그리고 이혼의 아픔을 잊는 그 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