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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밴쿠버 딸기아빠 Sep 29. 2019

5. 40대 아재 캐나다 직업학교에 가다. - 3편

학교 생활

이전 글들을 통해 BCIT의 Trade 코스에 대한 '입학 준비'와 '입학'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학교생활'에 대해서 간략히 이야기해 보겠다.


1. BCIT 학생의 일과


Trade로 분류되는 직종은 대부분 오전 7시에 출근해서 오후 3시에 퇴근한다. 그래서 학교 수업도 이런 근무 스케줄에 맞춰 오전 7시 30분에 시작해서 2시에 끝난다. 15분 간의 Coffee Break가 두 번 있고, 30분 간의 점심시간이 있다. 이 시간 외에는 계속해서 수업만 한다. 한국의 대학처럼 공강 시간 같은 것은 없다.


원래 아침형 인간인 사람에게는 정말 최적의 스케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루 일과가 끝났는데 2시(일할 때는 3시)라니! 매일같이 얼마나 여유로운 오후를 보낼 수 있겠는가? 반면에 나 같은 올빼미형 인간에게는 좀 괴로운 스케줄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역시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다. 아침에 일어날 때가 좀 괴로워서 그렇지 역시 일과 후에 너무나도 여유로운 오후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어쩌면 이것이 Trade 쪽에서 일할 때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일 것 같다.



2. Electrical Foundation 코스에서는 어떤 과목들을 배우게 되나?


Trade 코스는 다른 대부분의 대학 수준 과정처럼 수업을 선택해서 스스로 시간표를 짜야하는 일은 없다. 정해진 과목들을 정해진 스케줄대로 듣는다.

24주의 코스 동안 총 10개의 과목을 배우게 되는데, 이 과목들이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한 과목씩 진행된다. 예를 들어, 코스의 처음에는 Applied Mechanics라는 이름으로 기초수학과 물리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는데, 2주간 하루 종일 이 과목 만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한 과목 씩 수업을 진행하고, 평가도 각 과목이 진행되는 동안의 Quiz와 끝난 후의 Final을 통해 끝낸다. 하루 종일 같은 과목만 붙들고 있다 보면 좀 지루한 것은 사실이지만, 공부하고 평가를 받기는 훨씬 편한 방식이다.(가능한 많은 학생들을 pass 시키기 위해 이런 방식으로 진행하는 듯하다)   


아래가 Electrical Foundation Course에서 배우게 되는 과목들의 목록이다.



각 과목별 평가를 통해 70점 이상을 받지 못하면 탈락하게 된다. 어떤 과목에서 과락을 맞든 거기서 코스 전체가 끝이다. 하지만 어지간해서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 시험의 수준은 수업만 충실히 따라 하면 누구나 pass 할 수 있는 수준이며, 실기평가도 그다지 까다롭지 않은 편이다.(그렇다고 수업이 부실하다거나 대충대충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모든 과목은 각 반의 담임 선생님(instructor) 한 명으로부터 배우게 된다. 과목 별로 다른 담당 선생님 같은 것은 없다. 



3. 교육의 내용과 질


교육은 크게 이론, 실험, 실습의 세 방향으로 진행된다. 이론으로 배운 기초 지식에 대해 실험을 통해 확인을 하고, 실습은 실제로 취업 후에 하게 될 일에 대해 배우게 된다.  Instructor들이 모두 2~3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electrician들이기 때문에 실습수업의 질은 매우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반면에 이론 수업은 좀 지루한 편이다.


교육 과정 중에서 가장 재미있으면서도 실용적인 과목이 Wiring Methods이다.  SHOP이라고 부르는 실습장에서 각종 배선 방법에 대해 직접 실습을 해 보고 그에 대한 평가를 받는다. 아래의 사진들이 모두 shop에서 실습을 통해 만든 나의 작품(?)들이다. 



9개의 박스와 파이프로 연결되어 있는 판에 다양한 방식으로 램프와 스위치, 플러그 들을 연결해야 한다.



 EMT라고 하는 배선용 파이프를 자르고, 휘고, 연결하는 실습도 한다. 실습 중에 가장 힘들고 까다로웠다. 하지만 익혀두면 현직에 나가서 매우 유용한 스킬이다. 현직에서는 학교에서처럼 찬찬히 이것저것 연습하며 배울 기회는 좀체 없다.

  


BX라고 불리는 케이블을 이용하여 배선 실습을 한 사진이다.

  


실습장(shop) 안에는 '콘도(condo)'라고 부르는 공간이 있다. 신축 중인 아파트 공사현장을 재현해 놓은 곳인데, 이 안에서 외부 전력을 끌어와 panel(배전반)을 설치하고 가구 내의 각 장소까지 필요한 전선을 연결하고 스위치와 플러그, 전등, 화재경보기 등등을 설치하는 작업을 실제와 동일하게 해 볼 수 있다. 


콘도에서는 Wiring Methods 시간에 실습을 한 번 해 보게 되고, 코스 수료 직전에 다시 주어진 도면을 읽고 Canadian Construction Code에 맞춰서 모든 배선과 설치를 하는 작업을 최종 프로젝트로 수행하게 된다. 



4. 학업의 강도


학업의 강도는 높은 편이라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 이론 수업의 경우 특히 진도가 빠른 편이 아니다. 아무래도 이 코스에 참가한 학생들의 학업 능력이 대체로 높은 편은 아니다 보니, 이들이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천천히 진행하는 것 같다.(사실 진짜 대학 수업처럼 빡빡하게 진행한다면 3~4개월에 끝낼 수 있는 코스인 것 같기도 하다.)


수업 중간에 worksheet 등을 통해 자습할 시간도 충분히 준다. 따라서 수업 시간에만 집중한다면 별도로 시간을 할애해서 하교 후에 공부해야 할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1등이나 좋은 성적을 목표로 한다면 좀 이야기가 달라지긴 한다)



5. 기타 사소한(?) 부분들


1) 통학

BCIT의 등록금에는 U-Pass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U-Pass란 일종의 대학생용 월정액 교통카드이다. 등록금에 포함해서 의무적으로 6개월 치를 납부하고 나면 학교 다니는 6개월 간은 이 카드로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고마운 카드이다.  반면에 대중교통으로 통학하기 어려운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이중의 부담이 된다. 나의 경우에는 자차로 통학을 하면 15분이 걸리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한 시간이 걸리는 곳에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U-Pass 비용을 다 냈음에도 불구하고 자차로 통학을 하고 있으며, 기름값은 물론이고 하루에 $5.25씩 주차비도 꼬박꼬박 내고 있다.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학생들이 이렇게 하고 있다.


2) 점심

Electrical Training Centre에는 작은 카페테리아가 있다. 점심은 이 곳에서 사 먹어도 되고, 다른 건물에 있는 시설들을 이용해서 사 먹어도 된다. 도시락을 싸오는 학생들도 많다. 사 먹는 학생들과 도시락을 싸오는 학생의 비율은 대략 반반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3) 의료보험

등록금과 함께 약, 치과, 안경 등에 대한 의료보험 비용도 함께 납부하게 된다. BCIT Student Association의 Group Plan에 가입하게 되는 것이다. 이미 다른 보험을 통해 cover를 받고 있다면 opt out 해서 비용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보험이 없다면 매우 저렴한 가격에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좋은 보험이다. 본인뿐만 아니라 저렴한 비용에 가족도 추가할 수 있으니, 보험이 없다면 적극 활용할 부분이다.



이상으로 BCIT Electrical Foundation 코스의 학교생활에 대하여 간략히 정리해 보았다. 배우는 내용에는 차이가 있겠으나, 다른 Trade 코스의 경우에도 학교생활은 대동소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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