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롱할영 Jan 02. 2024

왜 주말 부부 안 하냐고요?

서울을 벗어날 결심

연휴 내내 가는 곳마다 바다가 있었다. 카페를 가도 바다가 바로 옆에 있고, 공원을 가도 바다와 연결되는 거제에 살게 된 건 아직까지 매일이 신기하다. 7년의 연애 기간 동안 여행을 2번 밖에 떠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던 우리가, 이렇게 매일 여행하듯 살게 될 줄이야.


교도관인 그의 스케줄 근무는 연휴에 쭉 같이 쉴 수 있는 때가 많지 않았고, 대직자가 없이 혼자 해내야 했던 나의 업무는 좀처럼 연차를 사용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우리가 여행을 떠나려면 그가 동료들에게 스케줄을 바꾸어줄 수 있는지 확인이 필요했고, 나 역시 그가 가능한 일정에 맞추어 연차를 사용해야만 갈 수 있어 여행 한 번 한 번이 아주 소중했다. 그렇게 어렵게 떠난 여행이 제주와 강릉. 바다를 유달리 좋아했던 내게 그와 떠난 그 두 번의 여행은 두고 두고 사진을 꺼내 볼 만큼 행복한 기억이 되었다. 자주 떠나지 못해서 더 행복한 그 시간들을 우리는 곱씹었다.


그를 따라 내려가겠다는 내게 사람들은 많이들 말했다. "주말 부부하지, 왜 일도 포기하고 같이 내려가려 해?"라고. 직장인 9년 차, 대리 3년 차로 일하며 한창 커리어가 쌓이던 때였으니 당연했다. 새로 맡은 업무도 적응을 잘 하고 있었고, 조금씩 인정도 받았다. 내 일에 대한 자부심도 커지고 있었다. 왜 생각해보지 않았겠는가. 그가 기차가 다니는 곳으로만 발령이 났어도 주말 부부를 택했을 지도 모른다. 편도로 5시간이 걸리는 곳에 가게 되었으니, 설령 그가 스케줄 근무가 아닌 평일 근무로 바뀌게 되더라도 매주 주말마다 서로 왔다 갔다 하기에는 너무 먼 거리였다. 주말 부부가 아닌, 월간 부부가 되어버릴 게 뻔했던 신혼 생활을 생각하니 이건 아니다 싶었다. 연애 기간이 길다 하지만, 그간 그와 붙어 있을 수 있던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던 만큼 신혼에는 함께 살며 '부부'라는 공동체를 한껏 느끼고 싶었다.

게다가 나는 이 도시에서의 삶에 꽤 많이 지쳐 있었다. 8시까지 출근하려 6시 30분에 집을 나와 그 시간에도 가득 찬 지하철을 타는 것이, 하루에도 몇 십 건의 메일을 주고 받으며 다른 이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알리려 고군분투하는 것이, 화장실도 아껴가며 일 해냈건만 매출이 모자라다 탓하는 회사가, 그리고 다 알지도 못하면서 뒷말을 해 대는 사람들이. 그 모든 것에 싫증이 났다. 회사원의 삶만 생각하고 살았던 시간들을 한번 뒤바꾸고 싶었다. 잠시도 쉬지 않고 일을 해 왔던 내 시간들에 잠시 숨 돌릴 틈을 줄 때도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함께 지내는 온통 바다 뿐인 거제에서, 진정 내가 하고 싶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봐도 되지 않을까. 


서울에 있으면 자꾸만 누군가를 만나게 되고,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시간이 흘러가는 것 같았다. 이곳에서는 내 시간을 온전히 나에게 내어주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시간을 내어주는 삶을 살겠다. 파도 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이고 갈매기가 우는 곳에 눈을 돌려보면서. 걷고 싶을 때 걷고 먹고 싶을 때 먹으며 마음껏 나와 당신을 사랑하겠다. 여행하듯 산다는 말을 늘 곱씹으며 하루하루 누리면서 당신과 살겠다.

이전 01화 교도관의 아내가 된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