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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롱할영 Jun 04. 2024

남편이 다치고선 미안하다고 했다

그와 내가 힘든 상황을 이겨내는 방식

어느 날 아침에 출근한 지 얼마 안 되었던 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나 잘못한 거 있어."

조금 나아지고서야 찾은 바다

회사에서 체육대회를 하다 종아리 근육과 아킬레스건을 다쳤다며 병원에 입원을 한다고 했다. 평생 입원이라고는 해 본 적 없다던 그가 돌연 입원을 하게 되다니. 그보다 자신이 다쳐서 입원하는 것이면서 잘못한 거 있다는 말로 이 소식을 전한다니. 어이 없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웃음이 났다.


그렇게 그가 다리를 다친지 한 달이 되어가는 중이다. 처음에는 통깁스를 한 채로 목발이 없으면 이동이 어려웠던 그는 2주 간 병가 생활을 했다. 나는 출근을 해야 했는데, 목발을 짚어야만 움직일 수 있던 남편의 밥이 얼마나 걱정이었던지. 국물을 좋아하던 그였지만 국그릇을 옮기다가 다칠까 싶어 좀 식더라도 먹을 수 있는 덮밥이나 마른 반찬과 계란찜을 차려두고 가기도 했다. 사실 누워있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마땅치 않아서 자신의 밥 걱정에 퇴근 후에도 쉬지 못하는 나를 보며 미안해하던 남편. 나 혼자 퇴근 후 집안일을 도맡아 해야 했으니 순간 순간 욱하고 올라오는 때도 있었지만, 자신이 더 답답하고 힘들 것을 알기에 짜증을 냈다가도 이내 미안하다고 그의 발을 닦아주곤 했다.

그 와중에 어머님을 보내게 되었으니, 그의 마음이 얼마나 더 무너졌을까. 상 중인 상주가 목발을 짚고 다니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멀리서 오신 분들께 인사라도 드리고 싶어 목발을 짚고 이리 저리 이동하다 보니 발은 더욱 퉁퉁 불어갔고, 통증은 말할 것도 없었다. 목발을 짚고 있는 그를 보며 조문하러 오신 분들은 이와중에 다리는 왜 그러냐며 더 안쓰러워하셨다. 남편이 움직이기 힘들어지니 덩달아 함께 바빠지던 나였지만, 내가 할 수 있던 일은 남편과 함께 어머님을 잘 보내드리는 것임을 알았기에 그가 필요한 것들을 해 주려 했다. 이것이 부부의 의리지, 며느리로서 할 수 있는 일이지 하면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강해질수록 그의 옆모습만 봐도 눈물이 날 수 있음을, 그의 애처로움까지도 보듬고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어찌 시간은 또 흘러가서 그의 다리는 조금씩 회복이 되고 있다. 보조기를 착용하고서 걷긴 하지만 절뚝이면서나마 걸을 수 있는 그는 그간 하지 못했던 설거지를 하면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할게!"라며 한 달 간의 내 노고에 고마움을 표하고 있다. 나이 많은 남편이 이젠 아프기까지 해서 어쩌냐고 하고선 웃는 그에게 나이 많으니까 더 관리해야지! 나랑 오래 같이 살아야지! 하고 그를 한번 꼬집던 나. 힘든 순간들을 매번 이렇게 함께 농담 하면서, 그 일들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우리의 삶대로 또 살아나가면서 이겨나가겠지.


아프고 힘든 순간들에도 서로를 안으면 이겨낼 힘이 생기는 그런 부부가 되어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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