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롱할영 Jun 07. 2024

외지인으로 살면 외롭냐 묻는다면

연고 없는 지역에서 살아가는 신혼부부

돌연 거제에 와서 살게 된 나에게 오랜만에 전화 온 사람들이 묻는다. 외롭지 않느냐고. 심심하지 않냐고. 오늘도 들었던 그 질문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는데, 나의 대답은 "외롭지도, 심심하지도 않아요"였다. 남편과 나 둘 다 연고도 지인도 없는 이곳에 갑작스레 오게 되었지만, 아직까지 외롭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었다.

남편과 결혼 전, 그가 통영으로 발령이 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언젠가는 나도 갈 수 있겠다는 마음을 먹어와서였을까. 막연하게 생각해왔지만 진짜로 오게 되었을 때에는 내 가장 친한 친구이자 반려자는 남편이라는 생각을 더욱 믿었던 것 같다. 떨어져 살았던 기간이 있었기에 그와 함께 살아가는 일상이 모두 소중했고, 힘든 순간들도 같이 하면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든든함과 애틋함이 절로 더 생겨났다.


내가 이곳에서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외로웠을지도 모르겠다. 처음부터 일을 할 계획은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음악당에서 올해 음악제를 준비하는 바쁜 기간에 함께 일하게 되면서 새로운 분야의 업무를 적응해나가느라 사실 외로울 틈이 없었다. 더군다나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외지인인 나를 이리저리 통영을 소개시켜주며 맛집을 데려갔다가, 드라이브를 했다가 심심할 새가 없도록 함께 해 주었다. 매일 긴장하며 매출과 실적에 전전긍긍하던 때와 달리, 삶의 여유를 추구하는 동료들을 보며 내가 겪어왔던 직업과 회사의 세계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기도 했다. 내가 알고 있는 세계는 어디까지나 우물 안이었으니까.


지금은 또 교도관인 남편의 직장인 구치소에서 행정 인턴으로 근무를 하게 되었는데, 그의 직장 동료들과 함께 일하게 되면서 더 외로울 틈이 없어졌다. 새로 배우는 일들과 새로운 시스템, 그리고 남편에게 말로만 들어왔던 것들을 실제로 경험하게 되면서 다양한 직업군의 세계를 체험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하고 있다. 의지만 있다면 연고 없는 곳에서 살게 되더라도 새로운 기회는 찾아오기 마련이라는 것을, 심심하다는 말은 내가 새로운 것들을 마주할 용기를 내지 않고 있는 것임을 깨닫는 중이다.

연고 없는 지역에서 외지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늘 새로움으로 다가오는 일상이라면, 이렇게 살아가는 것도 꽤 괜찮은 것 같다. 남편과 함께 하기 위해서라면 언제 어디에서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지 그 변동성들을 받아들여야할 테니까. 그 속에서 외롭거나 고단하게 살지 않기 위해, 늘 새로운 변화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며 마음을 열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지.


거제살이가 외롭냐고, 심심하냐고 묻는 분들께, 언제나 "전혀요! 늘 새롭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내가 되기를 바라며.

이전 19화 남편이 다치고선 미안하다고 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