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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롱할영 Jun 11. 2024

남편을 따라, 교도소에 갑니다

올해의 두 번째 인턴기

남편을 따라 구치소에 가게 되었다. 말로 들으니 조금 이상한데, 함께 구치소로 출근한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남편의 일터인 구치소에서 계약직 공고가 있었고, 마침 일하던 곳에서의 계약이 끝날 즈음부터 일을 시작하기도 해서 지원을 했다. 교도관인 남편이 어떤 일을 하는지 말로만 들었을 뿐, 주변에선 처음 보는 직업과 일터인지라 미디어에서 보이는 모습들로 그의 직업을 상상하기만 해 왔다. 그런 그의 직업을 두 눈으로 볼 수 있고 그와 함께 출근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니! 지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내가 합격자가 아니었다. 예비 합격자로 안내를 받아서 같이 일 해 볼 기회는 없겠구나, 싶었는데 발표 후 일주일 뒤에 다시 연락이 와서는 기존 합격자가 취소 통보를 했다며 내게 그 순서가 돌아왔다. 뒤에 일정이 있던 것도 아니었던지라, 남편과 함께 출근도 할 겸 어떤 일을 하는 것인지 알아보면서 다니면 그의 직업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겠다는 생각에 출근하겠다고 말했다. 남편도 같이 다니면서 동료들의 얼굴도 익히고 하면 좋을 것 같다며 어떻게 교도관이 아닌 내가 함께 일할 수 있게 되었는지 신기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아침마다 남편을 따라 구치소로 오고 있다. 매번 남편을 내려주고 나는 나의 일터로 향했었는데, 이제는 함께 이곳으로 출근을 하게 되다니 참 기분이 묘했다. 생전 내가 구치소에서 일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건만 어쩌다 이곳에 출입을 하게 되었는지! 사실 남편에게 이야기를 듣다 보니 교도소 자체가 무섭지는 않았다. 수용자들이라고 해도 우리가 생각하는 흉악범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음주운전, 사기, 마약사범 등 다양한 죄명을 가진 수용자들이 구치소에 있다고 했다. 그리고 교도관도 아닌 내가 그들과 마주칠 일은 전혀 없을 거라고도.


종종 구치소와 교도소의 차이를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 나도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 대략적으로만 알고 있고, 정확하게는 몰랐다. 말하자면  구치소에는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이고, 형 집행 결정이 미결인 사람들이 구금되어 있다. 이곳에 있다가 형 집행 판결이 나서 신체적인 자유가 제한 받는 형을 받게 되면, 교도소로 수감되는 것. 그래서 구치소로 발령나는 것과 교도소에 발령을 받는 것은 업무적으로도 꽤나 많은 프로세스가 다르다고 했다. 가령 구치소에서 일하게 되면 재판 출석 등으로 인해 출정을 나가는 일이 많아진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실질적으로 교도관이 아닌 내게는 많은 권한을 줄 수는 없는 터라, 특별한 일이 떨어지지는 않을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수용자들의 정보를 쉽게 알아서는 안 되는 민간인이기도 한 위치여서 단순 업무들이 내게 주어질 거라고. 남편에게 대략적으로 들었던 터라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일하게 될 과에서는 개인 정보를 많이 다루기도 해서 보안이 철저해야 했다. 그나마 직원의 가족인 터라 혹시나 하는 보안 관련 위험은 줄어들 수 있겠다며 다행이라 하셨던 걸 보니 어떤 사람이 오게 될 지에 대해 많이들 궁금해하셨던 것 같았다.

아주 미미하게나마 남편의 직업을, 일터를, 그와 함께 하는 동료들을 만나볼 수 있을 올해의 남은 날들. 중고 중에서도 한참 중고인 인턴으로 우리 과에 누가 되지 않도록 차근히 일을 배워나가며 교정 공무원의 세계에 조금씩 진입 중이다. 서른 둘의 인턴이 올해 두 번째 인턴을 지내게 될 줄이야, 성인판 '키자니아'가 아니냐고 친구가 웃었다. 직업 체험의 시간 겸 새로운 시작을 알리게 될 올해의 시간들이 무사히 잘 흘러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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