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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롱할영 Jun 18. 2024

엄마가 내 글을 읽었다

엄마에게 응원을 받았다

이곳에 글을 연재하고 난 뒤, 8개의 글이 곳곳에 노출되었다. 다음 메인부터 구글 디스커버리까지. 조회수 알림이 오면 이번에도 노출이 되었구나, 하면서 내 글의 흔적들을 조금씩 모아왔다. 홀로 일기를 쓰듯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써 둔 글이라 할 지라도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내 글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통계로 마주하니 막상 뿌듯하기도, 더 자극이 되기도 했다. 문예지에 시조를 발표 할 때에는 느끼기 어려웠던 독자의 힘을, 공감의 힘을 이곳에서 얻을 수 있다는 것도 꽤나 힘이 되었다.


그 동안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엄마에게 말 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 글은 엄마에게 받은 맛있는 사랑을 잘 요리해서 먹겠노라 한 글이어서 지금 다음 메인에 노출 중이니 궁금하면 읽어보시라고 살포시 말했다. 엄마는 신기하다면서 글을 읽으셨고, 이내 친척들까지 있는 카톡방에 링크를 보내시면서 외할머니 이야기도 있으니 한번 보시라고 했다. 엄마의 신 난 반응에 오랜만에 '쓰는 보람'을 느꼈던 것 같다.

엄마가 처음부터 가장 최근 글까지 읽으셨다고, 눈물이 찔끔 났다가 더 잘 해 줄 걸 싶다가 더 응원하고 싶어졌다고 했다. 내가 행복하면 뭐든 됐다고. 그거면 충분하다고. 말은 안 했지만 그 말을 보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엄마가 여기서 더 뭘 어떻게 잘 해주느냐고, 내가 엄마아빠에게 물려 받은 건 지금 내 상황에서 가장 행복해지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가는 힘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엄마는 고맙다고 말했다. 하트를 꼭 붙여서.


어릴 때부터 왜인지 글을 쓰는 것이 좋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글을 쓰면 상을 받는 것이 좋았다. 학교 글짓기 공모전이 있으면 괜히 더 욕심이 났고, 다른 친구들보다 눈에 띄는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머리를 굴렸다. 눈길을 끄는 제목이 있으면 좋겠지, 첫 문장부터 읽고 싶은 글을 만들어야지, 혹은 글의 앞뒤가 잘 연결되게라도 해야지 등. 평범하지 않게 쓰는 것이 나름의 자신감이자 자존감이었던 어린 시절의 글쓰기부터 지금까지, 어쩌면 나는 '쓰는 나'에게 취해서 글을 계속 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어떤가. 내가 쓰는 글로 내 인생을, 엄마의 이야기를, 남편과의 사랑을 기록하는 것은 어떻게든 남는 것을. 쓰기의 힘은 언제든 빛을 보리란 사실을 믿는 것은 변함이 없다.


20대 때의 내 글을 읽었던 엄마는 “조금 더 밝고 희망적인 글을 쓰면 좋겠다, 너가”라고 말했는데, 이번에는 “응원한다!”고 하트까지 붙여 보내다니. 엄마도 나도 서로에 대해 조금씩 더 인정하고, 알아가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의 모양을 잘 찾아가서 서로를 더 껴안게 된 것 같았다. 어쩌면 그때의 나는 스스로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던 사람이었던지도 모른다. ‘나’를 바라보기 보다, ‘글 쓰는 나’에 더 취해있던 것일지도. 솔직하다고 믿었던 나의 모습은 어쩌면 치장으로 가득했었던지도.

이전에도 나를 지지했던 엄마였지만, 이제는 진심으로 응원하는 마음이 더 느껴졌다. 나의 결대로 찾아가는 행복이 내 삶의 방향임을 더 잘 아는 엄마가 나를 지켜봐주는 것이니까. 그것이 우리 모녀가 서로를 더 사랑하는 방식일 테니까. 지금의 나를, 우리 가족들을, 내가 살아가는 곳을 남기는 이 시간 동안 더 솔직하게 내 이야기들을 뱉어낼 수 있기를. 그 모습을 사랑으로 지켜볼 엄마, 나의 가족들에게 더 당당하게 웃어보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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