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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롱할영 Jun 21. 2024

교도관들이 조용한 이유

오랫동안 지켜본 교도관이라는 직업

남편을 따라 구치소로 출근한 지 3주 째다. 나의 역할은 아주 미미하지만, 담장 밖에서는 알기 어려운 이곳의 이야기들을 조금씩 경험하게 되면서 남편이 어떤 일을 하는지, 우리가 기사로 접하던 범죄자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등을 어깨너머로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남편에게 말로만 들었던 교도관의 삶을 직접 이곳에서 보고, 듣게 되니 새롭기도 하다.


남편에게 이야기를 들으면서 늘 궁금했던 것이 있다. 이렇게나 이야깃거리가 많은 교도관들의 이야기가 담장 밖으로는 잘 들리지 않는다는 것. 솔직히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는 교도관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만난 적도 없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이는 교도관은 그저 수용자가 된 어느 주인공이 교도소에서 비밀스럽게 자신의 권리를 행세한다거나, 금품을 내밀어 교도관에게 불법적인 일을 시킨다던가 하는 실상 교도관과는 무척 동떨어진 모습들만 보였다.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그나마 교도관들의 사실적인 이야기를 풀어냈다고 하지만, 그마저도 실상과 많이 달랐다고 한다.

특히 업무 환경 자체가 시내와 동떨어진 담장 안에서 지내다 보니, 교도관들의 이야기는 미지의 영역처럼 잘 알려지지 않는 것 같다. 남편에게도 듣고, 직접 겪어본 바로 얘기하자면 교도관들은 대개 자신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들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직군인 것 같다. 수용자들을 대하다 보니 외부에 알려지면 안 되는 정보들이 많아서도 있겠고, 교도소나 구치소의 위치 상 도심과 떨어져 있으니 조용한 분들이 많은 탓도 있겠다. 그래서 다른 공무원 직렬에 비해 베일에 싸여 있는 것 같은데, 이곳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얽혀있다.


우리가 기사로 접하는 범죄 사건들을 범한 사람들이 이곳에 수용되어 있고, 아직 사건이 미결 상태인 수용자들은 구치소에서 재판, 상고, 항고 등의 법적 절차를 진행한다. 내가 담당하는 건 이들의 소송 관련 서류들을 정리하는 것인데, 재소자들의 소송 관련 서류들을 보다 보면 우리가 뉴스에서 보는 사건들은 참 일부일 뿐이구나 싶어진다. 언젠가 남편과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내가 나보다 잘 사는 사람들만 보고 있다 보면 부럽기도 하고 괜히 지금 나랑 비교하게 되어서 우울해질 때도 있는데, 여기 와서 보니 바른 사고를 할 줄 알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상위 몇 프로에는 들어가는 인생일지도 모른다고. 이렇게나 많은 범죄들이 일어나는데, 그 속에서 안전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행운인 것 같다고. 그러니 괜히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우리는 우리만의 인생을, 행복을 찾아가면 되는 것이라고 매번 다짐한다.


어쩌면 교도관들이 담장 밖에서는 침묵하고 있는 이유가, 굳이 이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밖에서까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서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들을 상대하다 보니 사람에 대한 의심이 자신도 몰래 자라났을 수도, 세상을 보는 눈이 조심스럽다 못해 입을 닫는 편을 선택하는 수도 있겠다고. 내가 겪은 교도관들은 대체적으로 정이 많고, 약자를 잘 챙기려 하며, 자신 만의 소소한 행복을 잘 즐길 줄 아는 선한 사람들인 것도 직업적 특성에서 기인한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교도관에 대한 막연한 선입견이 있었다면, 부디 그 선입견을 거두고 한 번 호기심을 가져보시기를 바란다. 생각보다 아기자기하고, 생각보다 말도 많고, 무엇보다 재미 있다. 그들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으면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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