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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롱할영 Jul 18. 2024

무섭게 자라나는 나의 몬스테라에게

김금희, <식물적 낙관> / 문학동네

식물이 무성해지는 계절이지만 더 힘내어 성장하라고 몬스테라에게 영양제를 줬더니 자라나는 속도가 무서울 만큼 쑥쑥 커간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새순이 올라오더니, 그 다음 날에는 말렸던 잎이 피어나고, 며칠 뒤 또 새순이 올라오는 것을 보며 느꼈다. 매일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이 식물에게는 오히려 해가 되는구나 하고. 나는 한때 식물 킬러였다. 너무 자주 식물을 들여다보는 바람에, 매번 과습으로 식물들이 노랗게 변해가다가, 결국은 물러서 죽게 만들었던 사람이었으니.


그 경험 덕분인지 지금은 느긋한 마음으로 식물이 보여주는 모습을 보고 물을 주거나, 햇볕에 두면서 식물과 일종의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김금희 작가의 산문집 『식물적 낙관』을 읽는 동안 식물을 절박하게 대하지 않는 마음이라야 비로소 식물을 잘 기를 수 있다는 것에 공감했던 것 같다. 이 친구는 물을 많이 주어도 괜찮구나, 저 친구는 이럴 때 꽃을 피우는구나 식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슬슬 자신의 이야기를 해 주니까.


김금희, <식물적 낙관> / 문학동네


몬스테라가 너무 빨리 자라나서, 대를 잘라 수경재배로 옮겨간 친구도 있었다. 정말 신기한 게, 물에만 두어도 뿌리를 내리고 잘 살아가는 것이었다.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착실하게 해 내는 몬스테라를 보면서 왜인지 행복했습니다. 아, 그리고 얼마 전 알게 된 사실인데 몬스테라의 잎이 갈라지는 이유가 다른 잎들에게도 볕을 나눠주기 위해서라는 게 아닌가! 혼자만 잘 사는 게 아니라, 다른 친구들과도 나누는 마음이 왜인지 귀엽기도 하고, 대단하게도 보였다. 싱그러운 에너지를 받으면서.


최근에는 파뿌리를 기르기 시작했다. 대파 한 단을 사서 윗부분만 손질하고 파뿌리는 키우려 남겨둔 것이 2주가 지났었는데, 깜빡 잊은 2주 동안 물도 없었기에 시들시들해진 파를 반신반의하며 남편이 흙에 옮겨 심었다. 남편은 "이건 혹시 썩으면 거름으로 써야겠다"고 했던 말이 무색하게 냉장고에 넣어둔 모양대로 굽어있던 파뿌리는 어느새 올곧아지더니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초록의 힘이 가져다주는 힘은 대단하다. 최근에 힘든 일이 꽤 많았어서 남편과 집에만 있는 시간이 길었는데, TV를 보다가도 저렇게 자라나는 파를 보면 왠지 힘을 내야 할 것 같았다. 저렇게 척박한 와중에도 생명을 틔워줬는데 우리도 힘 내야지 하고. 


이 책을 읽는 동안 초록의 힘을, 건강한 기운을 느껴보시면 좋겠다. 식물이 주는 느긋함과 낙관의 시간들을, 내게 다가올 어떤 일들에도 나만의 길을 걸어가겠다는 마음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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