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규, <미래에 진심인 편> / &(앤드)
이은규 시인의 시를 많이 좋아한다. 시집 <다정한 호칭>, <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 <무해한 복숭아>까지 시인의 모든 시집을 가방에 두고 읽은 적이 많았다. 국문학도로서 시인의 시창작 수업을 들어볼 수 있었던 건 내 대학 시절의 소중한 재산이라 여길 만큼. 그 당시 나의 눈으로는 바라볼 수 없었던 일상에 대한 애틋함과 따스함이 시인의 시에서는 항상 느껴졌다. 그래서 더 시인의 시를 좋아했던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싶은 시인의 눈을 가진 사람이라서.
내가 거제에 와서 살게 되고, 통영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부터는 시인의 시집 <무해한 복숭아>에 실린 통영에 관한 시들을 자주 꺼내어 읽었다. 내가 바라보는 통영의 모습을 시인의 눈으로도 읽어보고 싶었다. 다정해서 눈물이 나는, 내밀하지만 불편하지 않은, 온기 가득한 시어들이 마음을 파고드는 시인의 시들을 읽다 보면 내 마음의 고백도 허물 없이 터놓고 싶어지게 된다. 내 마음 한켠에도 자리하고 있을 달콤한 마음들을 나누어먹고 싶어지는, 그런 시들.
그런 시인의 첫 산문집이 나왔는데, 이곳에도 시인의 다정하고도 온기 가득한 마음이 그대로 묻어있다. 이번에도 우리의 마음을 부드럽게 매만져주지만, 조금 더 단단하고 더 솔직하게. 시어를 통해서는 내 안의 기억들을 내밀하게 끄집어내왔다면, 산문을 통해서는 더 새로운 시선을 가지고, 더 명료하게 나만의 미래를 찾아갈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나만의 미래라 함은, 내게 주어진 삶 안에서 스스로에게 더 나은 방향으로, 더 친절한 마음으로 나를 바라보고 믿어낼 수 있을 때 나아갈 수 있는 미래가 아닐까.
시인이 산문 중간마다 함께 읽어볼 수 있게 채집해 온 여러 시들을 함께 읽을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묘미다. 시를 통해 우리의 세계를 들여다 보는 일, 그보다 더 낭만적인 일이 있을까. 시처럼 살 수 없지만, 시처럼 살고 싶은 우리에게 시를 꺼내어 선물하는 다정한 마음. 나의 삶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 보기 괜히 두려울 때, 시에서 나의 삶을 찾아내어 나를 보듬는 일. 시인은 어쩌면 그런 시의 작용을 소개하고 싶었던지도 모른다.
시인의 다정한 목소리가 귓가에 계속 맴도는 듯한 이번 산문집에서는 시인의 시에서도 느껴지는 그의 주특기인 ‘나와 당신에 대한 사랑’이 더 가까이 다가오는 듯하다. 아껴읽었던 시인의 시처럼, 짧지만 묵직한 이번 산문집도 오래도록 내게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당신에 대한 사랑이 모자라다 생각 될 때마다 펴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