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만들어 보자
퇴사를 하고 나니 여행을 갈 때나 약속을 갈 때가 아니고서야 집에 있다 보니 시간이 많다. 매일 노는 것도 체력이 달려 집에서 이것저것 사부작 하고 있다. 헤헤.
그리고 왜 때문에 배 추석 선물이 왜 우리 본가로 안 가고 우리 집으로 왔다. 예전 같았으면 이 많던 배도 다 모르는 척하다가 썩어서 없어졌거나 여기저기 나눔을 했을 텐데 이 처지 곤란 배 한 박스를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던 중. 무언가를 만들어보기를 시도한다.
겨울에 먹으면 좋다는. 달여 달여 끓여 끓여 배즙도 만들어보고. 차로 만들어 마시면 좋을 배 청도 만들어본다. 끓이고 자르기만 해서 어려운 건 없는데 맞게 한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마르쉐에서 사 온 귤로 에이드도 만들었다. 과일들을 내가 못살게 굴고 괴롭히는 것 같아 약간 미안? 한 마음도 든다.
별거 아니지만 내가 직접 썰고 맛보고 "손수" 만드는 게 참 기분이 좋다.
맛이 없어도 맛있게 느껴진다.
문득 옛날 생각이 난다. 몇 년 룸메이트와 함께 동거를 하던 시절. 룸메이트가 퇴사를 하고 집에서 쉬고 있던 때가 있었다. 나는 야근에 철야에 일 한 바가지와 스트레스를 달고 늘 퇴근을 하면서 출근 걱정을 하던 시절인데. 내가 퇴근할 무렵 어느 날 본인이 만든 리코타 치즈 샐러드를 들이밀며 이렇게 말했었다.
"송희야 이거 치즈도 내가 만든 거야. 우유 끓여서~"
"(육성으로) 헐~ 대박이다. 이걸직접? 대단하다!! 너무 고생했네~"
"(한편 속으로) 시간이 남아 도나. 그냥 사 먹지"
그렇게 시간이 남아도나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참. 그게 아니었다. 그때는 시간내서 만들어준 것이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 그녀가 시간이 많다는 것이 참 많이 부러워 질투?를 하는 마음도 공존했던 것 같다.
아무쪼록 퇴사를 한 그녀에게는 치즈도 만들어 먹을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거였다. 치즈를 만들어 먹을까?라고 생각할 시간 적 여유가 있는 거였다. 시간이 있어야지만 치즈를 만들어 먹을 수 도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된다. 시간이 있으면 무언가 내가 사 먹지 않고 "손수" 하는 일들이 늘어나겠구나. 소소한 손수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어른 방학 일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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