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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기녀 Sep 20. 2022

어른 방학이 주는 '손수'의 시간

일단 만들어 보자


퇴사를 하고 나니 여행을 갈 때나 약속을 갈 때가 아니고서야 집에 있다 보니 시간이 많다. 매일 노는 것도 체력이 달려 집에서 이것저것 사부작 하고 있다. 헤헤.


그리고 왜 때문에 배 추석 선물이 왜 우리 본가로 안 가고 우리 집으로 왔다. 예전 같았으면 이 많던 배도 다 모르는 척하다가 썩어서 없어졌거나 여기저기 나눔을 했을 텐데 이 처지 곤란 배 한 박스를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던 중. 무언가를 만들어보기를 시도한다.


겨울에 먹으면 좋다는. 달여 달여 끓여 끓여 배즙도 만들어보고. 차로 만들어 마시면 좋을 배 청도 만들어본다. 끓이고 자르기만 해서 어려운 건 없는데 맞게 한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마르쉐에서 사 온 귤로 에이드도 만들었다. 과일들을 내가 못살게 굴고 괴롭히는 것 같아 약간 미안? 한 마음도 든다.



별거 아니지만 내가 직접 썰고 맛보고  "손수" 만드는 게 참 기분이 좋다.

맛이 없어도 맛있게 느껴진다.


문득 옛날 생각이 난다. 몇 년 룸메이트와 함께 동거를 하던 시절. 룸메이트가 퇴사를 하고 집에서 쉬고 있던 때가 있었다. 나는 야근에 철야에 일 한 바가지와 스트레스를 달고 늘 퇴근을 하면서 출근 걱정을 하던 시절인데. 내가 퇴근할 무렵 어느 날 본인이 만든 리코타 치즈 샐러드를 들이밀며 이렇게 말했었다.

 

"송희야 이거 치즈도 내가 만든 거야. 우유 끓여서~"


"(육성으로) 헐~ 대박이다. 이걸직접? 대단하다!! 너무 고생했네~"


"(한편 속으로) 시간이 남아 도나. 그냥 사 먹지"


그렇게 시간이 남아도나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참.  그게 아니었다. 그때는 시간내서 만들어준 것이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 그녀가 시간이 많다는 것이 참 많이 부러워 질투?를 하는 마음도 공존했던 것 같다.


아무쪼록 퇴사를  그녀에게는 치즈도 만들어 먹을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거였다. 치즈를 만들어 먹을까?라고 생각할 시간  여유가 있는 거였다. 시간이 있어야지만 치즈를 만들어 먹을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된다. 시간이 있으면 무언가 내가  먹지 않고 "손수" 하는 일들이 늘어나겠구나. 소소한 손수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어른 방학 일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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