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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기녀 Sep 22. 2022

어른 방학이 준 비움의 시간

비움에는 생각이 더 필요해

내가 어른 방학이 되어서 가보고 싶었던 곳 여기저기를 다니고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고 있는데. 문득 채움과 더불어 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해졌다.


때마침 이사를 앞두고 있어서 집에 내가 가지고 있는 짐을 몽땅 다이어트를 하기로 작정했다. 미루면 쓰나.

물건을 살 때는 가격 취향 스펙 등 많은 기준과 가이드를 이것저것 따져 물어 고심을 하고 사는데.


물건을 버릴 때는 좀 더 감성적이 되는 것 같다. 의미 부여하기를 좋아라 하는 나는 물건을 보는 순간 “아 이때 이거 때문에 이랬지” 이랬지 하는 나만의 추억. 타임머신으로 이동하기 때문일까. 비우려고 보니 살 때만큼의 생각과 에너지 소모가 필요하다. 각설하고 일단 버려야만 하는 것부터 버리기 시작. 비우기 시작. 물건을 보다 보니. 아예 필요가 없어서 버릴 것보다는 되팔면 좋을 물건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안 입는 옷 버리기. 팔기.

옷장이 가히 옷 무덤이다. 나름 나름의 규칙으로 옷을 잘 정리한다고 생각하고 살고 있는데. 가만히 보면 손에 가고 자주 입는 옷은 정말로 손에 꼽히고. 심지어 택도 떼지 않은 옷도 몇 벌 있다. (필요 없는 소비가 너무 쉬워진 간편 결제가 없던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과감히 지난 1년간 입지 않았던 옷은 버리기로 했다. 세월이 지나면 취향도 바뀌고 내 눈도 바뀌고 한때는 계절 교복이던 어떤 옷도 안 입는 걸 보면 참 신기하단 말이지. 일단 옷무덤은 당근 마켓에 넘겨서 소소한 용돈 벌이를 해보려고 한다. 아나바다 경제 아니겠습니까.




안 읽는 책 버리기. 팔기.

음. 표지가 예뻐서 산책이 몇 권 있다. 몇 권보다 는 더 많은 것 같다. 아무래도 이참에 중고서점에 A급 상품으로 되팔아야겠다. 공급 많은 책은 상태 좋아도 높은 가격 받기가 어렵던데. 여하튼 책장도 열심히 비워냈다. 성공적. 수집을 위해 모은 책은 안 봐도 버릴 생각은 없다.



예쁜 쓰레기 버리기. 팔기.

성격 특성상 귀여운 걸 좋아하고 컬렉팅 병이 있어서 쓸데없는 게 참 많다. 정말 누가 보면 집에 왜 있는지 모르는 하찮은 것인데도 나에게는 작고 소중해서 버리지를 못한다. 예를 들면 스티커. 전시회 가서 모은 카탈로그. 비눗갑. 칫솔각. 유난히도 제품 사고 나서 그 패키지 상자를 못 버린다. ㅎㅎㅎㅎㅎㅎ 아 또 나이 먹고 고깃집 할 때 쓴다며 받아둔 연예인 싸인들. (허웅 선수 좋아해요. 응원하고요. 만수무강하십시오)


아 그런데 눈물을 머금으며 많이도 많이도 버렸는데. 차마………… 이 어른이는 라이언 인형은 못 버리겠다. 애초에 버릴 리스트에 없었기는 하지만 이러다 나중에 아기 낳으면 아기에게 물려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라이언은 죄가 없다. 철없는 어른이 죄지.


 년에   키는  켜지는 지구본 같은 것들. 예뻐서 못버린다.




안 쓰는 앱 지우기.

이것도 필히 비움과 다이어트가 필요한 영역이다. 앱을 까는 것도 심리적 자릿세가 있다고 하는데 맞다. 용량도 아주 많이 차지한다. 기억도 안나는 앱이 역시 많다. 배달앱을 일단 많이 지웠고. 보지 않는 구독 앱. 카메라 관련 앱들도 전부 삭제했다. 아주 속이 시원하고만.


(안 쓰는 화장품이랑 안 쓰는 그릇도 좀 버려야는데)


내일 하자

여러모로

비우니까

버리니까

단출하고

심플하니

보기 좋고

기분 좋고

가볍네요

몸도

마음도



어른 방학은 나에게 미쳐 못 버리고 뭉개고 있던 것들을 게워내고 또 미련을 비워내는 또 다른 ‘비움’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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