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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기녀 Oct 10. 2022

우리 삶이 명상이 된다면

훅~ 하고 뱉어내어보세요

어른 방학을 재밌게 보내고자 야무지게 써 내려갔던 리스트 들 중에서 시간이 나면 꼭 오고 싶었던  오대산 명상마을에 드디어 왔다. 신나고요. 고요하고요. 비 오고요. 날씨 요정은 아닌가 봅니다.


어른방학 버킷 리스트


산 좋고 물 좋은 이곳은 1일 숙박 가격에 저녁식사 조식 그리고 명상 요가 클래스가 모두 포함된 리트릿 플레이스이다. 가성비까지 최고.



몸도 마음도 힐링이 아니 될 수 없는 단아하고 정갈한 곳. 디지털 디톡스를 지향하는터라 숙소에는 그 흔한 냉장고도 티브이도 심지어 와이파이도 없다. 한 가지 좋은 점은 모든 숙소 방마다 개인 통창이 내어져 있어서 고요하게 명상을 할 수 있도록 구성이 되어있다.

명상 눈 감고 할 건데 뷰는 참 곱고 예쁘네요. 다른 생각 할 것 없이 설계된 공간 안에서 집중이 참 잘되어서 기분이 더 안정되고 참 좋았다.


무엇보다 친환경 목재들로 이루어져 방에 들어선 순간 숲 냄새가 나는 것도 참 고마웠다 (나중에 나이 들어 집 짓게 되면 꼭 나무 냄새나는 진짜 나무로 해야지)

집에서는 안 읽히던 책도 밖에 나오면 희한하게 술술 읽힌다. 공간의 마법. 여행의 매직.

명상 클래스와 요가 클래스를 진행하는 곳. 명상도 청아한 목청의 강직한 스님이 직접 안내해 주신다.

해가 뉘였지는 저녁 7시 무렵. 산이라 그런지 더 어둑어둑하다. 명상 수업에서는 호흡을 하는 명상 외에도 굉장히 색다른 명상이었다. 내 이름을 큰 소리로 시원하게 불러보기도. 밤 경치를 보기도. 옆 사람과 등을 맞대 보기도. 발의 감각을 깨우며 걸어보기도. 힘 빼고 숨 쉬는 그 모든 것이 명상이라고 했다. 내가 내 이름을 그 큰소리로 불러본 건 처음인 것 같다. 내가 내 이름 부를 일이 없으니까. 돌아가면서 내 이름 부르기를 하는데 처음 하는 생경한 광경에 쑥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악기와 같이 멋들어진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는 사람도 물론 있고.


.  뱉기 권법을 알려주셨다. 후 아니고 훅이다.

힙합이나 댄스 신에서 많이 듣는 단어를 명상원에서 그것도 스님 입에서 듣게 될 줄이야. 훅. 뱉으라는 말인즉슨 맘 속 깊은 숨을 힘을 모두 빼고 후욱~ 하고 뱉어내라 난 것이다. 귀엽고 소심한 잽 같은 숨 말고. 훅 묵직하고 깊은숨. 밖에 나가서도 스트레스를 많은 생각을 흘러보네야 하는 날이면 훅~ 하고 숨을 쉬어 보라신다. 훅.

한 밤 자고 나서 굿모닝. 아침 7시 요가 수업. 아침 일찍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가보니 인도에서 온 요기가 요가 수련 안내를 한다. 한국 온 지 한 달밖에 안되셨다는데 한국어 패치 능력에 화들짝 잠이 깰 정도라 헛웃음. 변형된 버전의 하타요가를 했고 신기했다. 참으로 요가는 방대하구나. 내가 지금껏 배운건 아직 시냇물 정도이지. 바다로 가려면 멀었다는 생각.  바다로 가보자.


식사를 하는 공간인 수피다. 공간 공간이 너무 아름다워서 기록. 식사 또한 명상이라지.


이곳은 스님들이 같이 생활을 하셔서 건강한 채식 식단이다. 버섯 탕수육도 참 맛있다. 채식만으로도 살 수는 있을 것 같다는 생각. 자극적이고 맵고 짜고 단거 좋아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입맛이 심심하고 담백한 게 좋아지는 걸 보면 참 신기하다. 장조림도 어묵인지 콩고인지 고기를 대체하는 식재료들이 많이 등장한다.


고요한 곳에서 마음 가짐을 다스리며. 이제 출근 준비를 할 마음가짐을 해본다. 한 달간 놀멍 쉬멍 놀아본 결과. 노는데 끝은 없었다. ㅎㅎㅎㅎㅎㅎ




우리 삶이 명상이 된다면

어른 방학은 이렇게 끝나간다.  늘 그렇듯이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깊게 충전했고 깊게 쉬었고 깊게 나를 더 많이 그리고 자주 들여다봤다. 명상원에 온 소감은 우리 삶 자체가 매 순간이 명상이라는 것이다. 시간을 내어 명상을 하는 순간 만이 아니라 밥 먹는 것도 명상. 요가도 동작 명상이다. 그렇게 따지면 호흡하는 매 순간의 모든 것이 명상이라면 일도 명상하듯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 비우고 채우고 또 비우고 채우고. 몰입의 연장선.


어른 방학의 끝에는 늘 언제나 전쟁터 같은 삶의 터전인 개학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아 그런데 저 울고 있나요? 동시에 출근할 생각에 몹시 설레네요)

연휴 끝나고 내일 출근하는 미생 그리고 월급 노예 직장인들 모두 오늘도 내일도 파이팅. 또 언제 있을지 모를 어른 방학을 기다려봅니다. 푸욱~ 잘 쉬었습니다.


집 가려니 해뜨네요. 야속하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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