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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기녀 Sep 13. 2022

인생은 단짠의 연속  

오늘 한라산도 비오다 해뜨다의 연속  

 제주 1주일 살기를 하려고 떠나온 제주는. 하필 이번주 내내 비 소식이다 ^^ 헤헤. 아무래도 내가 날씨 요정은 아닌 것 같다. 피해서 안오는게 맞지만서도 그렇다고 안오자니 흘러가는 시간도 내 마음도 아쉽고. 관광지를 발바닥 뜨겁게 다니지 않는 "쉼"을 테마로 하는 휴가도 의미 있겠다 싶어서 일단 왔다. 


한라산 인근의 게스트 하우스 안냇말 



 그 신호탄은 한라산 추석 등반. 시작을 할 때의 마음가짐으로 기를 받아야할 때면 이상하게도 여김없이 홀린듯이 이곳에 온다. 해발 1950m. 겨울의 한라 여름의 한라. 그리고 초가을에 맞이하는 나의 세번째 한라산. 이곳에 온 나는 그냥 so 젊다. 룰루. 산넘어산. 산넘어삶. 40%의 강수확률이 있어 올까말까 고민도 많이하고. 과연 정상의 맑은 백록담을 볼 수 있을까 노심초사했지만 왔으니 일단 고. 백록담 좀 못보면 또 어때. 


그런데 아니왠걸. 비가 오는 우중등반은 비가 와서 비 오는대로 또 시원~하고. 우비 위로 떨어지는 타닥타닥 빗소리도 ASMR 같다. 오히려 그 운치 덕에 잡생각이 없어졌다. 





오늘 날씨 어때요?

섬 날씨라는게 참 재밌다. 변덕이 상당하다. 주구장창 비만오면 차라리 기대라도 안할텐데. 희망고문이다. 누군가 오늘 날씨 어땠냐고 묻는 다면 나는 뭐라 얘기를 해야할까. 비가 오다 해가 뜨다 비가오다 해가 뜨다를 반복. 비가 오는 확률이 해가 뜨는 시간보다 짧았으니 오늘 비 많이오고 날씨가 안 좋았다고 해야 맞겠지? 


백록담 좀 못보면 어때로 시작한 등반이. 중반을 향해갈 수록 백록담 보고 싶다로 계속 마음이 바뀌고 내 맘대로 좌지우지 안되는 이 날씨를 원망하면서 또 계속 바란다. 진달래 대피소에서 컵라면과 김밥 그리고 이것저것 주전부리를 까먹을 무렵. 해가 난다. 비가 안온다. 등산하는 일행과 함께 또 많이 백록담 좀 보게해달라며 기도 하며 올라간다. 


샤인머스캣과 스모크치즈. 단짠 단짠의 간식


 


삼대가 덕을 쌓았나봐요. 백록담 맑음

언제 비가왔냐는 듯이 정상의 날씨가 좋다! 해떴다! 심봤다! 맑다! 새볔녁부터 조마조마하게 비가 오던 아침이라 그런지 더 맑디 맑은 백록담이 반갑고 또 반갑고 너무 반갑다. 오도방정 떨며 가족 행복과 건강 기원. 엄빠에게 행복의 사진 전송중.  


쨍쨍하게 맑은 날의 당연한 백록담 보다 비오는 날의 두리뭉술하고 묘연한, 얼굴을 비출지 몰라 또 기다려지는. 재미난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그 모습에 더 뭉클해졌다. 





인생은 그냥 단짠의 연속이지 뭐 

언제 나 늘. 예측 가능성을 좋아하고 바라고 애쓰면서도 예측 불가능함에 어쩔 수 없이 반응한다. 제주가 좋다. 비가와서 더 좋았다. 좋다 제주. 그리고 한라. 그리고 비. 그리고 구름. 그냥 다. 


인생은 그냥 단짠의 연속이지뭐. 비오다 해뜨다 하는 오늘 한라산의 날씨처럼. 샤인머스캣이랑 스모크 치즈처럼. 추석등반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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