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변과 재기가 뛰어난 자공은 어느 날 스승인 공자께 “<시경>에 ‘선명하고 아름다운 군자는 뼈나 상아를 잘라서 줄로 간 것切磋처럼, 또한 옥이나 돌을 쪼아서 모래로 닦은 것琢磨 밝게 빛난다’고 했는데, 이것은 스승님께서 말씀하신 ‘수양에 수양을 거듭해야 한다’는 것을 이르는 건가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사賜(자공의 이름)야, 이제 너와 함께 <시경>을 말할 수 있게 되었구나. 과거의 것을 알려주면 미래의 것을 안다고 했듯이, 너야말로 하나를 듣고 둘을 알 수 있는 인물이로다.”
절차탁마(切磋琢磨)라는 말이 있다. 톱으로 자르고 줄로 쓸고 끌로 쪼며 숫돌에 간다는 뜻인데, 주로 학문이나 수양뿐만 아니라 기술을 익히고 사업을 이룩할 때 인용되는 고사다.
<대학>에서도 '자르듯 하고 쓸듯 함은 학문을 말하는 것이요(如切如磋者 道學也), 쪼듯 하고 갈듯 함은 스스로 닦는 일이다(如琢如磨者 自修也)'라고 말하는데, 여기서 '절차(切磋)’는 배움에 열중하는 것(道學)'을 뜻하고 '탁마(琢磨)’는 자기 스스로 수양하기(自修)'를 뜻한다.
이 고사를 한자씩 풀어보면,
절切(끊을 절)은 옥을 처음에 자르는 것,
차嗟(갈 차)는 그 형태를 더욱 고르게 다듬는 것,
탁琢(쪼을 탁)은 돌을 쪼아 형태를 만드는 것,
마磨(갈 마)는 그것을 닦아서 마무리하는 것
을 뜻한다.
이 고사가 뜻하는 바는 한 분야에서 위대한 성취를 이루려면 ‘기본부터 철저히 익힌 다음 쉬지 않고 단련하고 연마하며 수양을 거듭해야 한다’ 쯤 될 것이다.
옥(玉)이라는 돌을 훌륭한 보석으로 가공하려면 원석에서 쓸모없는 옥 조각을 절단하고(切), 다시 원하는 보석 모양으로 옥을 썰어내고(磋), 보석으로 거의 완벽하게 쪼아낸 후(琢), 완성된 옥을 갈고닦는(磨) 네 단계를 거친다.
독서가가 되는 과정은 원석의 옥이 보석이 되는 과정과 정확히 닮았다. 원석에서 바로 보석이 될 수 없듯이, 아무런 책을 들고 읽는다고 해서 책이 술술 읽히지도 않을뿐더러 설령 읽힌다 하더라도 온전히 독서가라 할 수 없다.
원석을 자르고, 다듬고, 쪼은 후, 연마하고 다듬어야 보석이 되듯, 평범한 사람이 독서가가 되는 일도 처음에는 읽기 쉽고 당장 관심이 가는 재미난 책을 줄기차게 읽어서 독서습관을 들게 한 후 책의 장르를 점점 넓고 깊게 읽어야 한다. 어느 정도 내공이 쌓이면 독서를 하면서 저자의 글에 대해 찬사와 비판을 할 정도가 된다. 내가 책을 읽으며 생각한 바를 말과 글로 남에게 제대로 전할 때 그때가 독서가로 거듭나는 때다.
내가 이처럼 독서가가 되는 과정을 철 차탁 마의 고사를 빌려 단계별로 나눈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바로 ‘모든 사람에게 통하는 단 하나의 독서법은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 내게 ‘최고의 독서법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되도록 어릴 때부터 책을 읽고,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어야 하고, 언제든 자기가 원하는 방법으로 읽으라. 단 꾸준히 읽어야 한다 ‘고 대답할 것이다.
무슨 대답이 이렇게 두루뭉수리식이냐가 퉁을 놓을 수 있겠지만, 원래 책 읽기라는 것이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는 깨닫기 힘든 답이기 때문이다.
다독가로 알려진 사람들도 ’ 나는 이런저런 책을 이런 방식으로 읽어왔다 ‘고 대답할 뿐, ’이렇게 읽는 것이 최고다 ‘고 함부로 답하지 못한다. 하지만 모든 독서가들이 독서가로 거듭난 공통된 비결이 하나 있다. 바로 ’ 그들은 오랫동안 꾸준히 읽었다 ‘는 것이다.
나는 독서가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십인십색의 독서법이 아니라 ‘책 읽기는 어느 정도 단계가 있다’는 것, 그리고 ‘꾸준히만 읽는다면 머지않아 자기 나름의 독서가로 거듭난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단 두 문장의 설명으로 대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나중에 깨달았다.
지금껏 많은 대학생과 직장인들에게 독서가 즉 ‘후천적 활자 중독자’가 되는 방법에 대해 특강을 해 왔다. 하지만 책 읽기는 엄연히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는 느낄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는데, 그 부분을 책 읽기를 좀처럼 하지 않는 청중들에게 설명하기가 참으로 애매하고 어려웠다.
그래서 ‘독서가로 거듭나는 단계‘를 마치 눈앞에서 보이는 듯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생각을 현실로 만든 ’ 피그말리온 효과‘를 떠올렸고, 이에 영감을 받아 ’ 독서가로 거듭나는 절차탁마 독서 단계’을 고안했다.
독서 단계를 설명한 특강의 효과는 놀라웠다. 특강을 통해 독서는 나름의 과정이 있다는 점을 이해한 대학생과 직장인들이 ‘내가 도중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책을 읽고 있다는 것이 스스로 대견하고 놀랍다’는 메일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아울러 ‘이렇게 꾸준히 읽기만 한다면 머지않아 나도 독서가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들도 많았다. 나는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만난 후 책 읽기를 주저했던 사람들이 궁금해했던 속마음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책을 읽으면서도 ‘내가 이렇게 읽는다고 독서가가 되겠어? 그리고 도대체 얼마나 읽어야 하는 거야?’ 하고 자신의 독서를 의심하고 급기야 도중에 포기했던 것이다.
아무리 높은 험한 산이라도 오르는 과정을 알려주는 루트를 알면 도전할 마음이 나고, 내가 현재 어느 정도 오르고 있는지 이정표를 보면 목표를 향한 의욕이 솟구치는 법이다.
나는 지루하고 힘겨운 정중동(靜中動)의 활동인 책 읽기 역시 독서가가 되는 과정을 이해한다면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