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나를 떠났다. 나에게 남겨진 건 명품가방 2개와 그가 사준 옷들 그리고 추억들이 전부였다.
그렇게 나는 버려졌다.
아니 그와 함께하던 별에서 이별했다.
절대 그럴 일 없을 줄 알았던 나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를 원망하는 말만 하게 되었고 괜히 만났다는 생각에 휩싸여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만 억울하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다.
어떻게 나를 버릴 수가 있지?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날 수가 있지?
나밖에 모르던 그 사람이었는데 나 없이도 살 수 있다는 걸까?
견딜 수 없는 슬픔에 나를 돌보지도 못하고 계속 나락에 빠졌다. 그가 했던 말들 모든 약속들 다 물거품이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나를 버리고 말았다.
가만히 있어도 흐르는 눈물은 수도꼭지처럼 새어 나왔고, 온몸은 맞은 것처럼 아팠다. 잠은 잘 수도 없어서 새벽마다 깨서 그 사람 목소리가 듣고 싶어 밤을 지새운 날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나를 점점 놓고만 싶었다.
이대로가 다간 내가 죽을 것 같았다. 그렇게 모질게 참아왔던 나의 자존심을 구겨버리고 그에게 톡을 보냈다.
잘 지내고 있지?
어라? 바로 읽네? 두근두근두근....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어쩌지 읽고 답 안 하면 어쩌지... 답이 오면 뭐라고 하지 이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깜깜해져 가는데 답이 왔다.
너는 잘 지내?
갑작스러운 연락에 그의 답을 받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서로 톡으로 대화를 하다가 목소리가 듣고 싶어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그의 목소리에 요동치는마음을억누르며내가 물었다.
잘 있었어? 오랜만이야?
나의 대답에 반갑다는 듯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해주었다.
응 잘 지내고 있었어 그래 오랜만에 연락하게 되었네.
그동안 별일은 없었고?
전화는 내가 걸었는데 뭐가 그리 궁금한 게 많은지 나에게 질문을 쏟아내는 그가 어색했다. 그렇게 예전처럼 통화하던 때로 돌아가는 것만 같았다.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계속 우리가 만났으면 좋겠다.
이러면서 통화를 이어갔다.
잘 대화하던 우리는 갑작스럽게 분위기가 반전되더니 그가 정색하며 나에게 선을 긋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제 너와 만날 수가 없어.
그리고 우리는 이미 끝난 사이야 그걸 인정해야 해.
안 그러면 너만 더 힘들어져. 그러니까 여기서 멈췄으면 좋겠어. 너를 위해서 말이야.
그의 말에 흠칫 놀란 나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너 없이 못 살겠어.
너는 살 수 있어? 내가 없는 삶이 너는 괜찮은 거야?
우리 어렵게 시작했잖아. 그리고 어렵게 이겨냈잖아.
근데, 그렇게 시작한 우리가 포기한다는 게 말이 돼?
나의 모든 것이 좋다며 그래서 싫은 게 없다며 그렇게 말하던 사람이 이젠 나를 만날 수가 없다니
나는 정말 이해가 안 돼. 나만 그런 거야? 대답 좀 해봐!!
긴 침묵이 흐른 후 잠시 뒤 그가 말을 꺼냈다.
쁘니야 내가 하는 말 잘 들어줬으면 좋겠어.
나는 너를 많이 사랑했어. 아직도 너의 생각이 떠나질 않아.
나도 힘들었고 지금도 힘들기도 해.
하지만 내가 곰곰이 생각했을 때 너에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더 나을 거라는 판단을 했어.
나도 네가 참 좋고 너랑 항상 함께하고 싶었고 그래서 어렵게 모든 상황들을 참고 견뎌왔는데
너에게 내가 네 옆에 있는 게 너를 더 안 좋게 하는 거 같더라
그래서 나는 너를 응원하기로 마음먹었어.
그냥 그렇게 멀리서 네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항상 기억하고 추억하며 응원할 거야.
너는 참 좋은 사람이고 아름다운 사람이니까
내가 준 사랑보다 더 많이 사랑받을 거야
그러니까 걱정 말고 나를 이젠 내려놔.
그래야 네가 살 수 있어. 계속 나를 붙들지 말고!!
내 말 잘 들었어? 할 수 있겠어?
핸드폰을 들고 있던 손이 바들바들 떨렸고, 나는 그가 하는 말을 들으면서 계속 눈물을 흘렸고, 어쩔 수 없다는 그의 말에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아려오는 고통과 참을 수 없는 슬픔에 통화가 어려워진 나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나를 사랑하던 너를 내가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그 눈빛 말투 표정 행동 하나하나 나를 향한 너의 사랑을 내가 어떻게 잊고 살아갈 수 있냐고 어떻게 그렇게 하냐고
이런 생각들로 가득 찬 나는 그에게 겨우겨우 말했다.
알겠어. 훌쩍 나도 노력해 볼게 근데, 응원하는 거 내가 너를 잊을 수 있을 때까지 도와주면 안 될까? 같이 사랑하고 같이 추억을 나눴는데 갑자기 그런 일들이 무 자르듯 한 번에 없어지는 게 아니니까 내가 점점 너에게 멀어질 수 있게 옆에서 응원해 줘 그러면 나도 힘이 나서 너를 놓아줄 수 있지 않을까?
그는 뭔가 생각하는 듯 한참을 아무 말 없이 고민하더니 끝내 이렇게 말했다.
음.... 그러면 내가 옆에서 응원해 줄게. 너에게 내가 필요하다면 기꺼이 도와줄게. 나도 너의 밝은 모습이 보고 싶어. 그러니까 내 탓도 너의 탓도 아니야 그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하자. 그래야 우리가 지금보다 잘 이별할 수 있을 거야. 알겠지?
그렇게 다짐을 받고 통화는 종료되었다.
나는 그에게 응원을 받는 존재이며 사랑받는 존재였다.
그 사랑의 유효기간은 우리 역시 정해진 운명처럼 끝나버렸다.
나에게 그는 유일한 존재였고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것 같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 사람과 함께한 모든 순간을 추억하기 위해 이 글을 남긴다. 그 사람도 나를 추억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