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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리메 Oct 30. 2023

안 하던 것을 하게 되는 나

너의 사랑을 이제야 느끼며  반성하는 또 다른 나  

사랑해 정말 사랑해 쁘니야!!


오늘은 충만하니까 많이 표현해 줄게.

내가 너를 엄청 사랑하는 마음은 깊은데 표현은 자주 못하는 걸 알아.

그래서 쁘니가 내 마음을 잘 모를까 봐 자주 표현 해야지 하는데 그게 맘처럼 쉽지가 않더라고...

그걸 잘 이해해 주고 기다려주고 또 그런 나를 사랑해 주는 너라서 나도 너무 좋아!!


내가 이렇게 표현을 잘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어.

그전엔 무뚝뚝하고 당연히 내가 사랑하니까 상대방도 알 거라고 생각해서 아무 표현을 못했는데,

너를 만나고 내가 점점 사랑에 대해 표현하고 싶고 내 마음을 어떻게든 너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

그럼에도 너에게 내 마음이 잘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나를 더 표현하게 만드나 봐 정말 이런 적이 없어서 나도 신기해.

나 정말 너를 사랑하나 봐 이런 내 모습 나도 너무 좋거든.






우리가 서로를 향해 마음의 문을 열었을 때 우리 안에 또 다른 문이 생겼다. 내가 아닌 상대방에 대한 마음의 문이 활짝 열려서 그 속에 나 보다 그 사람에 대한 모든 것들이 다 담겼고, 점점 그 문의 크기도 커져갔다. 내 마음보다 더 많이 그가 채워져 갔다.



그래서 뭔가 유치한 행동을 해도 별로 재미있지 않아도 멋지거나 예쁘지 않아도 콩깍지가 씌어서 유치한 행동이 그렇게 유치하지 않고 재미없어도 너무 재밌어서 배꼽을 잡고 웃기도 하고 눈곱이 끼거나 코에 뭔가가 있어도 사랑스럽게 보이는 착시 효과가 나타났다. 그렇게 우린 서로에게 눈이 멀어져 갔다. 현실을 구분 못할 만큼 서로에게 빠져서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사랑의 호수로 점점 깊이 들어갔다.



인티제와 엔프피



그의 MBTIINTJ 나는 ENFP다. 이런 조합은 서로를 너무 좋아한다는 것이다. 인티제는 자신과 다른 엔프피를 신기해하며 재밌어하는데 반면 엔프피인티제를 너무 좋아해서 매달려 다닌다는 짤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한다. 정말 그 모습이 딱 우리를 대변하는 것 같아서 가끔 무섭기도 했다. 나중에 내가 더 좋아하고 저 사람은 나를 귀찮아하면 어떡하지? 그런 쓸데없는 생각들을 말이다.



내가 그의 MBTI를 먼저 얘기 한건 이런 그의 모습이 나를 사랑하며 달라진 부분들 때문이다. 특히 인티제는 워낙 T의 경향이 강해서 뭔가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감정적인 부분에 대해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특징인데 그는 나와 연애하면서 공감능력이 높아졌다. 그래서 내가 얘기하기도 전에 어떤 말을 할지 또는 어떤 생각인지 먼저 알아차리거나 이해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도 그런 자신의 모습에 의아해하면서도 그렇게 싫어하기보다 오히려 이런 모습을 뿌듯해하곤 했다. 나 역시도 그런 그의 다정한 모습에 점점 그를 더 많이 사랑하게 되었고, 우리의 사랑은 늘 변함없이 지속될 거라 믿었다. 그가 자신의 모습을 찾기 전까지는 말이다.





헤어진 이후 그의 변해진 모습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그가 사랑할 때 나에게 대하던 모습은 정말 평상시에는 볼 수 없던 모습이었다. 이젠 그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겠지만 나의 기억 속에 각인되어 아직도 살아 숨 쉬고 있다. 그래서 더 잊히기 전에 남겨두려고 이렇게 글로 기억하려고 한다.




통화는 간략히를 좋아하던 그가 나와는 몇 시간씩 통화를 했다.

전화통화를 좋아하지 않는 그는 나와 사랑할 때 3시간-5시간 동안 지치지 않게 통화했고 거의 대부분 1시간 동안 통화를 매일 하다시피 했었다.

내가 단지 통화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는 자신의 시간 중에 일부를 떼어 나에게 할애를 했고 그런 시간들은 매일 지속되었다. 그게 그 사람만의 사랑표현이라는 걸 나는 정말 몰랐다. 그런 그를 나는 통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알았지만 나중에 헤어진 이후 다시 만났을 때 그는 통화를 싫어하는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나를 위해 자신이 좋아하지 않던 것들을 기꺼이 했다는 사실과 이젠 나와의 통화가 싫다는 그의 모습이 반전되었기 때문이다.



사진 찍는 것을 극혐 하던 그가 나와는 많은 사진을 찍었다.

그는 사진 찍는 것을 극혐 하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지 못했던 사람이라 어떻게 찍어도 잘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나와 연애할 때 사진을 많이 못 찍을 줄 알았다. 근데, 그 사람 그렇게 싫어하던 사진을 나와는 엄청 많이 그것도 같이 찍은 사진이 정말 많았다. 그땐 당연한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사람은 나를 많이 사랑해서 자신이 정말 싫어하는 것도 내가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나를 위해 기꺼이 해주었다. 내가 웃는 모습이 계속 보고 싶어서 나를 웃게 하고 싶어서 그런 모습을 보고 싶어서 말이다.



계획적인 j형인 그가 즉흥적인 p를 만나 계획에 없던 것들을 하곤 했다.

인티제인 그와 엔프피인 나의 가장 큰 반대적인 성향은 계획적인 그와 즉흥적인 나라는 사실이었다. 언제나 기분파인 나와 통제에 의해 움직이던 그는 대부분 내가 원하는 대로 맞춰주었고, 갑작스럽게 변하는 계획들에 놀라고 싫었을 텐데 나를 위해 틀어진 계획들도 같이 만들어 갔고 심지어 변화되는 상황 속에서 힘들었을 텐데 그런 모습들을 나에게 잘 보여주지 않았었다.



내가 그를 떠난 후 그가 내게 해 왔던 모든 행동들 중에서 가장 가슴 아팠던 부분이 여기였다. 정말 싫었을 텐데 내가 좋다는 이유로 또는 내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는 묵묵히 나를 위해 그렇게 헌신했던 것이다.


그걸 모르던 내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내가

이제는 정말 밉다.


그래서 이런 결말을 맞이한 거 같아 누구한테도 탓을 물을 수 없어서 더 마음이 아픈 것이다. 왜 그 사람이 곁에 있을 땐 모르다가 떠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인지 정말 이해가 안 된다.


이벤트를 모르던 그가 나에게 꽃을 선물하려고 애를 쓰더라.
333일 기념 꽃다발


마지막으로 그는 이벤트를 정말 할 줄 몰랐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생일도 잘 안 챙기고 선물을 주는 것을 그렇게 즐겨하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욕심이 참 많아서 그의 사랑으로도 부족함을 느꼈던 건지 100일, 200일 그리고 화이트데이 생일 크리스마스 등등 모든 기념일은 다 챙겨 받고 싶어 했다. 그럴 때마다 그에게 부담이 된다는 생각보다는 당연히 나를 사랑하면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나만의 연애론에 빠져 그를 시험하며 당당히 요구하기도 했다. 그런 나를 사랑하는 그에게 내 모습은 사랑스럽지 않았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불만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대신 말투는 이쁘게

나 역시 그를 사랑하면서 안 하던 것들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 주로 참을성이 없던 나는 그에게 불만이 있거나 사랑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바로바로 티를 내고 말도 안 하고 그렇게 그를 힘들게 했던 것들을 조금씩은 줄여나가려고 했다. 물론 그에게 비하면 별로 노력한 결과가 보이지 않았겠지만 내 나름대로 그에게 부담을 줄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연락에 목숨 걸지 않기 그렇다고 사랑하지 않는 거 아니란 걸 알기!!

또한 그가 바쁠 때 연락이 잘 안 온다는 사실에 처음엔 그가 나를 안 사랑한다는 이상한 공식을 덧붙여 생각해서 그에게 엄청 뭐라고 했고 삐지기도 했고 서운하다며 울기도 했다.


나의 사랑관이 언제부터 그렇게 삐뚤어졌는지 모르겠지만 연락하는 빈도와 상대방이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비교하며 나를 힘들게 만들었고 결국 그에게 지치게 만드는 결과들을 초래했다. 


그럼에도 연락이 없는 게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라고 마음을 굳게 먹고 다짐을 해봤지만 나에게 연락의 빈도에 대한 집착이 너무나 커서 허전함이 나를 집어삼키는 일이 너무 많았다. 


그를 사랑하면 할수록 불안해져 버린 마음이 점점 커졌고 그럴수록 나는 그를 더 집착하듯이 연락에 목숨을 걸었다. 아무리 다짐하고 또 다짐해도 그런 일들로 우리 사이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걸 그땐 정말 몰랐었다. 이렇게 지난 연애를 돌아보다 보니 나에게 어떤 부분들이 부족했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야 알게 된 게 다행인 건지 모르겠지만 정말 그때 내가 그에게 너무나 힘들게 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프다.





연애를 하다 보면 자신만의 기준이 있을 것이다. 물론 둘이 같을 수도 있지만 다른 점들이 훨씬 많다. 그 부분들을 모두 알고 시작하는 커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다들 처음 시작은 호기심과 설렘들로 가득할 때 좋은 부분들만 보여주고 싶기 때문에 단점들 역시 잘 안 보이기도 하고 안 보여주려고 노력했기도 해서 그럴 것이다. 그런 모습을 계속 보여준다면 좋은 점만 있겠지만 그 역시도 어쩌면 자신의 본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답답할 것이다. 그렇게 가식적인 모습으로 상대를 대한다면 그 사랑은 정말 가치가 있을까? 나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서로에게 끌렸던 부분 중에는 솔직함도 포함되기 때문에 그런 솔직함이 없었다면 우리 사랑도 연결되긴 힘들었을 것 같다. 서로 다른 부분들이 끌릴 수도 있지만 그 부분들로부터 이해되지 않는 점이 발견되었을 때 서로가 어떻게 풀어나가는 것에 대한 방법이 그들의 연애를 지속할지 아니면 종결할지 결정되는 거 아닐까?


우리의 연애가 이렇게 끝나버릴 줄은 정말 몰랐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그전에 내가 알던 사랑과는 다른 그의 사랑에 어쩌면 다시는 그런 실수들을  반복하지 말라는 큰 깨달음을 얻게 된 것 같다.






내가 성장할 수 있는 한 단계를 그려준 것도 맞고 그로써 나에게 필요한 사랑에 대한 이치를 얻게 된 것은 정말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글로 나마 그에게 속죄하고 싶은 나의 마음이 전달된다면 좋겠다.


그동안 나를 사랑해 주고 나에게 아낌없이 마음을 다해준 당신에게 고맙다고 그리고 아직도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다. 그가 볼 수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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