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리메 Nov 13. 2023

너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도 소중해

순간들이 모여 지금을 만들어내듯 그와 함께하는 모든 시간들과 그 안에 있는 작은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너무 소중해서 이렇게 기억하려고 한다.





추억은 미화될 테고

그 기억들이 휘발될 때쯤이면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하겠지

하지만 그와의 기억들은 왠지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처음엔 두 눈으로 기억하고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와 체온을 맞대고 입을 맞추고

그 모든 기억들을 기록하는 이 순간들까지도 남을 테니까



가족얘기를 해주던 그때
다정한 부자 모습


자신에 대해 잘 얘기 안 하던 그가 자신의 아버지와 형에 대해 얘기했을 때 나에게 점점 마음을 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서 자세하게 말할 순 없겠지만 어쩌면 자신의 치부라고 생각할 수 있는 가족사는 쉽게 말할 수 없다. 특히나 다른 사람이 나를 우습게 볼 거라는 생각과 그 사람들에게 책 잡히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에 더 그럴 수 있다. 그럼에도 나에게 자신의 가족에 대해 그것도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다는 사실은 내가 그의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 같았다. 그래서 더 그를 신뢰하게 되었고 그 모습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그때의 온도 말의 어조 그날의 날씨와 그 모든 장면들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떠오른다. 마치 어제처럼 말이다.



친구의 결혼식을 다녀와서 내게 친구들 얘기를 할 때
킹더랜드 결혼식 엔딩


주말마다 만나던 우리에게 갑자기 주말을 내주어야 하는 일이 생겼는데 그때 그의 친한 친구의 결혼식을 다녀와야 한다며 새벽 기차를 타고 지방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그.

귀찮아하며 내려간 그곳에서 그는 친구들 모임의 리더라며 뭔가 기막힌 이벤트를 준비했다며 내게 사진을 보내왔다. 어찌나 웃기던지 지금도 생생하다. (보여줄 수 없는게 너무 아쉽다.)

그렇게 친구들과 결혼식을 본 후 뒤풀이 겸 회포를 잠깐 풀다가 집 근처 사는 친구와 둘이 남게 되었다고 했다.

그때 그 친구와 술 한잔씩 하며 순댓국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 친구는 그가 별거 중인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의 아내가 별로여서 결혼을 말렸던 사람이라고 했다. 그 친구는 내 얘기를 듣더니 그 사람 꽉 잡으라고 그런 사람 없다고 어떻게 너의 상황을 다 이해하고 만날 수 있냐며 대신 그분이 위험해질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그렇게 들었다고 했다.

나의 얘기를 친구들에게 했다는 게 일단 내가 그에게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생각에 좋았으면서도 한편으론 그 친구분 말처럼 내가 더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무서웠다. 조심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기에 그럼에도 이혼할 때까지 잘 만나왔지만 그 기간 동안 겪었던 아픔들과 속상함 등등은 나를 점점 어둡게 만들어 갔던 것 같다.


친구들에게 나에 대해 모든 사실을 말한 건 아니지만 자신의 상황에서도 나라는 존재가 있음을 밝힌다는 자체가 내겐 그에 대한 신뢰감을 쌓기에 충분했다. 웬만해선 자신의 친구에게 얘기를 하지 않기에 그는 더욱더 그런 사람이기에 그가 나를 향한 깊은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았다. 그런 모습들 때문에 더 사랑에 빠졌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제일 마지막 사랑이기를 바라는 남자
영화 6년째 연애중 포스터


그는 많은 사랑을 하진 않았다고 했다. 대신 한번 만나면 오랫동안 사귀는 스타일이었다. 대부분 2년 이상에서 많으면 5년까지도 사귀었는데 그 와이프가 그랬다고 했다. 5년이나 사귀면서 자신에게 불편하게 한 적이 한 번도 없단다. 그래서 결혼을 쉽게 생각하고 이 정도면 괜찮겠다 하고 결심했다고 했다.

그렇게 마지막일 줄 알았던 그녀와 별거 중인 상태에서 삶을 내려놓고 싶은 그때 나를 만났고 다시 살고 싶어 졌다고 했다. 자신은 이별에 잠시 여행온 여행자이며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던 그가 돈을 모으려고 하고 이곳에 여행자가 아닌 정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다름이 아닌 나와 만나면서 자신의 삶이 다시 소중해졌기 때문이었다.


나와 이생의 마지막을 함께하고 싶다던 그 사람...

내가 자신의 마지막 사랑이기를 바라며 꼭 결혼이라는 울타리가 아니더라도 그냥 함께하기를 삶이 이어지기를 그렇게 우리의 만남이 그려지기를 바랐다.


나 닮은 아이를 원했던 그 사람
AI가 만든 우리 딸 모습


자신의 상황만 아니라면 나와 함께 살았을 테고 그랬다면 분명 우리와 닮은 특히나 나와 닮은 아이를 기대했을 거라고 했다. 아마 두 눈에 담기에도 모자라고 하염없이 그 아이만 보다가 눈이 멀지도 모를 거라며 모성애보다 더 깊은 부성애를 이야기하는 그 사람이다.




난 결혼에 대한 환상이 없었고, 또 이 나이까지 먹고 아이를 낳는다는 건 자신도 없거니와 아이에게도 미안함이 느껴져서 거의 포기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그와 함께하면 할수록 그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우리의 사랑으로 낳은 아이들은 어떨까 점점 더 궁금해져 갔다.

그도 역시 한번 실패한 결혼을 다시 한다는 건 꿈도 꿀 수 없었고 그로 인해 피해받은 아이를 생각하면 피눈물이 난다고 했다. 아빠의 사랑을 한 없이 받다가 가끔씩만 봐야 하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는 아픔을 대물림 하지 않겠다며 결혼과 아이는 자신의 인생에서 욕심내지 않을 거라 말했다. 그랬던 그가 나에게 가끔씩 농담 섞인 말로 이렇게 말했다.


"너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 눈빛과 달콤한 입술로 나를 집어삼키는 듯해 그러다 보면  속에 얼른 들어가고 싶어, 그렇게 깊숙이 너를 향해 나를 넣어서 결국엔 나의 뜨거운 정액이 네 안에 자리를 잡게 된다면 그 결정체가 우리의 사랑이겠지? 그렇다면 우리를 닮은 아이를 나아서 같이 사랑을 키워볼까?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많아졌어!"


좀 야릇하게 말했지만 매번 몸의 대화를 할 때마다

나와 편안하게 누워서 그저 아무렇지 않은 일상을 보낼 때마다

조용한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나와 맛있게 음식을 먹을 때면 그는 그런 생각이 너무 심해진다고 했다.


그렇게 나와 평범한 일상을 사소한 것들까지도 함께 나누고 추억하고 싶어 했다. 그렇게 우린 사랑을 했다.


너와 나의 차이를 발견해도
너 혹시 T야??


그는 전형적인 'T'였고, 나는 극강의 'F'였다. 그래서 가끔 다툴 때면 그는 내가 감정적으로 그러는 게 나중에 별로 안 좋으니 일단은 차분히 감정을 가라앉히고 얘기하자고 달랬고, 나는 지금 기분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상태에서 어떻게 가라앉히냐며 이해되지 않는다고 계속 그 상황을 질질 끌었다. 그럴 때마다 서로가 너무 지쳤고 힘이 빠졌다.




그는 내가 모든 부분이 감정적이라고 했지만 처음부터 그런 사람은 아니었고 단지 사랑을 하게 되고 그 사람이 내게서 너무 소중해졌을 때 나는 평소보다 더 감정이 커진다는 걸 잘 안다. 그래서 예전 연애들도 그리 좋지 않았기에 조심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친구라면 나의 모든 것을 이해해주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살짝 있었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과 다른 상황으로 이해심이 넓은 부분과 다시 실패하고 싶지 않다는 그의 절박함 그리고 두 번 다시 나와 같은 자신의 이상형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나는 조금의 희망을 걸었었다. 그래서 그런가 그는 잘 버텨주었고, 내 곁에서 나를 아빠처럼 때론 오빠처럼 어쩔 땐 친구 같다가 그렇게 자상하면서 든든하게 챙겨주었다. 


그가 나와 다른 모습이 보일 때마다 이렇게 말했다.

" 인티제는 엔프피를 참 신기하게 생각하면서 재밌어하고, 엔프피는 인티제를 너무 좋아해서 매달려있데 나는 우리가 꼭 그럴 거 같은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그의 말에 나는 발끈하며 "절대 그럴일 없어!!  내가 왜 너한테 매달려, 오히려 네가 나한테 매달리겠지? 안 그래? 물론, 네가 점점 더 좋아지긴 하지만 너도 내가 좋아서 물고 빨고 하면서 웃겨!" 이런 농담하면서 서로에게 다른 점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었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 다
사소한 행복


그와 나누던 사랑들을 되짚어 보고 나니 나는 참 많은 사랑을 받았구나 싶다. 정작 있을 땐 불안하고 속상함이 너무 많아서 그 사람의 사랑을 의심하고 매번 확인하려고만 했는데, 떠나고 나서 보니 그 사람은 나를 정말 많이 사랑했었다는 걸 알았다. 그의 사랑표현이라 그때 당시에는 나만의 표현대로 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만 했었다.

내 방식이 맞다고 내가 원하는 대로 해야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맞춰주길 바랐다. 그렇게 해주지 않을 때면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거라며 혼자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어 눈물바다를 만들고 온갖 안 좋은 표현들만 골라 그를 공격했다. 그러면 그가 "미안해 쁘니야 내가 다시는 안 그럴게, 우리 쁘니 울리지 않을게" 이러면서 나를 안아줄 거라 착각했다. 그게 언제까지나 될 거라고 말이다.


내 삶 속에 들어와 버려서 어떤 것들이 그의 사랑이었는지 그때도 몰랐지만 헤어진 지금도 잘 모르는 게 많다.

하지만 그가 해줬던 사랑만큼 나 역시도 그렇게 사랑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커졌다. 그전보다 한 단계 성숙해졌다고나 할까?

 



하지만 우리의 사랑이 계속 진행되었다면 더 이 사랑에 대해 믿음이 갈 텐데 내가 실패한 사랑을 이렇게 절절하게 기록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세상에는 이런 사랑도 저런 사랑도 존재하겠지만 나처럼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찾았지만 내가 어쩌지 못하는 상황과 그때 나의 행동들로 놓칠 수도 있다는 걸 그러니까 정말 그 사람이 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헤어지고 나처럼 후회하지 말고 곁에 있을 때 짜증보다는 웃으면서 대하고 언제나 기운 나게 해 주고 그렇게 서로를 위해 사랑을 꼭 많이 표현하는 커플들이 되기를 바란다.





소중한 건 멀리 있지 않다.

특히나 행복 역시 그렇다.

내가 지금 행복하다 믿으면 그게 행복한 거고

내가 불행하다고 느끼면 그렇게 불행할 수밖에 없다.


그의 사랑을 통해 알게 된 모든 감정들과 추억들을 기록하며 당신에게도 나보다 더 나은 사랑을 만나길 바란다.

이전 09화 우린 운명이라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