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덕팔이 누나 Aug 16. 2020

강아지는 비 내리는 날을 좋아하나요?

물을 좋아하는 강아지가 있다는 것은 기적이다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여름이었다. 3주 장장 쏟아지는 장대비 속에 덕팔이 누나로 활동하는 까뭉 상사의 채팅방은 매일이 속상함에 대한 토로와 비를 뚫고 어떻게 산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했다. '오늘도 비가 오네요, 다들 산책 잘하시길', '찡찡대서 데리고 나갔는데 산책을 안 하네요 ㅠㅠ 젖은 땅은 싫은가 봐요' 등등.


비 내리는 날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을지 모르겠지만, 비 내리는 날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견주는 거의 없다.

강아지의 타고난 습성 중 하나는 물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비 내리는 날을 대처하는 견주들의 이야기 속에 오가는 말들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눈치게임 성공했어요! 지금이에요!'


눈치게임이라는 단어에서 눈치를 챘겠지만, 비가 오다 잠깐 멈추는 순간, 그 타이밍을 의미한다. 견주들에게 있어 비가 시원하게 오다 잠깐 멈추는 시간은 정말이지 큰 기회와도 같다. 특히 실외 배변 견주라면 아이가 참아온 배변욕구를 유일하게 풀어낼 수 있는 순간이기에 너무나도 절실하다. 단톡 방에 있는 견주 대다수는 실외 배변 견주여서인지 비가 잠깐이라도 멈추면 서로가 그 순간을 공유하기에 바쁘다. 게다가 최근 아열대성 기후로 변화한 우리나라 특성상, 스콜처럼 시원하게 쏟아지다가도 10분 이상 비가 멈춰주는 순간들이 주어지기에 눈치게임을 하기에 너무나도 안성맞춤인 환경이다. 그래도 가능하면 장마는 피하고 싶다.


'얘가 얼음이 됐는데 그냥 나갈까요?'


비가 오는 날 견주와 강아지의 패션은 그야말로 대환 장파 티다. 누가 보면 배민 라이더스라도 하는 것처럼 비닐로 중무장을 하고 고무장화까지 갖춰 신었기 때문이다. PVC 소재가 내는 바스락 소리는 소리에 예민한 반려견들에게 매우 자극적인 요소가 된다. 적응이 될 때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특히 고무 소재의 신발을 신기면 강아지들은 네 다리가 본인의 다리가 아닌 것 마냥 적응하는데 한참의 시간이 걸리는데 그 모습이 너무 우스꽝스럽고 귀엽기 그지없다. 어기적 어기적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걸음마를 막 뗀 기린같이 느껴진다.

어쨌든 간에 이런 중 무장을 하지 않으면 나가는 것 자체를 포기해야 하니, 얼음이 된 것을 땡 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반려견 스스로가 타파해야 할 문제! 대부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적응한다. (예외의 경우가 있다, 덕팔이가 그렇다)


비 때문에 개로몬 뿜 뿜 장난 아니에요 ㅠㅠ 샴푸 추천해주실 분?


강아지가 냄새가 안 난다는 것은 사람이 땀냄새가 안 난다는 것과 같은 기적적인 말에 가깝다. 견종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강아지는 특유의 냄새라는 것들을 지니고 있고, 비가 오는 날이면 그 냄새는 더욱 짙어져... 아니 폭발을 한다. 쉽게 냄새를 확인하는 방법은 강아지를 방에 잠시 놔두고 5분 뒤에 방문을 열어보는 방식으로 확인할 수 있다. 비가 오면 냄새 포자는 공기층을 떠돌지 않고 가라앉는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나의 14평짜리 자취집은 비 오는 날이면 개로몬 향기 (페로몬 + 강아지 = 개로몬)로 꽉 차있다. 이를 타파하는 방법은 페브리즈도, 에어컨도, 제습기도 아니다. 뽀송하게 해가 뜨는 날 환기뿐이다. 개로몬이 괴롭다면? 우선은 틈틈이 환기하는 방법으로, 그다음엔 코 밑에 향수를 바르는 방법으로, 그래도 안된다면 사랑의 힘으로 버텨네세요!


오늘도 이 땅 위의 모든 견주가 행복한 우기를 견뎌내길 바라며,

조만간 끝나갈 장마 이후의 뒤늦게 올 쨍쨍한 햇빛과의 싸움도 잘 이겨내길 바랍니다!



안나갈꺼라면 공놀이라도 열심히 해줘라 주인아!
이전 13화 킁킁! 똥꼬녕하세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