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덕팔이 누나 Mar 27. 2020

킁킁! 똥꼬녕하세요!

강아지 언어를 이해해보자

강아지들을 산책시키다 보면 서로 다른 아이와 마주쳤을 때 엉덩이를 킁킁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주인들은 이 모습이 민망한 나머지 ‘어머! 죄송해요’를 외치기도 한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엉덩이를 킁킁거리는 것은 민망해하거나 미안해해야 하는 민폐 행동이 아닌 강아지들만의 인사법이라는것.


킁킁! 똥꼬녕하세요!

강아지들이 엉덩이 냄새를 맡는 것은 서로를 탐색하는 과정. 사람으로 얘기하자면 명함을 주고 밭는 행위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명함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그 사람의 이름, 직장, 직급을 파악하고, 명함을 전달하는 태도와 말투에서 이 사람의 성격이 어떤지까지 데이터를 추출하는 것처럼 강아지들은 엉덩이 냄새를 통해 상대방의 성별, 나이, 중성화 유무, 기분, 컨디션, 건강 등의 방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킁킁! 너는 1살이구나? 고구마 좋아해? 마포 살어? 이제 갓 취업한 신입이야?


즐거운 기차놀이

놀이터에 가면 여러 마리의 강아지들이 서로의 엉덩이 냄새를 맡는다고 줄지어 기차 같은 모습을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을 일명 기차놀이라고 한다. 무리 속에 새로 들어오는 아이는 집단 킁킁거림을 당하기도 한다. 마치 갓 입사한 신입사원이 팀원 전체에게 취조당하는 느낌이랄까! 덕팔이의 경우 놀이터에 가면 인싸력을 100분 발휘하여 여기저기 엉덩이 냄새 맡기에 정신이 없다. 덕팔이가 사람이라면 아마 인싸력 넘치고 눈치 없고 마냥 해맑은 신입이었을 거라고 확신한다.

어 반갑다, 나는 공채4기 개덕팔이라고 한다. 동기들아 잘 부탁한다! 킁킁!


남자들만의 인사법

수컷 강아지들의 경우 똥꼬녕하세요로 서로를 탐색하는 과정이 끝나면 얼싸안고서 반갑구먼~반가워요~ 같은 형상을 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건 서로 좋아서 얼싸안는 모습이라기보다는 내 키가 더 커! 내 덩치가 더 커! 내가 너보다 위너야! 라는 것을 외치는 모습으로 해석할 수 있다. 덕팔이는 유난히도 키 큰 친구들한테 이런 힘겨루기를 자주 요청하고는 하는데 멀리서 보면 안습이다. 강아지 전용 깔창이 있으면 하나 사주고 싶을 지경.

강아지들의 수컷세계에서도 키와 덩치는 중요하다. 무조건 자기가 1센치라도 더 크다고 우기는 아이들.... 안습이다
내가 너보다 다리길이는 짧을지언정 앉은키는 훨더 크다규


난 너랑 인사하기 싫어

일부 강아지들은 엉덩이 냄새를 맡으면 화를 내는 경우가 있다. 강아지 입장에서,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고, 아이의 성향 자체가 다른 강아지와 어울리는 성격이 아닐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일부 견주들은 아이에게 사회성을 길러주겠다는 차원에서 일부러라도 인사를 시키고자 하는데 이럴 경우 오히려 싸움을 부추기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마치, 개발자를 꿈꾸는 중학생 아들에게 의사가 되기를 강요하는 것과 같다고 할까나. 그러고 보면 강아지 키우는 건 육아만큼이나 고된 노동이다. 감정노동, 육체노동, 통장노동!


그렇다면 아이들의 똥꼬녕하세요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강아지들이 서로를 탐색하는 시간 동안 뻘쭘해하며 가만히 있기보다는 상대방 견주와 인사를 나누는 것을 추천해본다. 아기 엄마들도 문화센터(a.k.a 문센)에서 친구들도 만들고 하는데 강아지 산책하면서 다른 견주랑 친구가 되지 못할 것도 없지! 다음 산책부터는 강아지들이 똥꼬녕하세요 를 할 때 견주들도 웃으면서 서로 안녕하세요~ 해보길!


케미가 잘 맞는 아이들은 이렇게 서로 꿀떨어지는 눈빛으로 처다보기도 한다 (솔로 눈감아...)



 

이전 12화 B형 남자 그 자식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