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를 하다 보면

당신의 이야기

by 뚜솔윤베씨

오늘은 오랜만에 내가 뚜뚜를 재웠다. 남편의 월급날이기도 한 오늘은 뚜뚜가 처음으로 남편을 '아빠'라고 불러준 날이기도 하다. 남편은 한 달 동안 재운 보람이 있구먼 이라며 허허거렸다. 기분이 좋은지 자꾸 뚜뚜보고 아빠라 불러보라며 시켜댔다. 아빠인지 아바바바어바바 어마 인지 모를 말을 들으면서도 남편은 빙구처럼 웃으며 좋아했다. 동영상을 찍는 걸 보니 내일 또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니겠네. 무튼 오늘은 기특한 뚜뚜를 내가 재웠다.


새벽에 또 깨겠지만 다행히 뚜뚜가 일찍 잠이 들었고 나는 이번 달 정산하러 나와 김 허니를 기다리다가 지쳐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육아를 하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낯선 순간들을 기록하고자 마음먹으며.







오랜만에 솔이와 같이 공연장엘 갔다. 마술공연이었는데 다행히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제한적 인원으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처음 서울로 이사 와서 가장 좋았던 게 이런 문화적 혜택이었는데, 그 혜택을 다 누리지도 못하고 코로나가 터졌고 또 둘째도 생겨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뭐 이제는 둘둘이 되는 4인 가구이니 걱정이 없다. 어른도 둘이고 애도 둘이라 짝꿍을 지으면 된다.


어제는 솔이와 남편이 공연장에 들어갔다. 나는 주차를 하고 한 치의 소음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잠든 뚜뚜를 지켰다. 너의 꿀잠은 엄마가 책임진다 _ 그 생각으로 휴대폰을 하면서 공연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근데 한 삼십 분쯤 지났을 때 화장실이 너무 가고 싶었다. 아까 오는 길에 따뜻한 물을 좀 마셔서 그런지 평소에는 이런 적이 별로 없는데 심각하게 소변이 마려웠다. 뚜뚜를 혼자 차에 남겨두고 화장실을 갈 수도 없고, 더 이상 참을 수도 없고 몸이 베베 꼬였다. 하지만 그 어떤 것과도 뚜뚜의 꿀잠을 바꾸고 싶지 않았다. ( 뚜뚜 재우고 쉬고 있는 이 꿀 같은 육아 브레이크 타임 ) 아 안돼!


하지만 자연의 섭리를 어찌 거스르랴, 인간의 생리적 본능을 무슨 수로 막으랴 _ 내가 엄마의 엄마인들 이 상황을 어찌 피하랴 싶어 나는 오도 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 낯선 이 동네에서 뚜뚜를 맡길 수도 없고 자고 있는 뚜뚜를 들쳐 엎고 화장실을 갈 수도 없고 남편이랑 솔이는 한 참 마술쇼에 빠져있을 텐데 부를 수도 없고. 식은땀이 났다.


방광이 이미 터진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참고 참았을 때 나는 이 낯선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조용히 혹 뚜뚜가 깰까 봐 아주 조용히 기저귀 가방에서 기저귀 하나를 꺼냈다. 이 문장을 적는데 이 글만은 아무도 읽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조용히 꺼낸 기저귀를 바르게 펼쳐 바르게 사용했다. 혹시나 소변이 새거나 실패(?) 할까 봐 그리고 누가 볼까 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사방을 흘겨보았다. 그런데 습관이란 게 참 무서운 건지 이미 마음을 비우고, 그래 누가 알 거야 옷에 싸는 것보다 낫지 하면서도 막상 소변을 보려니 마음은 굴뚝인데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질 않는다. 스스로를 달래며 겨우겨우 그 상황을 슬기롭게 해결했다. 오늘의 글은 여기서 끝.








아무도 모른다. 육아를 하다 보면 이전에 살아보지 않았던 방식으로 삶을 마주하게 된다는 걸. 나는 이제 화장실에 갈 때는 아예 문을 닫지 않는다. 문을 열어놓고 식탁의자에 앉아있는 뚜뚜를 보며 도리도리 까꿍을 하기도 하고, 변기에 앉아 솔이와 세상 진지한 이야기도 한다. 원래 화장실 문은 활짝 열어놓고 쓰는 것 마냥 나는 그렇게 오픈마인드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가끔 밖에 나가서도 그게 이상하지 않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 번은 안 방 화장실에서 썩은 내가 나서 남편이랑 나랑 코를 틀어막은 적이 있다. 이 화장실은 아무리 청소를 해도 하수구에서 악취가 난다며 고개를 절레절레했었는데 알고 보니 새벽에 뚜뚜를 재우고 몰래 화장실을 쓰고는 뚜뚜가 깰까 봐 물을 못 내린 거였다. 그것도 습관인지 가끔 화장실을 쓰고 물을 안 내려 남편이 보고도 못 본 척할 때가 많다.


육아를 하다 보면 정말 모든 순간이 새로운데 그것도 익숙해진다는 게 너무 재미있다. 더 잘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 덜 당황하고 있는 나 자신을 마주할 때 나는 기분이 좋다. 어제도 그랬다. 그 기저귀를 남편이 뭔지도 모르고 손으로 덥석 짚어 갈 때 아무 말도 못 하고 비명만 질러댔지만 그것이 최선이었음을 안다. 뚜뚜는 낮에 푹 잘 잤는지 맘마도 잘 먹고 잘 웃는다. 꺄르르르르.












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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