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무슨 왕이야?

당신의 이야기

by 뚜솔윤베씨

언젠가 솔이가 내게 했던 말이다. 꽤나 오래전 일 같은데 아직 내 귓가에 맴돈다. 이 말을 듣고 남편과 깔깔거리며 웃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 웃음 끝에는 뭔가 씁쓸함이 남았다. 그래서 아직도 내 귓가에 맴도는 이 말을 곱씹을 때면 그 씁쓸함과 정의 내릴 수 없는 반성의 마음이 든다.


누나 된 지 1년, 6살 솔이는 날카롭다. 이맘때 아이들의 성장이 가파르고 날카롭긴 하겠지만 솔이는 유난히 투명하고 담백해 가끔 내 속을 다 들여다보고 있는 건 아닌가 흠칫 놀랄 때가 많다. 그러면서도 순수하기까지 하니 나는 상대할 수 없는 고수를 모시고 있는 기분이 종종 들기도 한다. 귀여운 것.






그런 솔이는 지금 할머니 댁에 가 있다. 둘째 임신했을 때 처음으로 솔이 혼자서 할머니 댁에 다녀왔고 작년 여름에 또 한 번 혼자 여행을 떠났다. 용감한 꼬마다. 낮에는 엄마 찾을 시간도 없이 놀고 저녁에 자기 전에 조금 칭얼거리다 잔다고 했지만 용감하고 대견하다. 이번 광복절 연휴에 왕할아버지 댁에 갔다가 솔이는 부산으로 갔고 우리는 뚜뚜만 데리고 집으로 왔다. 솔이는 가는 길에 스펀지밥을 본다며 전화통화도 마다했는데 남편과 나는 오는 내내 조용한 차 안에서 솔이 이야기만 하며 올라왔다. 도대체 언제 도착하냐고 칭얼거리는 솔이가 없으니 차 안이 무덤같이 조용했다. 덕분에 남편이랑 뽀뽀는 좀 했지만.


어제는 할머니랑 롤러장에 갔다고 했고, 그제는 막내 할머니 댁에 초대받아 다녀왔다고 했다. 나도 못 끼는 시어머니와 시댁 식구들 사이에서 깔깔거리며 이쁨 받는 솔이는 보고 있자니 존경심마저 든다. 오늘은 아쿠아리움에 가서 공연을 볼 거라며 토마토 스크램블을 먹으며 깔깔거린다. 그래 화 많은 엄마가 없으니 온종일 웃고 뛰어다니렴. 그런 솔이의 모습이 자꾸자꾸 보고 싶어 아침에도 저녁에도 영상통화, 수시로 전화 카톡을 하니 옆에서 친정엄마가 그런다. 평소에는 전화 한 통 없다가 저거 딸 보내 놓고는 저래 전화를 해댄다고 시어 머이 욕하겠다, 고.






남편은 벌써부터 솔이 데리러 갈 생각에 히죽히죽 거린다. 그 모습이 뭔가 불편하면서도 그래 내가 너라도 당장에 뛰어갔겠다 싶어 없던 출장도 만들어 일찍이 부산으로 내려간다는 남편에게 그러라고 했다. 솔이가 오면 또 무슨 이야기를 미주알고주알 할지 나도 벌써부터 설렌다. 솔이 오면 절대 싸우지 말아야지, 양치할 때 잔소리 그만하고 밥 먹으란 잔소리 좀 줄이고 왕이냐는 소리 안 듣게 조심해야지. 참, 언젠가 양치하면서 우물우물 퉤 10번 하라니 빨리 커서 엄마 규칙을 안 따르겠다고 어금니를 꽉 깨물기도 했었다. 요즘은 유치원 갈 때 뭐 입어라 잔소리도 절대 안 해서 잠옷 입고도 등원하는데 전에 비하면 내 손 가는 일이 많이 줄었는데도 솔이는 더 빨리 크려고 한다.


품 안의 자식은 몇 살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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