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유치원에서 뭐 재미난 일 없었어?

당신의 이야기

by 뚜솔윤베씨


오늘은 유치원에서 뭐 재미난 일 없었어? 묻는 질문에 솔이는 앞니 빠진 잇몸을 다 드러내며 말한다.


' 엄마, 연후가 나 정말 사랑해 _ 아침에 내가 오잖아 그럼 하던 거 멈추고 내 옆에 와서 딱 달라붙어 ' _ 딱 달라붙어...


이 정도면 승리라도 해도 될까, 너의 그 무조건적인 사랑이 결국에는 빛을 발한다고 해야 할까. 지난해 초 연후(유치원 친구)를 보자마자 언젠가 고백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몇 달 뒤, 간식 시간에 무언가를 먹고 있는 연후 옆얼굴에 대고 ' 나, 너 좋아해'라고 고백을 했다. 그 말을 듣고도 연후는 아무 말이 없었다고 한다.


그 뒤로도 뭘 쓰라고 종이만 주면 ' 연후야, 사랑해 '를 복사 붙여 넣기 하듯 쓰더니 _ 연후가 솔이가 아닌 솔이의 단짝 친구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온 날 축 쳐진 입꼬리를 어떻게 받쳐줄까 마음이 쓰렸었는데, 기껏 연후한테 받아온 편지가 쓰레기통에서 주운 꼬깃꼬깃한 종이에 불과했을지라도 연후를 향한 솔이의 마음은 한결같았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이라 유세 좀 부리자면 진심이다. 연후를 사랑하는 솔이의 마음은 순수하고 깨끗해 밀땅이라고는 없는 순애보 같은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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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가을을 지나 겨울에 닿았을 때 솔이는 부쩍 연후와의 일상 이야기를 많이 들려줬다.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보면 주로 연후의 태도가 조금 달라진 걸 알 수 있다. 전에는 솔이가 바라보는 연후의 모습이 전부였는데, 이제는 연후와 솔이가 마주 보고 있는 상황이 이야기에 자주 등장한다. 그는 솔이에게 빠져들고 있다. 나는 직감했다.


겨울방학을 하고 얼마 되지 않아 연후 생일 파티에 초대받았을 때, 나는 확신했다. 총 7명의 아이들이 초대받았는데 거기에서 솔이는 유일한 홍일점이었다. 연후 엄마가 누구를 초대하고 싶냐고 물었을 때 여자는 솔이 밖에 없었다고 한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친구도 많고, 솔이보다 훨씬 전부터 알고 지낸 여자 친구들도 많은데 무조건 솔이. 솔이만 초대하겠다고 했단다. 음하하하하하


그리고 듣게 된 엄마들의 이야기.






솔이의 원래 단짝 남자 친구는 5살 때부터 함께 해 온 민우라는 친구다. 빠른 년생이라 솔이보다 한 살 작긴 하지만 눈이 땡그랗고 머리숱이 많고 꽤나 귀여운 친구다. 사실 솔이는 유치원에서 키가 제일 크고, 민우는 키가 제일 작다. 그 둘이 단짝이라 무얼 하다가 같이 찍힌 사진을 보면 그 모습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그리고 민우는 7살밖에 안되었지만 젠틀의 향기가 낸다. ( 참고로 민우는 엄마서타일 :D )


민우랑 단짝이던 솔이가 7살에 새롭게 알게 된 연후를 좋아하게 되었고, 그 후로도 솔이는 꽤나 깊은 우정을 민우와 나눈 듯하다. 민우 마음은 잘 모르겠지만 민우 엄마 말로는 민우도 집에 돌아오면 내내 윤솔이 이야길 했다고 하는데 나는 그 말이 반갑고 기분이 좋았다. 이 말을 솔이에게 백번도 넘게 했는데 솔이의 마음은 미동도 없다. 민우 이야길 듣고도 연후 이야기로 대답하는 초지일관.


그런데 연후가 솔이에게 빠져들면서부터 민우와 솔이 사이를 엄청 질투했다고 한다. 띠로리~ 여기서 더 드라마틱한 건 민우와 연후는 같은 동네 사는 친구로 전부터 친한 친구였다고 하니 엇갈린 삼각관계의 한 장면 같기도 하다. 사뭇 진지.






연후 생일 파티에서 젠틀한 민우가 윤성이(솔이 동생, 깍두기)를 살뜰히 챙기며 솔이랑 같이 놀고 있으면 언제 나타났는지 연후가 등장, 셋이 모여있는다. 엄마들은 가재눈으로 돌아보고는 크크크 웃게 된다. 연후 엄마 말로는 연후가 솔이와 민우를 많이 질투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는데 솔이의 지난 1년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여자의 고백을 듣고도 대답이 없던 그 남자를 이제는 저렇게 만들었구나 윤솔아. 연후의 사계절을 다 사랑한 너의 뚝심에_ 김윤솔, 멋지다! (문동은 버전)







누구 딸인지 닮아도 이런 것까지 닮았는지. 좋은 건 다 나 닮았다고 말하고 보자 싶어 몇 자 덧붙인다. 내가 딱 그랬다. 지금의 김허니를 변함없이 사랑하는 나의 마음이 딱 솔이의 마음과 같다. (보고 있나 김허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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