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뚜솔윤베씨 Feb 14. 2024

매일 줄넘기 천 개 _ 백일

소중한 시간들. 

[ 매일 줄넘기 1000개 ] _100일 





둘째 윤성이를 2년 전 4월에 출산했으니 

그 해 겨울, 솔이 겨울방학 때 

처음으로 줄을 넘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갔다가 

채 200개도 넘지 못하고 

출산의 흔적을 마주한 채 

의자에 앉아 윤솔이 줄넘기 개수를 세며

팔에 힘을 좀 빼라는 말을 했던 게 기억난다. 



2년이 지난 작년 2022년

11월 중순

문득, 다시 줄넘기를 챙겨 밖으로 나갔고 

그날 천 개를 뛰었다. 



그리고 오늘 [ 매일 줄넘기 1000개 ] 백일 후기를 기록한다. 

백일 후기에 무얼 적을까 지난주부터 

계속 생각했었는데 

언젠가 어떤 분이 블로그에 남긴 질문이 떠올랐다. 

왜 줄넘기를 시작하신 거예요?








왜일까.

나는 왜 서른 중반 넘어

매일 줄넘기 천 개를 하게 되었을까. 







' 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 '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다른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11월쯤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추위에 약한 나는 그냥 가만히 있는데도 

내일의 에너지까지 끌어와 쓸 정도로 

쉽게 지쳤다. 

 



계절의 변화에 적응하느라 온몸에 기운이 쭉쭉 빠져 

정작 아이들과 함께하는 등하원 시간, 저녁시간엔

쉽게 날카로워지고 자주 지쳤다. 

그래서 그런지 육아의 질이 뚝뚝 떨어지는 걸

나 스스로 마주하면서 

이런 나를 아이들이 절대 이해해 주지 않길 바랐다. 



내 체력, 내 감정, 내 마음을 스스로 다스리고 

아이들에게는 아이들이 내게 주는 것처럼 

따뜻한 사랑만 전해주고 싶었다. 

널뛰는 감정을 가라앉히고 

통제하려는 욕심은 내려놓고 

그저 아이들의 성장에 감사하는 하루를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줄넘기를 시작했다. 



육아 체력도 기르고

스트레스도 풀고

내 마음도 다스리고 싶어서. 



요가하는데 줄을 꼭 넘어야 할까 싶었지만 

목적이 분명 달랐기 때문에 

최선을 다할 수 있었고 

지나고 보니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말처럼 

육아는 물론 요가까지 줄넘기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그동안의 내 시간들과 성실함을 칭찬하며 

[ 매일 줄넘기 1000개 ] 백일 후기를 기록한다. 

무엇보다, 매일 줄을 넘어도 끄떡없는 

'줄넘기하기 위해 태어난' 나의 발바닥에 감사하고 

그것보다 더욱 감사한 것은 

이 여정을 함께 해 주고 있는 

챌린지 멤버들에게 

사랑과 응원을 담아, 감사인사를 전한다. 


정말 고맙습니다! 








[ 매일 줄넘기 1000개 ] _백일 후기



줄넘기 : 도약의 즐거움


[ 매일 줄넘기 챌린지 ]의 목표는 지속가능한 운동습관 그리고 기초 체력 증진이었다. 지속 가능한 육아를 하고 싶었고, 몸과 마음 건강한 양질의 육아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일단을 계속하는 것이 목표였다. 챌린지 멤버들 모두 각자의 미션 개수를 채우며 일주일을 보냈고, 일주일의 작은 성공을 맛본 뒤 또다시 일주일을 보냈다. 그렇게 15주, 100일이 도래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는 줄넘기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 장애물을 뛰어넘는 도약의 즐거움과 줄이라는 생활도구가 어우러져 자연적으로 발생한 놀이 ' _ 도약의 즐거움이라는 표현은 줄넘기 말고는 붙일 곳이 전혀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실제로 줄넘기를 해보면 재미가 있다. 콩콩콩이라는 표현이 딱 정확한데 콩콩콩 뛰어 줄을 넘는 것, 그 자체의 즐거움이 있는 전신 운동이다. 도약의 즐거움을 허락한 나의 건강한 발과 100일의 기쁨을 나누겠다. 







줄넘기 효과 :  The connecting dots


요즘 유명한 아이돌이나, 모델들이 줄넘기 다이어트에 대해서 종종 언급을 해서인지 인터넷에서 쉽게 '줄넘기 다이어트 / 줄넘기 효과 '를 찾아볼 수 있다. 나도 줄넘기 효과라고 검색해서 단톡방에서 챌린지 설명할 때 언급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명확한 건 줄넘기의 효과라기보다는 줄넘기를 하지 않는 것과 하는 것의 큰 차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운동이 그렇듯이 : ) 

  

     심혈관 건강 : 줄넘기는 심혈관 지구력을 향상하고, 심장과 폐의 기능을 증가시켜 심장병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고강도 운동이다.    

     체중 감량 : 줄넘기는 짧은 시간 안에 상당한 양의 칼로리를 소모시키고 이것은 지방을 제거하는데 효과적이다.    

     그룹 근력 훈련 : 줄넘기는 힘 그리고 지구력을 기르는데 도움을 주며, 다리, 팔, 코어를 포함한 여러 근육을 그룹으로 훈련시킨다.    

     균형과 조정 : 줄넘기는 신체의 조정과 균형이 훈련되어, 전반적인 신체 능력이 향상되고 부상의 위험을 감소한다.

     골밀도 증가 : 줄넘기는 뼈의 밀도를 채우고 유지하는 것을 도와 골다공증의 위험을 감소시킨다.    

     스트레스 해소 : 줄넘기와 같은 격렬한 운동은 스트레스, 불안, 우울증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인지기능 향상 : 규칙적인 신체 활동은 집중력, 주의력, 기억력 향상을 포함한 인지 기능향상을 훈련한다.    


이 외에도 줄넘기의 효과는 많겠지만 나는 스트레스 해소에 별표를 해둔다. 정말이지 정답 중에 정답이다. 요가도 한 시간 매트 위에서 머무르고 나면 심신이 안정되고 건강해지는데 줄넘기도 그에 못지않게 내 스트레스와 불안, 긴장을 해소시켜 주었다. 줄넘기를 하고 나면 아이들이 더 이뻐 보이고 전보다 불필요한 화나 훈육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게 된 것도 줄넘기 효과 중에 하나다. 농담처럼 딸에게 말을 건네지만, 엄마 줄넘기 하고 화 좀 줄었지 않아?라고 물어보면 진지하게 그렇다고 대답해 준다. 오예 성공이다. : ))



그리고 체중 감량은 실제로 초반 한 달 정도는 확실하게 효과를 봤다. 일단 줄을 넘기 위해선 몸이 가벼워야 하고 식사도 전보다는 한 스푼이라도 줄게 된다. 그렇게 한 달을 뛰고 나니 정말이지 군살이 다 빠지고 얼굴에 윤기가 흐르고 혈색이 돌아서 보는 사람마다 건강해 보인다는 말을 했었다. 이게 다 줄넘기의 덕이라고 같이 뛰자고 하면 다들 무릎이 아파서 라는 대답이 돌아왔지만, 실제로 줄넘기의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그리고 요가원으로 줄넘기 장소를 옮긴 뒤 아침 공백에 줄넘기 천 개를 한 첫째 주에는 실제로 몸무게가 2킬로가 빠졌다. 체중계가 고장 났나 싶어 몇 번을 다시 재어봤지만 실제로 나는 공복 유산소의 산 증인 일인이 되었다. : ))) 하지만 무작정 살을 빼기 위해 줄을 넘는 것이 아니므로, 운동이 끝나기 무섭게 서리태 콩과 두유, 초콜릿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있다. 






1000개 : 100개씩 10번


[ 매일 줄넘기 챌린지 ] 첫날은 아무 생각 없이 1000개를 뛰었다. 내가 얼마나 뛸 수 있는지도 궁금했고 매일 지속할 수 있는 정도가 얼마인지 가늠하기 위해서 일단은 1000개를 뛰었다. 하지만 다음 날, 발목도 아프고 무릎도 아프고 손목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안 아픈 데가 없이 온몸에 근육통이 왔다. 근력운동을 한 것도 아닌데 웬 근육통? 무엇보다 평소 식습관대로 먹고 뛰다 보니 위가 너무 아팠다. 



이튿날 온몸이 쑤시는 가운데 생리까지 시작해 도저히 1000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을 하니 몸도 그 생각에 맞게 움직였다. 10개 넘기가 그렇게 힘이 들었다. 자꾸 걸리고 또 걸리고 그러면서 또 생각했다. '그래 1000개는 무리야, 그냥 100개만 하자.' 이렇게 타협하고 나니 또 생리 중인데 무슨 줄넘기야 오늘은 그냥 건너뛰고 생리 끝나고 다시 시작하자. 이렇게 지난날의 나처럼 잘 포장된 포기의 순간을 맞이했다. 그런데 잊을 수 없는 이 챌린지의 목표가 있다. ' 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 / 더 건강한 육아를 하고 싶은 마음 ' 

그래서 그냥 생각을 접고, 무조건 100개를 뛰었다. 걸려도 뛰었고 숫자를 세다가 까먹어도 다시 100개를 세었다. 그리고 10번 반복. 5개의 점을 정하고 하나씩 바라보며 100개, 다섯 개의 점을 다 돌고 다시 처음부터 100개. 그렇게 이튿날에도 1000개를 채웠고 한 달을 그렇게 보냈다. 그리고 100일째 똑같은 방법으로 매일 줄넘기 1000개를 하고 있다. 



생각보다 우리의 감정은 선택적이라는 걸 깨달았다.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정은 자연스럽지만 그 감정에 대한 수용과 거부는 결국 우리의 선택이다. 몸은 생각과 감정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행동을 하기 위해선 내가 원하는 감정과 생각을 선택해야 한다. 그 단순한 진리를 줄넘기를 하며 깨닫는다. 진짜 최고. 







그리고 나의 기록들 : 자기애와 자존감


@줄넘기를 하는 내 모습도 좋지만, 이런 내 모습을 좋아하고 함께 해주는 가족이 있어서 더 좋다. 챌린지 초반에는 저녁 양치질을 마치고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같이 줄을 넘고 왔는데 내 주변에서 뛰놀기만 하던 윤솔이가 어느덧 엄마를 따라 줄을 넘기 시작했다.  언제부턴가 혼자서 100개를 넘었고 400개, 700개, 그리고 나와 같이 1000개를 넘은 날도 있었다. 아이들은 가르치지 않아야 배운다고 했던가. 그냥 줄을 넘는 모습만 보여줬을 뿐인데도 그렇게나 빨리 배우고 익히다니, 대견하고 기특하고 행복하다. 함께 줄을 넘을 수 있는 건강함이 우리 가족 안에 싹트고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그리고 알고 있다. 엄마가 건강하면 아이들은 행복하다는 걸. 엄마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면 아이들은 자유롭게 성장한다. 그래서 그런지 윤솔이는 친구들 놀러 올 때마다 엄마한테 줄넘기를 그렇게 시키곤 한다. 그러면 또 팬서비스 차원에서 이단 뛰기도 보여준다. 아뵤.



 백일 기념으로 퇴근길에 작은 케이크 두 개를 사 왔다. 저녁을 양껏 먹었지만(줄넘기에 적응하고 나면 식욕도 성장합니다) 또 이 축하파티를 외면할 수 없으니 초에 불을 켜고 후~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백일 전보다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 나에게 축하. 

정말이다. 이게 일주일씩 진행된 미션인데 작심삼일의 두 배. 그 짧은 기간 동안의 작은 성취를 맛보고 나면 딱 그만큼 몸도 마음도 자란다. 그래서 반복되고 축적되고 지속된 성공의 경험과 긍정의 베이스들이 작년 11월에 비해 나를 더욱 가볍고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 


아이들에게도 내 감정과 무관하게 일관된 사랑을 전할 수 있다. 근래 특히 윤솔이가 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고 자주 스킨십을 하는데, 생각해 보니 그건 나의 변화이기도 하다. 자주 솔이와 윤성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고맙다고 말하고 소중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꼭 끌어안아 준다. 지쳐있는 아이들의 마음을 떼로 받아들이지 않고 위로할 수 있고, 나의 감정과 피로를 아이들에게 투영하지 않는다. 딱 내가 원하던 그 모습 그대로. 



@나는 요가하는 사람. 줄넘기를 하고 나서 뜻하지 않게 요가에 탄력이 붙었다. 몸이 가벼워지니 요가의 움직임이 훨씬 더 부드러워졌고 단단해졌다. 요가를 잘하고 싶어서 요가만 하던 때랑 다르게 몸도 폭넓게 활용하게 된다. 결국에는 내 삶도 그렇게 되겠지 : )


이전 14화 이렇게 뿌듯할 수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