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야기
엄마한테 솔이는 언제나 일등이야
이 말이 과연 솔이에게 위로와 힘이 될까를 되뇌며 이 글을 쓴다. 며칠 전 놀이터에서 같은 반 친구와 친구 누나 이렇게 셋이서 같이 놀았다. 친구 누나는 초등학교 1학년이다. 셋이서 여기 갔다 저기 갔다 잘 놀다가 한 동안 멍하니 서성이길래 내가 달리기 시합을 제안했다. '저기 거북이까지 갔다가 누가 먼저 돌아오나 해볼까?' 이게 시작이었지.
그렇게 솔이랑 솔이 친구는 열심히 달리기 시합을 했다. 달리기라면 세상 제일가는 솔이가 의기양양하게 매번 일등으로 들어와 하이파이브를 했고, 솔이 친구는 달리기 시합이라기보다는 그저 이리로 저리로 우르르 달리는 게 재미있는지 연신 웃기만 하고 솔이를 따라다녔다. 솔이는 일등이라는 말에 기분이 좋은지 어깨를 한껏 치켜올리고 방방 뛰면서 또또 하자고 졸라댔다. 그런데 그때 친구 누나가 같이 뛰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1학년. 여덟 살. 솔이는 쨉도 안되지 그렇다고 그 누나가 솔이 기분 좋으라고 져줄 친구도 아니다. 셋이서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더니 솔이가 금세 얼굴이 시뻘게 져서는 대성통곡을 한다.
" 내가 일등 하고 싶었는데, 저 언니가 먼저 가버렸어 ㅠㅠㅠㅠㅠ "
그 누나는 머쓱하고 무안한 지 솔이 주변을 서성이고 솔이 친구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몰라 다시 달릴 준비를 하느라 엉덩이가 씰룩 인다. 그때 서러움과 짜증, 화가 잔뜩 난 채로 내게 걸어오는 솔이의 표정이 너무 인상 깊어 자꾸 생각이 난다.
그렇다. 솔이는 지는 걸 싫어하는 아이다. 승부욕이 강하고 엄마 아빠랑 놀 때도 지면 대성통곡을 한다. 아빠는 대체로 져주는데 반해 나는 세 번 이기고 한 번 져주는 편이라 나랑 놀기만 하면 솔이는 매번 울고불고 아빠한테 달려간다. 평소에는 그런 솔이가 귀엽고 재미나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넘겼는데 오늘 놀이터에서 분노하는 솔이의 얼굴을 마주하자니, 다시금 육아는 아는 게 힘이란 말이 스쳐 지나간다.
그렇게 울면서 안기는 솔이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엉덩이를 톡톡이며 말했다. ' 엄마한테 솔이는 언제나 일등이야, 우리 이제 달리기 시합 말고 그냥 뛰어놀까?' 이게 뭐야 ㅋㅋㅋㅋ 나도 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말이란 걸. 뜬금없이 내 마음에 일등은 왜 나오며, 수많은 육아 서적에서 읽은 감정 읽기는 어디 갖다 버린 거며, 그냥 뛰어놀자라면 곤란한 상황은 일단 피하고 보자는 회피 본능이 여기서도 나온 거다. 하, 육아는 늘 현실이다. 닥치면 게임 오버다.
그러고 보니 솔이가 요즘 들어 이런 경우가 잦았다. 어린이집에서 솔이가 키가 제일 크고, 밥도 혼자 씩씩하게 먹고, 달리기도 제일 잘하고, 또 다른 경우라면 놀이기구도 솔이가 먼저 타야 하고, 엘리베이터 버튼도 솔이가 꼭 먼저 눌러야 하고, 옷도 혼자 입어야 하고, 단추 끼우기, 양말 신기, 신발 신기, 손 씻기 등등 뭐든 스스로 해야 직성이 풀리고, 일등을 해야 직성이 풀리고, 그래서 칭찬을 받아야 모든 게 만족스러운 상태.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터무니없는 생떼, 떼쓰기, 고집을 부리며 성장하는 이상한 시기. 그리고 꼭 이겨야 하는 지독한 시기.
솔이가 지금 그런 시기를 지나고 있다.
[제1 반항기 ]
네이버 지식백과의 정의에 따르면, 2세-4세 반경까지 극히 고집이 세거나, 부모의 간섭이나 금지에 토라지거나 투정하거나, 화를 내는 등 자기주장과 독립의 요구를 강하게 나타내는 시기이다. 아이는 이러한 행동 속에서 자아의식이 싹트기 시작하며, 그 과정 속에 생기는 갈등 처리를 통해 현실성, 사회성을 몸에 익혀 간다. 이러한 반항은 다른 의미로 건전한 자아 발달 과정인 것이다.
이쯤 되니 솔이의 상황을 백분 이해하겠다. 아니 이해하려 노력하겠다. 마음의 준비 정도는 할 수 있겠는데 솔이의 건강한 자아 발달 과정이 엄마의 정신건강에 크나큰 타격을 줄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일단은 모르겠다.
더 중요하고 궁금한 건, 일등만 해야 하고 꼭 이겨야 하고, 패배를 못 견뎌하는 솔이는 어떻게 하지?
[승부욕 강한 아이, 지기 싫어하는 아이]
과잉보호 또는 무관심한 육아 태도를 보일 때 이런 성향이 짙다고 한다. 무조건적인 칭찬과 결과만을 두고 아이를 평가했을 때 이러한 성향을 나타내기도 한다. 운동이나 게임의 목적이 즐기기 위함임을 알기 전에, 부모로 부터 인정받고 사랑받는 행위로 인식한 경우, 패배나 실패에서 오는 좌절감, 패배감이 크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1. 행동의 과정, 작은 노력에 대한 칭찬을 한다. 운동이나, 게임의 목적이 승부가 전부가 아니라 즐거운 행위임을 알려주어야 한다.
2. 이기는 경험만이 소중한 것이 아니다, 일부러 져줄 필요 없이 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하는 것이 좋다. 패배에 대한 경험도 필요하다.
3. 규칙이 있는 게임을 통해 승부욕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 그렇구나. 이걸 모르고 그렇게 솔이를 한없이 아끼고 사랑만 해줬네, 내 딸 최고라고. 내 딸이 제일 잘한다고. 내 딸이 일등이라고.
나도 무조건 적인 칭찬이 독이 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막상 아이와 함께하는 상황이 되면 그저 '멋진데, 최곤데, 우와~~ ' 이런 리액션이 먼저 나오곤 한다. 더 조심해야겠다. 솔이의 불안하고 속상한 얼굴을 생각하며 솔이가 더욱 건강하게 제1기 반항기를 지날 수 있도록, 그리고 승부욕이 근성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하 이렇게 다짐하지만 정말 육아는 챌린징 하다. 엄마도 승부욕 돋는다. ㅋㅋㅋㅋ
더 잘해 봐야지, 엄마도 엄마가 바라는 엄마가 되기 위해 이렇게 너를 재우고 컴퓨터 앞에 앉아 머리를 싸매고 있단다 솔아 : )
내일은 더 잘해볼게. 배운 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