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등원 안 합니다.

당신의 이야기

by 뚜솔윤베씨


오늘은 솔이 어린이집에 안 가는 날이다. 계획했던 건 아니지만 계획할 필요도 없으니, 마음 편히 오늘은 등원 안 하는 날이다. 아홉 시가 넘어서까지 코를 골며 자고 있는 솔이를 보는데 그런 충동이 들었다. 어린이집 땡땡이 충동. 충동도 행할 수 있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인가? ㅋㅋㅋ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오늘 하루를 솔이와 함께 보낸다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하다.







그 강도가 줄기는 했지만 등원할 때마다, 억지로 보내는 기분이 들면 그날 오전은 내내 마음이 무겁다. 그래서 운동을 더 열심히 하기도 하고 더 바쁘게 지내려고 하기도 한다. 아이 인생은 아이 꺼, 엄마 인생은 엄마 꺼라지만 그게 뭐 말처럼 쉽고 그리고 그런 말은 누가 만들어 낸 건지. 딸의 풀 죽은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닫히는 어린이집 문 뒤로 솔이의 애처로운 눈빛을 보고 있노라면. 워킹맘도 아닌데 굳이 어린이집에 이렇게 부지런히 아이를 보내는 게 무슨 죄를 짓는듯한 마음까지 들곤 한다.


지금 집으로 이사 오기 전, 우리 아래층에 사는 할머니는 손녀, 손자 남매 육아를 하고 계셨는데 둘째 손자가 일 년을 어린이집 갈 때마다 울었다고 한다. 그래서 일 년을 우울했다고 하시는데, 종종 놀이터에서 아줌마들이랑 이야기하며 우시던 할머니 모습이 떠올랐다. 우리 모두가 삶의 굴곡을 매일매일 경험하고 있구나.







무튼 그런 나의 감정이 해방되는 날이다. 어린이집 안 가는 날. 솔이는 어린이집 안 가는지도 모르고 엄마의 재촉이 없으니 괜히 기분이 좋은지 이불속에서 아기가 됐다며 퇴행 놀이부터 시작한다. 응애응애, 몸을 비틀고, 옹알이를 하고 아주 귀여움을 넘어 묘사력에 소름이 돋는다. 솔이 어린이집에 백일도 안 된 아기가 등원하기 시작했는데 그 아기를 가만히 관찰한 대단한 결과물이 오늘 아침에 퇴행 놀이로 나타났다.




그리고 또 무슨 놀이를 했더라... 블록놀이도 했고, 줄넘기도 했고, 신랑 신부 놀이도 했고, 엄마놀이도 했고 뭐 그러면서 아침도 먹었다. 요즘은 겨울왕국에 푹 빠져있는데 그래서 놀이가 하나 더 늘었다. 엘사 언니 안나 언니 놀이라고. 주로 내가 노래를 불러야 하는 놀이인데 가사를 미쳐 다 못 외워할 때마다 챌린징 하다. 며칠 내로 외우고 말 테다!




아침을 먹는데 식탁 밑에서 장난을 치다 그만 식판을 엎어버렸다. 돈가스 소스며, 오이냉국이 솔이 머리, 얼굴, 아끼는 치마에 쏟아져 의도치 않게 오전 샤워 타임도 가졌다. 매일 저녁 일찍 재우기 위해 후딱후딱 씻기도 나갔는데 오늘은 세월아 네월아 물총놀이도 하고 욕실 바닥에 앉아 서로 씻겨주기도 하고, 청소도 하고 그렇게 오랜만에 놀이같이 샤워시간을 가지고 오니 옛날 생각이 났다.







두 돌까지 나는 다음 날 솔이랑 어떻게 하루를 보낼지 매일 생각하고 잠들었다. 교육적인 시간과 놀이시간, 그리고 솔이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시간, 낮잠 시간, 솔이가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그렇게 매일매일 '솔이와의 내일'을 생각했다. 그때는 온종일 같이 있고, 나름 독박 육아를 하면서도 마음가짐이 달라서 인지 지금과 달리 그 시간들이 재미있고 금방 지나갔다. 솔이와 나의 호흡이랄까? 리듬이랄까? 그런 것들이 꽤나 부드럽게 만족스럽게 흘러갔는데 어린이집 등원을 한 뒤로는 사실 몸과 마음이 바쁘다. 어린이집 가야 하니, 일찍 밥 먹고 씻고 자야 하고, 어린이집 가야 하니 일찍 일어나서 밥 먹고 챙겨서 나가야 하고. 하원하고 몇 시간은 놀이터에서 때우는 게 일상이 되니 솔이와의 사이가 소원해졌다고 느낀 적도 종종 있다.



그렇다고 다시금 가정보육을 할 자신도 없다. 종종 이렇게 즉흥적인 땡땡이에 만족할 만큼 나도 이제 겨우 나만의 시간에 적응하고, 더 소중해지고 있는데 다시 돌아갈 자신이 없다. 그래서 아침에 솔이가 등원 거부를 할 때면 내 욕심에 아이를 힘들게 하는 건 아닌가 마음이 무거운 것이다.









그런 마음 털어버리고 오늘은 솔이가 낮잠도 없이 풀로 놀고 일찍 잠자리에 든 날.


솔이의 밝은 미소도, 장난스러운 표정도, 잠투정도 오늘은 온전히 그리고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날이었다. 너무 좋았다. 솔이랑 같이 있으니 세끼를 다 챙겨 먹어 배도 부르고, 안돼라는 말도 덜하니 나도 많이 웃는 날이었다.




그런데 왜 솔이가 잠들기 무섭게 원래 가지도 않던 저녁 요가 수업을 들으러 간 거지? 그것도 금요일 수업 가야 하는데 굳이 앞당겨 수요일 저녁 수업을 간 이유는? 너무 좋았다면서 뒤로는 스트레스받았나 몰라 ㅋㅋㅋㅋ 오늘은 나도 꿀잠 자야겠다. : ) 내일은 솔이 등원하는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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