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야기
휘갈기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둘째 잠든 사이 도둑질하듯 샤워하고 나와 잠든 둘째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식탁에 앉았다. 휘갈기기 위해.
왜일까? 왜 신은 나의 마음을 이렇게 갈기갈기 찢으려 할까?
'엄마는 뚜뚜만 사랑해'라는 말을 하루도 듣지 않은 날이 없다. 언젠가 뚜뚜도 밉고 엄마도 밉다며 뚜뚜를 갖다 버리라고 하기도 했다. 솔이의 마음은 이미 찢어져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 둘을 본다는 건 상상해 본 적도 없지만 상상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아무리 남편이 부지런히 일어나 집안 일도 솔이 등원 준비도 해줘도 솔이에게 채워져야 할 '엄마'의 자리를 채울 수는 없나 보다.
오늘 아침엔 클래식을 듣고 일어나고 싶을 정도로 평온했다. 새벽에 수유하느라 헤롱 거리긴 했지만, 남편이 출근 전까지 솔이를 잘 케어해줬고 마침 둘째도 막 잠이 든 상태라 남편과 교대해서 솔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다행히 나도 솔이가 먹던 식판에 밥을 덜어와 아침밥도 먹을 참이었다. 식어버린 국에 밥을 말았을 때, 정확히 그때 둘째가 울면서 깼고 엄마랑 병뚜껑 숨기고 찾기 놀이를 하려던 솔이의 마음도 정확히 그때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둘째 울음소리엔 사람의 마음을 조급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그런 무거운 마음으로 둘째에게 다가가면 둘째는 언제 그랬냐는 듯 배시시 웃는다. 그 묘한 온도 차이가 '둘째는 사랑이다'라는 말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뚜뚜가 점점 이뻐져서 큰일이라는 친정엄마의 말이 떠오른다. 배시시 웃는 둘째는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꼬매 놓은 입꼬리도 저절로 올라간다. 그 순간, 정확히 그 순간 솔이는 말한다. '엄마는 뚜뚜만 사랑해'
오늘은 그러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둘째를 보면서 병뚜껑 찾기 놀이도 했고 밥도 먹었고 등원 준비, 솔이가 싫어하는 삐삐 머리도 했다가 다시 풀어 주기도 했다. 나도 옷을 입었다. 유치원에 데려다 주기 전에 뚜뚜 맘마를 줘야 할 타이밍인데, 분명 배고파 울텐데 웃느라 배고픈 걸 잊었는지 먹지를 않는다. 조금이라도 먹었으면 하는 마음에 젖꼭지를 계속 갖다 댔더니 불편했는지 토를 하고 만다. 여기서부터 꼬였을까?
시간은 왜 이리 빠른지, 분명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지각각이다. 토한 둘째 옷 갈아입히고 급하게 젖병을 챙겨 나갈 준비를 하는데 솔이는 신발 고르는데도 반나절이 걸린다. 아마 내 사랑과 관심이 조금 더 솔이에게 쏠렸더라면 이렇게 늑장을 부리진 않았겠지. 그런 솔이를 가만히 바라보며 기다리는데 어금니를 나도 모르게 깨물고 있다. 속에선 아무거나 빨리 신으라는 말이 열두 번도 더 나왔는데 그걸 삭히고 괜찮다는 식으로 솔이를 기다리고 있노라니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땀이 흐른다. 분명 또 뚜뚜만 사랑한다고 하겠지.
그렇게 웃으며 참고 기다렸는데도 솔이는 여전히 기가 죽어있고 마음이 토라져있다. 그런 솔이와 뚜뚜를 안고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왜 엘리베이터에는 거울이 그렇게나 많은 건지, 안 봐도 너무 잘 알고 있는 지금의 내가 거기에 있다.
(여기까지 쓰고 둘째 깨서 목욕시키고 수유하고 재우고 젖병 소독하고 앉았는데 깜빡하고 어묵탕을 한 시간이나 끓여버렸다. 집이 어묵탕이다.)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못 찾아 헤매다가 급한 마음에 걸음이 빨라졌나 보다. 눈앞에 엄마가 사라지니 울어대는 솔이의 손을 잡고, 차에 태운다고 아기띠도 안 하고 안고 나온 둘째 목을 가누며 온 몸이 땀이다. 그렇게 카시트에 둘째 먼저 태웠는데 분명 좀 전까지만 해도 배가 안고팠는데 타자 마자 배고프다고 울어댄다. 출산하자마자 들려오던 그 날카로운 목소리로 달래도 듣지도 않고 울어만 댄다. 솔이는 좀 전에 울었더니 콧물이 나온다며 콧물 닦아달라고 난리다. 아직 자기 콧물도 어쩔 줄 모르는 저 애한테 무얼 바라고 있었는지, 그 난리통에 옷에라도 좀 닦으라는 말을 하는데 깔끔이 솔이는 그럴 리가 없다. 그래 침착하자. 뚜뚜 손수건을 내밀며 여기라도 닦으라고 하니 마음이 놓이는지 솔이는 잠잠해진다. 그렇지만 둘째의 울음소리는 지하주차장에서 메아리친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운전대를 잡고 출발, 급하게 나오느라 마스크도 잊었다. 유치원 선생님께 부탁하고, 혼자 차에서 울고 있을 둘째에게 급하게 달려오는 길. 그때는 분명 슬프진 않았는데 지금 이 글을 쓰는데 코끝이 찡해진다. '배고프지 배고프지 얼른 가서 엄마 맘마 줄게' 주문처럼 외면서 집에 와 젖병을 물린다. 그리고 잠든 둘째를 뒤로 하고 이 자리에 앉아 이렇게 휘갈기고 있다.
무슨 말로 마무리를 하지? 이렇게 급하게 다 토해내고 나니 힘이 쭉 빠진다.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게 나의 일상일 텐데.
솔이 친구 엄마가 해 준 조언대로, 중얼거려야겠다. ' 내 몸은 두 개다. 내 팔은 네 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