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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 Sep 26. 2020

날마다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날마다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군더더기가 많은 말이다. 일기라는 말 자체가 '날마다 씀'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날마다 일기를 쓴다고 말하는 이유는 '날마다' 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한 작가의 말이 떠오른다. 자신이 십년째 일기를 쓰고 있다고 말하자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는 것이다. 


일기를 쓰면 좋은가? 그리고 일기를 어떻게 하면 날마다 쓸 수 있는가? 이 두 가지에 대한 나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일기를 쓰면 좋다. 괴로움이 많은 사람이라면 더 써야 한다. 돈이 없거나, 자존감이 떨어져 있거나, 남들의 인정에 목말라 있다면 더욱 더 추천하고 싶다.


기본적으로 글쓰기는 치유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 부분은 나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확신하는 내용이다. 설령 그렇지 않다 해도 상관은 없다. 마음이 지쳐 아무것도 안 할 바에야 글이라도 남기는 게 어디인가.


그 기록을 다시 돌려보다 보면, 예전에 했던 실수, 나의 생각들을 다시 되짚어볼 수가 있다. 거기에서 새로운 삶의 활력을 길어 올리거나 새로운 글감 소재를 찾기도 한다. 우물물 같은 존재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물 말이다. 


그렇다면 꾸준히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기의 특성상 단기간에 집중해서 끝마치는프로젝트가 아니다. 


내가 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한 줄 일기'

목표를 높게 잡을 필요도 있지만, 일부러 낮게 잡을 필요도 있다. 특히 이렇게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루틴을 만들 때는 그렇다.


A4용지 한장을 빼곡하게 채우라고 하면 이틀도 못 가서 포기했을 것이다. 한 줄. 한 줄만 적자. 적을 말이 없으면 '오늘 날씨 흐림'이라도 적자. 


이런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벌써 네 달이 지났다. 하루도 빠짐없이 썼다. '한 줄만 적어야지'라고 했지만, 절대 한 줄로 끝나지 않는다. 생각보다 할 말은 많은 법이니까. 


이런 습관이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도리는 없다. 전형적인 자기 만족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라는 사람의 지나간 행적이 어딘가에 쓰여있고, 가끔 들춰보며 미소지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오늘도 일기 한 줄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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