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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 Jul 28. 2020

15분이라는 엄청난 시간

처음에는 사람이 습관을 만들지만, 나중에는 습관이 사람을 만든다. 


'manner makes man'과 더불어 내가 좋아하는 말이다. 명언이다. 다만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별개다. 나도 이제껏 알고만 있었지 잘하지는 못 했다.  


어느 날 브런치에 있는 글 하나를 읽게 되었다. 모 사이트에서 날마다 책 15분 읽기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참가자들은 각자 자기가 읽은 분량을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이하 단톡방)에 인증한다. 나와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이 여럿 있다는 유대감, 일일 인증을 통해 독서 이력을 구체적으로 기록하는 방식. 이 두 가지가 시스템의 핵심 동력으로 보였다. 


무엇보다도 시간이 참 마음에 들었다. 1시간도 아니고, 30분도 아니고 단 15분이다. 15분은 묘한 숫자다. 


1시간을 날마다 내기는 힘들다. 바쁜 현대인들이 1시간을 통으로 내려면, 잠을 줄이거나, 밥때를 건너뛰거나, 모임을 포기해야 한다.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격이다. 어쩌다 한 번은 가능해도, 날마다 하기는 힘들다.


15분은 만들어내기 쉽다. 꽉 찬 옷장이라도 옷 하나는 슬슬 비집고 들어가듯, 어떻게든 틈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다. 15분은 자칫 실수(?)하면 20,25분이 될 여지도 있다. 


처음에는 자기 전 15분을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자기 전 돌발변수가 많았다. 잠을 빨리 자고 싶은데, 15분이 발목을 잡는 경우가 생겼다.(15분은 긴 시간이 아니니, 사람마다 느끼는 바는 다를 것이다) 


그래서 식사 시간 전으로 15분을 배정했다. 1시부터 2시까지가 점심이라면, 대략 12시 40,50분부터는 일이 느슨해진다. 뭘 하기 애매한 시간에 그냥 책을 펼쳐 들고 읽었다. 그러면 1시 5분이나, 길어야 1시 10분 안에는 15분 독서가 끝난다. 


그렇게 시작한 15분 독서가 어느덧 누적 성공일로는 45일째다. 나보다 대단한 사람들도 많다. 최근에는 누적 성공일 1000일을 돌파한 사람도 봤다.


그 간에 다음과 같은 책을 읽었다.


회계 천재가 된 홍 대리 1 / 손봉석(회계사) / 다산북스

그리스인 조르바 (알렉시스 조르바의 삶과 행적) / 카잔차키스(작가) 저 / 문학과지성사

유혹하는 글쓰기(스티븐 킹의 창작론) / 스티븐 킹(작가) 저 /  김진준 역 / 김영사  

온라인 마케팅의 함정 / 이상규

나는 직장에 다니면서 12개의 사업을 시작했다 / 패트릭 맥기니스 저 / 문수민 역  / 비즈니스북스  

어느 날 400억 원의 빚을 진 남자 / 유자와 쓰요시 저  / 정세영 역  / 한빛비즈  

코스모스 / 저 : 칼 세이건, 역 : 홍승수, 출판사 : 사이언스북스 

도올 만화 맹자1 /  맹자 원작, 도올 역주 / 통나무 출판사


그중에서도 코스모스라는 두꺼운 벽돌책을 읽을 수 있어서 스스로 놀랐다. 이 모임이 아니었다면 향후 2,3년 내에는 못 읽었을 책이다. 


'passive income'이라는 말이 있다. 처음에 구축하는 데는 힘이 들지만, 한 번 만들어놓으면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돈이 들어오는 시스템을 일컫는다. 습관도 이와 마찬가지다. 한 달이 지나면 이자가 들어오듯이, 하루에 15분의 지적 자극이 자동으로 머리로 들어온다. 버리는 시간을 황금으로 바꾸어놓는 습관. 처음부터 거창할 필요는 없다. 그냥 가볍게 시작해놓으면, 결과는 거창해진다. 누구나 할 수 있다. 당장 오늘부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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