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언어다
우리는 매일 지갑을 열고 돈을 사용합니다.
지폐에는 위인의 얼굴과 평화로운 풍경이 그려져 있죠.
이 종이를 우리는 '돈'이라고 부르며, 삶에 필요한 것을 사고팔거나 대가를 주고받는 데 사용합니다.
하지만 문득, 이 돈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마치 내 삶의 한 조각이 돈 속에 비치는 거울처럼 말이죠.
돈은 단순한 종잇조각이 아닙니다.
우리의 마음, 관계, 두려움, 기대, 기억, 그리고 침묵 속의 말들이 그 돈 안에 녹아 있습니다.
돈을 어떻게 대하고 쓰느냐에 따라 우리의 진짜 모습이 드러나는 셈이죠.
돈은 관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이기도 합니다.
유산 앞에서 형제들이 원수처럼 갈라서고, 돈 때문에 친구 사이가 멀어지기도 합니다.
소비 습관 때문에 연인들이 다투는 것도 결국 돈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요?
그런 점에서 돈은 은밀하게 감춰졌던 그 사람의 성품, 감정, 욕망, 책임감 같은 요소들이
여과 없이 분출되는 촉매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돈은 우리 자신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을 비춰주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에게는 돈을 아낌없이 쓰지만 가족이나 친구에게는 계산적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남을 돕는 사람도 있죠.
엄마가 자신을 가꾸는 비용을 포기하고 아이들 학원비를 대신하는 것도 좋은 예입니다.
그들의 지갑에는 단순히 숫자가 아니라 사랑의 기록이 담겨 있었기에 가능한 일 아닐까요?
돈을 너무 아끼거나 과하게 쓰는 행동 뒤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가령 가난했던 기억이나 또래에게 뒤처질까 두려웠던 상처가 숨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거나, 지금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불안감 때문일 수도 있고요.
이처럼 돈은 우리의 내면을 솔직하게 드러냅니다.
살다 보면 돈 앞에서 실망하고 좌절하며 후회하고 자책하는 일이 벌어지곤 합니다.
그때 우리는 '꾸밈없는 진짜 나'를 돌아보게 됩니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왜 그렇게 상처받았는지,
왜 자꾸 남과 비교하며 초조해하는지 등을 말이죠.
당신은 무엇을 소중히 여기며 살고 있나요?
결국 돈은 우리에게 조용히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소중히 여기며 살고 있나요?"
이 질문 앞에서 잠시 멈춰서는 사람은 돈의 숫자보다 마음의 진심을 볼 줄 아는 사람입니다.
돈은 단순히 쓰는 수단이 아니라,
삶을 비추는 창문이 되어 우리 자신과 세상을 더 잘 이해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돈은 언제나 당신의 손에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진정 누구인지는 돈이 아닌 당신의 행동으로 드러납니다." – 작자 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