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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7가지 치명적 실수’를 피하는 법

Chapter 4

by 이종범

"낙관적 희망을 버리고, 실패를 피하는 단호한 행동 전략을 실행하라."


우리는 앞 글에서 중년의 재정을 무너뜨리는 다섯 가지 위험을 살펴보았다. 이 위험들은 대부분 '퇴직 직후의 심리적 공황과 조급증'에서 비롯된 일곱 가지 치명적인 실수에 의해 작동된다. 퇴직은 냉정한 계획을 요구하는 시스템적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중년은 감정적 동요 속에서 재정을 파국으로 이끄는 실수를 저지른다.

이 번에는 7가지 실수를 분석하고, 그 실수를 피하기 위해 단호하게 지켜야 할 원칙과 규칙을 살펴볼 생각이다. 이 원칙들은 위험을 회피하는 방패이자, 재정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설계도라고 할 수 있다.



실수 1: 조급한 '창업 올인'을 피하고, 18개월 법칙 따르기


퇴직 후 가장 흔하고 파괴적인 실수는 '묻지 마 식 창업에 올인'하는 것이다. 퇴직금이라는 마지막 유효 자산을, 검증되지 않은 아이템이나 지인의 추천에 근거하여 섣불리 투자하는 행위가 묻지 마 투자다. 이는 소득 크레바스를 메우려는 조급증과 과거의 지위(명함) 되찾기 위한 심리적 불안감이 결합된 결과다.

그렇다면 우리는 파국적인 실수를 피하기 위해 '18개월 법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① 준비기 (6개월):

퇴직 후 6개월간은 어떤 금전적 결정도 내리지 않아야 한다. 이 기간은 퇴직으로 인한 심리적 공황을 잠재우고, 퇴직금을 흔들지 않아야 한다. 대신 새로운 아이템에 대한 시장 조사와 사업 아이템을 집중 검증하는 기간으로 써야 한다.


② 실행 최소화기 (12개월):

설령 창업을 하더라도 전체 퇴직금의 10% 미만으로 '최소화된 자본'만을 투입하여 시장을 테스트해야 한다. 테스트 단계의 실수는 새롭게 보완된 실행 여력이 있지만, 테스트 없이 올인한 창업은 실패 후 재설계 여력은 사라지고 피 같은 퇴직금이 한순간에 사라진 절망적 현실과 마주할 뿐이다. 그러므로 1년의 기간을 통해 사업의 생존 가능성을 냉정하게 평가하는 테스트가 중요하다.


만약 이 18개월간의 테스트 기간 동안 수익 모델이 검증되지 않는다면, 그 사업은 즉시 정리하는 것이 상책이다. 퇴직금은 절대 잃어서는 안 되는 '당신의 노후 생존 자금'이다. 이를 준비되지 않은 '모험 자본'으로 전환하는 순간, 당신의 노후 전체의 시스템이 걷잡을 수 없이 붕괴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퇴직 후 창업은 18개월의 냉정한 관찰과 테스트 이후에 결정해야 할 생존 전략임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실수 2: 퇴직금을 '위험 자산'에 묻어두지 않는 원칙


소득 크레바스에 직면한 중년은 '잃어버린 시간과 돈을 한 번에 만회하겠다'는 '한 방 심리'에 사로잡히는 예가 적지 않다. 이 경우, 피 같은 퇴직금을 고위험 주식이 코인, 혹은 지인의 미공개 투자 상품에 투자하는 치명적인 실수로 이어지는 예가 허다하다.


착각하지 말 것은 퇴직금의 성격을 투자가 아닌 방어로 전환해야 한다. 퇴직금은 더 이상 '성장'을 위한 종잣돈이 아니란 점을 명심하자. 이는 '생존'을 위한 보험금이자 당신의 유일한 방어 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 우리의 노년기 재정 목표는 수익률 10%가 아니라, 70세 이후에도 내 자산의 실질 가치가 사라지지 않고, 100%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러려면 퇴직금 활용 제1원칙이 '퇴직 자산의 방어'란 점을 잊지 말자. 퇴직금 중, 최소 70% 이상은 연금, 국공채, 우량 채권 등 '안정적 현금 흐름'을 창출하거나, '원금을 보존'하는 자산에 배분해야 한다. 특히 퇴직 후 5년 이내에 사용할 자금은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초단기 안전 자산에 두어야 한다. 공격적인 투자는 이미 무너진 시스템을 더욱 위험하게 만들 뿐이다




실수 3: 부동산 투자보다 중요한 '집'을 현금화하는 시점


한국 중년의 자산 대부분은 '주택'이라는 단 하나의 비유동성 자산에 75% 이상 묶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퇴직 후에도 '집은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신념 때문에, 거주하는 집을 줄이거나 현금화할 기회를 놓치는 것이 세 번째 실수다.


주택은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다. 그것은 매년 재산세와 유지보수 비용이 들어가는 '거대한 부채'이자 '발목 묶인 자산'이다. 그러므로 살고 있는 집을 '투자가 아닌 현금 흐름의 관점'에서 재진단해야 한다.


주택 자산을 현금화하는 것은 두 가지 필수적인 이점을 제공한다.

첫째,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여 소득 크레바스 기간을 버틸 수 있는 생활비를 확보하는 데 유용하다

둘째, 주택 유지보수와 관련된 고정 지출을 줄여 월별 소비 압박을 낮출 수 있다


주택을 현금화할 수 있는 시점은 '더 이상 자녀 교육이나 직장 위치가 중요하지 않은 시점'이다.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 사이가 적절하다. 이때 재정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주택 다운사이징'을 결정해야 한다. 집을 현금 흐름으로 전환하는 결정은, 퇴직 후 노후 재정 시스템을 안전 모드로 완성하는 가장 강력한 전략이다.




실수 4: 50대 부부가 노후 계획에서 ‘각자의 역할을 정의’ 하지 않는다


황혼 이혼으로 이어지는 배우자 리스크의 근원은 재정적 격차와 소통 부재다.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노후 준비를 '개인적인 문제'로 간주하고 배우자에게 자신의 재정 상태나 퇴직 계획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노후 재정은 '부부 공동의 생존 전략'이어야 한다. 한쪽이 모은 자산이라도 이혼하면 절반으로 분할된다. 뿐만 아니라 생활비는 두 가정으로 분산하는 만큼 결국은 두 배로 늘어나는 결과를 만든다. 이런 실수를 피하기 위해서는 부부간의 두 가지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부부간 재정 시스템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부부는 '노후 공통 통장'을 만들고, 국민연금 예상 수령액, 개인연금 가입 상황, 주택 대출 잔액 등 모든 재정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해야 한다. 이는 신뢰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 리스크를 관리하는 기본 원칙이다.


둘째, 부부간의 노후 역할과 소득원의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남편과 아내는 각각 퇴직 후의 예상 지출 항목과 예상 소득원(국민연금, 일자리 소득, 개인연금)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할지 사전에 문건으로 정의할 필요가 있다. 이 역할에 대한 정의는 감정적인 영역이 아닌, 계약적이고 시스템적인 접근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불안할 수 있는 노년기를 부부간 합의로 공존하는 '공동 생존 관계'로 재정립하디 위해서다. 한마디로 어느 한 사람이 삐끗하면 안 된다는 일종의 생존을 위한 공동 약속이라고 할 수 있다




실수 5: ‘보장 자산’을 먼저 해지하는 치명적인 오류


퇴직 후 현금 흐름이 급격히 악화되면 가장 먼저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가 바로 보험의 해지다. 보험료를 매월 빠져나가는 불필요한 고정 지출로 간주하고, 생명보험, 실손보험, 심지어 암 보험까지 해지하여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는 재정 시스템의 최정 방화벽을 자기 스스로 해제하는 어리석은 행위와 같다.


Chapter 2에서 우리는 50대 이후 3대 질병 발병률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질병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퇴직 자금으로 치료비를 충당하는 것은 '자산 수명의 고갈'을 급격히 앞당기는 지름길이다. 특히 생애 한 번의 큰 사고나 중증 질병은 수천 만원에서 억대의 자산을 단번에 소멸시키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이 실수를 피하기 위한 제1원칙은 '보장 자산의 성역화'다. 모든 보험은 현금 흐름을 압박하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의 핵심 보장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 실손보험과 암, 뇌, 심장 관련 진단비, 더하여 간병비 관련 보장은 재정 설계에서 '절대 해지 불가' 항목으로 분류하고 성역화해야 한다. 물론 저축성 보험은 정리하여 현금 흐름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쓸 수 있다. 하지만 보장성은 부부의 노후를 지키는 최후의 방화벽인 만큼 고민 없이 허무는 실수를 저지르면 안 된다.




실수 6: 국민연금 수령 ‘시점 조정’을 미루는 기회 상실


대다수의 중년은 국민연금을 그저 '정해진 나이에 받는 돈'으로만 인식하고, 수령 시점을 전략적으로 조정하지 않는 실수를 저지른다. 국민연금은 개인의 재정 시스템을 완성하는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현금 흐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조기에 또는 연기하여 수령액을 최적화할 수 있는 선택 기회를 놓치는 예가 허다하다. 국민연금 수령 시점 조정 문제는 소득 크레바스를 메우는 가장 핵심적인 시스템 전략인 만큼 조금 더 살펴보기로 하자.


① 조기 수령 (5년 당겨 받기):

소득 크레바스 기간이 길고, 당장 현금 흐름이 절실할 때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물론 수령액이 줄어드는 단점이 있지만, 퇴직금 소진을 늦추면서 자산 수명을 연장하는 데 기여한다.


② 연기 연금 (5년 늦춰 받기):

재취업 등으로 소득 크레바스를 자체적으로 해결했거나, 충분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연기할 경우 매년 7.2%의 복리로 수령액이 증가하는 만큼, 노후 현금 흐름을 극대화하는데 기여하는 방법이다


국민연금 수령 시기를 조정하는 실수를 피하려면, 먼저 '내가 몇 년을 일할 수 있는지' 또 '남은 자산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냉철하게 계산한 다음 국민연금 수령 개시 시점을 결정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단순한 복지 수단이 아니라, 수령 시점 조정을 통해 최대 36%까지 수익률을 개선할 수 있는 전략적 금융 자산이란 점을 잊지 말자




실수 7: 관계와 의미를 방치하고 ‘고립’을 자초하는 행동


퇴직 쇼크는 재정적 사건으로 시작되어, '인생의 의미를 상실'하는 심리적 파국으로 끝난다. 퇴직 후 명함을 잃고 관계를 단절하면서까지, 오직 재취업이나 돈 문제에만 몰두하는 것이 일곱 번째 실수다. 특히 비재무적 측면에서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실수로 이어진다. 이는 Chapter 1에서 강조했던 '성공 지향'에서 '성찰 지향'으로의 전환에 완전히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인간은 일반적으로 관계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한다. 그럼점에 비추어 볼 때, 퇴직 후의 고립은 우울증, 무기력증, 그리고 건강의 급속한 와해로 이어지는 수순을 엿볼 수 있다. 건강이 무너지면 재정 시스템도 함께 무너진다. 결국 관계의 상실은 재정 붕괴의 심리적 전주곡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실수를 피하기 위해서는 '비재무적 자산 구축 문제'를, 재정 시스템 구축과 동일한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

그렇다면 '비 재무적 자산'은 어떻게 구축해야 할까?


① 의미 재정립:

'나는 누구인가'가 아닌,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정의하는 '액션 중심의 정체성'을 확립한다.


② 관계 복원:

이해관계가 없는 순수한 사회적 관계망을 복원하고, 봉사나 학습 등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여 고립 방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퇴직은 직장과의 인연이 끝나는 것일 뿐, 세상과의 연결이 끊기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노후를 지탱하는 '자본'으로 삼고, 인생의 새로운 의미를 삶의 '원동력'으로 전환할 수 있어야, 비로소 제3의 나이 구간을 성공적으로 항해할 수 있다.


지금까지 간략하게 살펴본 퇴직 후 7가지 치명적인 실수는, 결국 조급증, 방어 실패, 그리고 의미 상실이라는 세 가지 근본적인 문제에서 비롯됨을 살펴보았다. 이 실수들을 피하는 것은 단순한 주의가 아니라, '냉철한 규칙과 시스템'으로 무장하여 감정을 배제하는 단호한 행동이다. 이 원칙들을 기반으로, 다음 장부터는 재정 시스템의 핵심인 연금, 보험, 자산 배분에 대한 구체적인 솔루션을 알아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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