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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돌보는 사람

조직문화 HRer의 책임

by 케니스트리

남들이 바쁘게 움직일 때,

그들을 찬찬히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모두가 한가운데에서 자기 역할을 찾아 분주히 움직일 때, 벽에 등을 기대고 조용히 서 있는 사람이 있다.

빈손으로 선 이들 사이에서,

유독 두 손 가득 무언가를 들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는 게으름뱅이일까, 방관자일까, 아니면 욕심쟁이일까? 남들과 다른 관점에서 장면을 바라보고,

순간을 조용히 기록하는 사람.

그는 무대 기획자, 혹은 프로듀서다.


프로듀서는 장면 밖에서 전체를 바라봐야 하고,

때로는 과정을 진행하거나 멈춰야 하며,

사각 프레임(frame)을 그리고

그 안에 의미를 담아야 한다.

프레임에 온전한 나를 담을 수는 없다.

하지만 타인의 좋은 장면만큼은 꼭 얻고자 한다.

공연이 끝나면 무대 위의 흔적은 정리되어 사라지지만, 그는 누구보다 많은 것을 품는다.

좋은 장면이 많을수록 책임감은 무거워지고,

마음은 더 가벼워진다.

무대를 우리가 일하는 회사로 옮겨보면,

조직문화 담당자의 일도 이와 같다.


조직의 중심에 있지만,

정작 무대 위에 설 일은 없다.

직원들이 빛날 수 있도록 무대를 만들고,

조명과 배경을 조정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나은 환경을 고민한다.

자주 조직의 기대와 직원들의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생각하고,

때로는 자신을 조금씩 깎아 희생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모습이 담긴 프레임은 어색해진다. 내가 없는 장면이 익숙하고, 편안하다고 느낀다.


힘들고 지칠 때,

그는 오래된 기록을 되돌아보며 위로를 얻는다.

직원이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을 때,

스스로의 존재가 지닌 책임의 무게를 실감한다.

작은 기획으로부터,

“꿈꾸던 회사예요”라는 찬사와,

“그래도 행복했어요”라는 동료의 감상은

가장 큰 정신적 보상이 된다.

오래된 사진 한 장,

오랜 동료의 연락,

아팠거나 행복했던 그 시절의 장면들 속에서

가장 빛나던 순간의 자신을 다시 발견하고,

다시 힘을 얻는다.


조직문화 담당자는

무대를 돌보는 연출가이자,

촬영 기사이며,

구성원을 비추는 조명이다.

쓰다 만 재료는 몰라도,

못 다 들인 정성은 늘 아쉬워한다.


그것이 조직문화 일을 하는 사람의 속성이며,

그가 짊어진 조용하고 단단한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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