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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이야기한 동료의 빈자리

by 케니스트리

"ㅇㅇ님은 꿈이 뭐예요?"


꿈이 있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이제는 그런 것 같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정작 그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아직도 답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이루고 싶은 것을 명확한 언어로 정의하는 일은 늘 어려웠다. 꼭 그래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정확하고 명료한 꿈, 아니 목표를 가지고 걷다 보면, 분명 길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불안해질 때가 있을 것 같다. 그래서일까, 밤하늘을 바라보며 걷게 된다면, 나는 샛별보다는 별무리를 좇을 것 같다. 방향을 크게 잃을 일도 없고, 조금의 벗어남 정도는 잠시의 휴식이 될 테니.


꿈은 혼자 꾸면 꿈, 나누면 현실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꿈을 나누는 일이 ‘TMI’가 되어버린 요즘,

동료가 동행이 아닌 버스 옆자리의 타인처럼 느껴지던 시기에 그를 만났다.

어쩌다 함께 걷다가 어색함 없이 서로의 꿈 이야기를 했다. 참 신기한 일이었다.


그의 대략적인 꿈을 알게 되었고, 나의 꿈도 전했다. 그것은 어떤 명확한 목표가 아니었다. 오히려 늦은 밤안갯속의 희미한 빛이거나, 웅성거리는 소리에 묻힌 카페의 BGM 같았다.

그래도 그런 가치관을 품고, 최소한 지금에 머무르지 않으려는 그가 멋져 보였다. 내 꿈을 나누며, 그것이 사소한 변덕으로 끝나지 않으리라는 희망도 얻었다.


오늘 아침, 아무도 없는 불 꺼진 사무실에서 작은 환풍기 소음, 스며드는 아침 빛, 쓴 커피 한 잔과 함께 생각에 잠겨 본다. 그러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그의 빈자리가 보인다.


메신저를 열어본다. 익숙한 이름이 오늘은 유난히 더 흐릿하게 보인다. 대화 내용을 살펴보니, 그와 나 사이에 자질구레한 대화가 참 없었구나 싶다. 두어 번의 '밥 먹으러 가자'는 이야기, 그리고 이전에 남긴 몇 마디의 업무 대화가 전부였다.


그런데, 그와 나눈 단 한두 번의 꿈 이야기는 참,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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